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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편제의 시조 가왕 송흥록 <16>

송흥록이 운봉관아로 달려갈 태세로 설치는데, 사립 밖에서 두런거리는 기척이더니, 허면 박 명창님, 지들언 이만 가 볼랑구만요, 하는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송흥록이 무슨 일인가 다가갔다. 박만순이 저만큼 골목을 나가는 가마를 바라보고 있다가 돌아섰다.

“요런 싹둑머리 없는 놈얼, 내가.”

송흥록이 사립 곁에 세워져 있는 지게작대기를 들고 다짜고짜 박만순의 등짝이며 어깻쭉지며 아랫종아리를 후려패기 시작했다.

“아이고, 스승님. 오랜만에 오셔가꼬 어찌 저럴 쥑일라고부터 허십니까?”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박만순이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숨이 가쁠 만큼 박만순을 후려팬 송흥록이 지게작대기를 내던지고 한마디 했다.

“야이 싸가지 없는 눔아, 니가 목구녕에서 내지르면 모도가 다 소린줄 알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까분다마는, 십 년 기한을 작정헌 놈이 제우 삼 년도 못 되어서 펄쌔부터 소리럴 팔아묵고 댕겨? 나넌 너겉이 싹동머리 없는 놈언 필요없응깨, 썩 내 눈앞에서 사라지그라. 소리럴 팔아묵던지 동냥질얼 허든지 니 맘대로 혀 뿌리그라. 흐긴, 알량헌 그 소리만 가지고도 부잣집 사랑방 차지넌 헐 수 있을 것이니라.”

“지, 지가 생각이 짧았구만요. 다시넌, 스승님께서 인자 되았응깨 소리럴 풀어묵어라, 허실 때꺼정언 사람덜 앞에서 소리럴 안 헐 것인깨 한 번만 용서럴 혀 주시씨요.”

박만순이 애원을 했으나 송흥록은 뒤도 안 돌아보고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렇게 한 번 방으로 들어온 송흥록은 사흘 동안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다음날 아침 어머니가 저 사람이 안즉도 안 가고 있구나, 그 모기 구덩이에서 꼬박 밤얼 새운 모양이구나, 저 사람이 뭔 잘못얼 혔능가 몰라도 그만 용서럴 혀 주는 것이 어떻겄냐? 사정을 했으나, 내삐러 두씨요, 하고 고함만 버럭 질렀다. 두 번째날도 어머니가 찾아와 저 사람이 밥을 안 묵는구나, 아예 굶어 죽기로 작정얼 헌 모양이구나, 소리럴 배와 보겄다고 너럴 찾아왔다가 못당헐 꼴만 당허는구나, 정 제자로 델꼬 있기가 싫으면 그만 가보라는 말이라도 허그라, 니가 말얼 안 헌깨 행여행여 허고 안 있냐? 하고 걱정을 했다.

“모르겄소, 나넌. 저놈언 인자 나허고넌 상관이 없는 놈인깨, 굶어 뒈지던지 말던지, 상관얼 안 헌당깨요.”

송흥록이 사립 밖으로는 눈길 한 번 안주고 매정하게 말했다.

사흘째 나던 아침이었다. 아침을 지으려고 나갔던 어머니가 어메, 이 사람이 왜 이런다냐? 숨이 깔딱깔딱헌 것이 아무래도 죽제 못 살겄다, 하고 소리를 질렀다. 송흥록이 어쩔 수 없이 사립 밖으로 나갔다. 박만순이 하얗게 탄 입술이 하고는 옆으로 비스듬히 쓰러져 있었다.

“만순아, 니가 왜 이러냐? 정신 쪼깨 챙겨보그라. 엄니, 물 쫌 떠오씨요.”

아버지 송 첨지와 함께 박만순을 사랑으로 옮겨 누이고 물을 먹인다, 팔다리를 주무른다, 난리법석을 한바탕 떨고 나자 박만순이 눈을 떴다.

“이 멍청헌 놈아, 밥언 안 쳐묵드래도 물언 마셔야 헐 것이 아니냐?”

“지가 죽을 죄럴 지었구만요. 지 소리에 사람덜이 어찌나 좋어허는 바람에 지가 우쭐우쭐혔는갑만요. 저럴 한 번만 더 받아주시면 인자넌 참말로 경거망동허지 않고 참소리꾼이 되어 보겄구만요.”

“니가 참말로 사흘밤낮얼 물 한 모금 안 마신 그 오기로 소리럴 한 번 혀볼레? 내가 니 곁에 없다고 또 알량헌 소리럴 팔아묵는 동냥치 겉은 짓언 안 허겄다는 말이제?”

“예, 스승님. 지가 만약에 또 그런다면 스승님이 저럴 때려 쥑여도 원망얼 안 허겄구만요.”

“오냐, 알았다. 니 강단얼 한 번 믿어보마.”

송흥록은 이레 동안 몸조리를 시키고 난 다음에 박만순을 지리산 뱀사골로 데리고 들어갔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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