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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편제의 시조 가왕 송흥록 <15>

“이 질로 쭉 걸어가다 보면 남원이 나오고 남원소 동쪽으로 한나절얼 걸어가다 보면 운봉이 나오고 운봉에서 인월 쪽으로 담배 두어 대 참만 걸어가다 보면 비전리라는 마을이 있니라. 거그 내 집얼 찾아가서 내 말얼 허면 니가 묵고 입을 것언 대줄 것이니라. 그 근방에 옥계동도 있고, 구룡폭포도 있응깨, 니 맘대로 찾아댕김서 소리공부럴 허그라. 너 내 소리넌 들어 봤제? 기왕에 내 제자가 되기로 혔응깨, 나럴 뽄받그라. 내 동생 광록이도 소리공부럴 헌다고 혔응깨, 서로간에 도움이 될 것이니라.”

“스승님께서는 어찌허실라고라우? 언제 돌아오실 것인디요?”

“모르겠다, 나도. 우선언 가슴속의 불덩이부터 털어낸 담에 생각얼 혀봐야겄구나. 한 달이 될지 일 년이 될지, 아니면 십 년이 될지, 너허고 나허고 만내는 날이 언제가 될지넌 모르겄다만, 니 말마따나 목심얼 걸고 한 번 매진얼 혀보그라. 사람 사는 세상에 목심얼 내놓고 혀도 안 되는 일언 없니라.”

말 끝에 송흥록이 뒷밤재를 향해 돌아섰다. 스승의 모습이 눈앞에서 가물가물할 때까지 제자 박만순이 지켜보고 있었다.

송흥록이 동생 광록의 소식을 들은 것은 금강산이며 백두산은 물론 해남의 월출산을 거쳐 땅끝까지 조선팔도를 한바퀴 도느라, 삼 년 남짓을 유람하고 운봉 비전으로 돌아와서였다. 박만순을 비전리로 보낼 때에는 광록이와 서로 북가락도 맞춰주면서 함께 나란히 독공도 다니면서 소리공부를 하려니 믿었는데, 이번에 돌아가면 박만순 뿐만 아니라 동생 광록에게도 소리공부를 본격적으로 한 번 시켜봐야겠다고 작정을 했는데, 광록이도 없었고 박만순 또한 집에 없었다.

들에서 돌아온 어머니가 어제 나들이를 나갔다가 돌아온 아들을 대하는 듯이 왔냐? 하고 무심히 물었다. 워낙 나돌아 다니기를 좋아했던 아들인지라, 한 번 나가면 짧아야 한 달, 길면 삼 년도 좋고 오 년도 좋은 아들인지라, 삼 년 만에 돌아온 송흥록을 무덤덤하게 맞이하는 것이었다.

“제가 사람얼 하나 집으로 보냈었는디, 그 사람이 시방 어딨습니까? 엄니. 어뜨케 소리공부넌 열심히 허든가요? 광록이랑 함께 독공이라도 들어갔능가요? 어찌 광록이의 소리공부넌 잘 되어 간답니까?

“광록이 그놈 얼굴 못 본 지가 펄쌔 삼 년이다. 그때 니가 전주로 떠나고 그놈도 바로 단봇짐얼 쌌응깨. 어디 가서 죽었능가 살았능가, 걱정이 태산 같혔는디, 두어 달 전에사 그놈이 쩌그 어디냐? 바다 건너 제주도에서 소리공부럴 허고 있다는 쇠식얼 들었니라.”

“제주도라우? 하따, 그놈 맘얼 단단히 묵었든갑소이. 그 먼 곳꺼정 가그로.”

“글고, 니가 보낸 박 뭐라는 그 사람언 운봉 영장이 불러서 안 갔냐? 송 명창보다 더 뛰어난 명창이 났다고 시방 운봉언 물론 남원이 떠들썩허니라.”

“그려라우? 그놈이 소리공부럴 죽고살기로 헌 모냥이지라우? 아, 운봉에서 명창이 났으면 좋은 일이제라우. 엄니가 그놈 수발얼 하시느라 애럴 많이 쓰셨구만요.”

그렇게 말은 하면서도 송흥록은 가슴에서 불덩이 같은 것이 치밀고 올라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했다. 기지도 못하는 놈이 나는 연습을 한다더니, 십 년 기한으로 소리공부를 해보겠다고 한 놈이 벌써부터 여기저기 소리판에나 불려 다니는 것이 영 못마땅한 것이었다.

내 이눔얼 당장, 쳐죽여 뿔던지, 내쳐 뿔던지 양단간에 결판얼 내야제.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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