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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편제의 시조 가왕 송흥록 <13>

객사로 돌아오면서 모흥갑이 말했다.

“사또자리로도 못나가는 종삼품 통정대불망정 그걸 가지고 있으면 양반들도 함부로 시펴보지 못허요. 송 가왕께서도 받으시지 그래요? 가왕께서도 없는 벼슬을 제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송구스러워서 그럽니다.”

“하이고, 모 명창께서도 별 말씀을 다허십니다. 다 줄 만허니깨 주는 것이고 받을 자격이 있응깨 받은 것인디요. 그런 일로 마음 쓰지 마시씨요, 제가 오히려 거북스럽습니다.”

송흥록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모흥갑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

“그런데 참, 방금 선화당에서 옥중가를 부르실 때에 그것이 무슨 가락입니까? 중모리보다 더 느리면서도 그 대목을 그리 잘 표현해 낼 수가 없을 만큼 귀에 착 앵기던 가락이던데요.”

“아, 그것이요? 진양조라는 가락이지요. 원래는 제 매부가 시작헌 것인디, 어찌어찌허다 본깨 그런 가락이 맹글아집디다.”

“대단하십니다, 송 가왕. 귀곡성을 완성해 내시더니, 이젠 진양조까지 만들어 내시다니. 가왕 칭호를 바쳤던 제 귀가 엉터리는 아니었다는 것만으로도 제가 무척 기쁘군요.”

모흥갑이 손을 덥석 잡아왔다.

다음날 아침이었다. 객사에서 손님들의 시중을 드는 머슴놈이 송흥록을 깨웠다. 누가 찾아왔다는 것이었다. 또 전주 권번의 기생이려니 믿은 송흥록이 그냥 돌려보내라고 했더니, 젊은 남자가 송 가왕의 제자가 되고 싶다면서 새벽녘에 도착하여 대문 밖에 무릎을 꿇고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거참, 누가 식적부텀 나럴 귀찮게 헌다냐? 송흥록이 중얼거리며 대문간으로 나갔다.

새벽부터 찾아온 사내는 자기의 이름을 박만순이라고 했다. 고부에서 태어났는데, 주덕기라는 명창 밑에서 한 오년 남짓 북도 배우고 소리가락도 익혔다는 것이었다.

“주 명창이라면 너 하나쯤은 충분히 갈치고도 남을 만큼 소리가 출중헌 분인데, 어찌 나를 찾아왔는고?”

소리의 길이 험하고 험한 것을 잘 알고 있는 송흥록은 어설픈 치기로 제자가 되겠다고 덤비는 사람들을 매정하게 거절해 왔던 터였더라, 박만순 역시 그런 사람이려니 믿고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 매정하게 물었다.

“제가 송 가왕님을 마음에 뫼신 지 펄쌔 삼년이 넘구만요. 송 가왕님얼 찾아 운봉 비전이며 지리산도 숱허게 갔었고요. 그때마다 인인이 아니었는지 뵙지럴 못혔구만요. 근디 어제 전주에를 나오게 되았는디, 사람들 말이 송 가왕이 와 계시다고 허지 뭡니까요.”

박만순이 말 끝에 초롱초롱한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스승으로 모시겠다고 찾아온 사내치고는 눈빛이 맑았고, 조금도 비굴한 기가 없었다.

“허나 나넌 아직까지 누구럴 갈쳐 본 일이 없다. 내 소리허기도 바쁜 몸이 어뜨케 넘얼 갈친다냐?”

“지가 주 명창님 밑에서 소리의 가닥언 어지간히 잡았응깨, 송 가왕님께서는 가르매만 쬐깨씩 타 주면 될 것이구만요. 목심얼 걸고 한 번 혀볼랑구만요. 그렇게 한 십년 허다보면 송 가왕님의 발가락언 안 핥겄십니껴? 지발 저럴 제자로 받아 주시제라우. 스승님얼 귀찮게넌 안 헐랑구만요. 허란 대로 헐랑구만요.”

박만순이 이마가 땅에 닿도록 고개를 숙였다. 송흥록이 이럴까저럴까 망설이고 있을 때였다. 뒤에서 모흥갑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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