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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편제의 시조 가왕 송흥록 <11>

모흥갑이 온 것은 해가 기린봉 너머로 넘어가고 선화당의 기둥마다 등불이 걸리고 난 다음이었다. 감사에게 늦어서 죽을 죄를 지었다고 큰절을 올린 모흥갑이 송흥록 앞에 넙죽 엎드렸다.

“송 가왕님을 여기서 뵙게 되니, 참으로 반갑고 영광이로소이다.”

송흥록이 얼른 모흥갑을 일으켜세웠다.

“무신 괘꽝시런 말씸얼 다 허십니까? 소리로 치면야 모 명창이 한참 윗길이지요. 제가 모 명창님께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송 가왕님이 아니시면 누가 소리의 사설을 그리 잘 정리하였겠습니까? 송 가왕님께서 정리한 사설로 소리를 할 때마다 저는 늘 크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오늘은 모처럼 송 가왕님의 귀곡성을 들어보겠군요.”

나라에서 통정대부라는 벼슬까지 받은 모흥갑이 송흥록을 깍듯이 대하자 다른 소리꾼들의 태도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감사의 부름을 받았다고는 해도 평소대로 허름한 옷차림의 송흥록을 흘끔흘끔 살펴보던 사람들이 눈길만 마주쳐도 고개를 숙여 예의를 갖추는 것이었다.

저녁을 마치고 술까지 서너 순배씩 돌린 다음에 감사의 청으로 선화당에서 소리판이 벌어졌다. 대접을 하느라 그랬는지 송흥록이 제일 나중에 부르게 되었다. 고수가 없는 것을 안 모흥갑이 손수 북채를 들고 앉았다.

좌중을 한번 둘러본 송흥록이 감사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차리고는 ‘천지생겨 사람나고 사람생겨 글자낼제’ 하고 시작되는 춘향가중의 옥중가를 시작하였다.

송흥록이 형장맞아 죽고, 난장맞아 죽고, 처녀로 죽고, 아이가 죽어 된 온갖 귀신들이 울음을 우는 귀곡성을 거쳐 춘향이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대목으로 옥중가를 마쳤을 때에 누각 위는 그야말로 쥐죽은 듯이 고요하였다. 바람도 없는데 촛불만이 저 혼자서 푸르륵 푸르륵 떨 뿐이었다. 기생들은 얼굴이 핼쓱하니 질린 채 겁에 질려 치마고름으로 눈물을 찍어내고 있었고, 감사를 비롯한 남자들은 온몸에 솟은 소름을 털어내느라 어깨를 들썩거렸다.

먼저 입을 연 것은 감사였다.

“가왕의 칭호가 과연 허명이 아니었구나. 내가 여러 고을을 돌아다니면서 여러 명창들의 소리를 들어 보았니라마는, 소리 한 대목에 등줄기에서 소름이 돋고, 입안에 침이 마르기는 처음이니라. 헌데, 네가 방금 부른 그 소리가 그 유명한 송흥록의 귀곡성이란 말이더냐?”

“그러하옵니다, 나리.”

“소문대로 정말 꿈에 귀신한테 배웠단 말이더냐?”

“예, 나리.”

“하면. 어디 네가 귀신한테 귀곡성을 배운 얘기나 들어 보자꾸나.”

“나리께서 원허시면 들려 드립지요.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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