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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편제의 시조 가왕 송흥록 <8>

“나넌 인자 성님의 고수노릇언 그만둘라요. 성님이나 혼자 가시씨요.”

다음날 전주감영으로 떠나는 가마에 오르면서 송흥록이 아, 뭣허고 자빠졌냐? 얼렁 북 안 챙기고, 하며 다그치자 동생 광록이 엉뚱한 소리를 했다.

“그것이 먼 자다가 봉창얼 뜯는 소리냐? 북쟁이가 고수노릇얼 안 허겄다면 멀 허고 살라고?”

무슨 일인가로 심사가 뒤틀려 부려보는 심통이려니 하고 가볍게 생각한 흥록이 눈을 부라렸다. 광록이 고함을 버럭 질렀다.

“아, 인자넌 성님의 고수노릇언 안 헌당깨요.”

“뭣땜시 안허냐고? 니가 싫어허던 맹렬이다 가뿌리고 없는디, 왜 안혀?”

“꼭 그 여자땜이 아니라, 사실언 내가 진작부터 고수럴 그만둘라고 혔었소. 성님도 한 번 생각혀 보시씨요. 북없는 소리가 어디 당키나 허요. 헌디도 사람덜언 고수럴 아주 천허게 취급얼 헌당깨요. 소리꾼이 가마럴 타고 위풍도 당당히 갈 때에 고수는 무거운 북얼 둘러메고 이삿짐 뒤의 강아지맨키로 쫄래쫄래 따라가야 허고, 소리 한바탕이 끝나면 재창이요, 삼창이요, 손바닥이 터지도록 박수럴 받는 것도 소리꾼이고, 허다못혀 행하만 해도 그려라우. 고수헌테넌 소리꾼의 열에 한 깐빽이 안 준당깨요. 성님언 고수의 설움얼 모를 것이요. 속으로 흘리는 눈물을 모를 것이랑깨요.”

“야이, 빌어묵을 놈아, 너허고 나허고넌 한 뱃속에서 나온 성제간인디, 니껏 내껏이 어딨냐? 너 잘되는 일이 나 잘 되는 일이고, 나 잘 되는 일이 너 잘 되는 일이 아니더냐? 잔말 말고 따라나서그라.”

“아니구만요. 나도 이참에 소리공부나 떠날라요. 성님맨키로 십년 한정허고 목구녕에서 피럴 한 서너 동우 쏟으면 소리럴 못 얻을랍디여? 하늘이 무너져도 안 따라갈 것인깨, 성님이나 떠나씨요. 성님의 소리에 북가락얼 맞출 고수야 전주에도 쌨고 쌨을 것이요.”

동생 광록이 핑 돌아서서 사랑으로 들어가 버렸다. 두 형제간의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송 첨지가 나섰다.

“그러그라, 흥록아. 저놈 맴얼 내가 알제. 권 명창얼 따라댕길 때에 나도 번번히 당혔던 일인깨. 내가 너럴 소리꾼으로 맹근 이유 중의 하나가 괄세받는 고수의 설움얼 알기 땜이었니라. 감사나리께서 지달리시겄다, 얼렁 서둘러 떠나그라. 소리꾼 옆에 고수 안 붙을라디야.”

송흥록은 결국 고수도 없이 혼자 달랑 가마를 타고 전주로 떠나게 되었다. 가는 길에 사령놈들에게 감사나리가 무슨 일로 급히 부르느냐고 물어봐도 모른다는 대답뿐이었다.

날이 저물어 임실에서 밤을 새우고 다음날 점심때가 겨워 감영으로 들어가려하자 감사는 선화당에서 잔치판을 벌이고 있으니, 그쪽으로 가라는 문지기의 말이었다. 가마에서 내리지도 않고 바로 선화당으로 갔다. 감사의 생일잔치라도 벌이는지 선화당에는 그만그만한 갓쟁이들 여남은 명과 전주권번의 기생들을 다 불러 모았는지, 울긋불긋한 비단옷을 입은 기생들도 스무 명 남짓이 소리를 하고 춤을 추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음식상 말미에 고수며 소리꾼 예닐곱 명이 개다리소반 앞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운봉 비전리에 사는 송흥록을 데리고 왔다고 사령놈이 고하자 술 몇 잔에 얼굴이 불그죽죽한 감사가 가까이 오라는 듯 손을 까딱거렸다. 송흥록이 허리를 잔뜩 구부리고 다가가 납작 엎드렸다. 감사가 말했다.

“네가 송흥록이더냐? 네놈이 소리를 잘한다면서? 헌디, 한 걸음 늦었니라. 너를 부른 것은 내가 아니라 한양에서 오신 김병기 대감이었니라. 급한 파발이 온 통에 새벽에 떠나셨니라마는.”

송흥록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무슨 말씀이십니까? 하는 눈빛으로 감사를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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