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 말씸이신지요? 스승님.”
“그만 세상에 나가도 된다는 말이니라. 내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사실은 네 소리가 삼년 전부터는 폭포를 뚫었었니라. 네가 여기 앉아서 부르는 소리를 내가 법당 부처님 앞에 앉아서도 들을 수가 있었니라.”
“하이고, 아니구만요. 인자사 제우 소리가 무엇인지 깨달아가고 있는 중이구만요. 내치시지 마시고 쪼깨만 더 갈쳐주시지라우.”
송흥록이 간곡하게 부탁을 했다. 그러나 월광선사가 고개를 내저었다. 송흥록은 백운암을 떠날 때가 가까워온 것을 깨닫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스승님께서 시방 내가 부르는 소리럴 들으시면 뭐라고 말씸허실랑가?
송흥록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학슬풍을 앓는 매부를 찾아갔다가 엉겁결에 들은 진양조 가락을 완성시켜 보겠다고 꽤나 애를 썼지만 늘 가슴에 차지 않다가 매정하게 떠난 맹렬이 때문에 장님 문고리 잡는 식으로 입에 올려 보기는 했으나, 아직도 자신이 없기는 여전히 마찬가지였다.
재작년이던가, 생명이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찾아가자 숨이 깔딱거리는 속에서도 매부 김성옥이 송흥록의 손을 꼭 움켜쥔 채 간곡하게 부탁을 했다.
“처남, 자네야 천하의 명창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네만, 내가 보기에는 아직도 중중모리보다 더 늦은 진양조 가락이 늘 부족허다는 느낌일세. 가심속의 한얼 담아내는 데는 진양조만헌 가락이 어디 있겄능가? 내가 어뜨케든 그것얼 완성혀 볼라고 혔는디, 인자는 안 되겄구만. 염라대왕께서 나럴 부르시네. 내가 못다헌 것얼 자네가 부디 완성혀 주게.”
“흐따, 매부도 별 말씸얼 다 허시요이. 아, 매부가 못헌 것얼 부족헌 내가 어찌헐 것이요. 말이 나왔응깨 말이제만, 진양조 가락이사 쩌 지낸번에 허신 ‘쓸쓸허고 쓸쓸허이. 병석에 눕고 보니 참으로 고독허이’ 허신 그 가락이 제격 아닙니껴? 쪼깨 껄쩍지근허기는 혀도 매부의 그 가락이 진양조가 맞지라우.”
“아니랑깨 그러네. 그때 내가 헌 것언 내 처지가 하도 한심허고 폭폭혀서 저절로 나온 소리고, 그것얼 참말로 내 소리로 맹글라면 춘향가럴 부를 때도 나와야 허고 심청가럴 부를 때도 맴묵기에 따라서 나와야 허능 것이 아닝가? 부디 자네가 완성얼 혀 주게.”
“매부의 뜻이 정 그렇다면 못난 재줄망정 한 번 혀 보제라우.”
그때는 그러고 말았는데, 여기저기 불러다니느라, 타고난 역마살 때문에 팔도를 입 하나만 들고 유람을 다니느라, 대구기생 맹렬이를 만나 티격태격 살아가느라 깜박 잊고 있었는데, 아버지 말씀마따나 맹렬이가 떠나면서 남겨주었는지 어쨌는지, 모처럼 진양조다운 진양조가 나왔는데, 구룡폭포에 와서 사흘밤을 내리 그 가락과 씨름을 해도 잘 안되는 것이었다. 맹렬이를 생각하며, 그리움을 가슴에 담아 스스로 처량해져서 부르다보면 옳거니, 이것이 진양조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도 춘향가나 흥부가 중의 한 대목을 가지고 부르다보면 시작은 진양조이다가 끝은 중중모리나 중모리 가락으로 바뀌어버리는 것이었다.
흐참, 소리란 것이 에렵기넌 참말로 에려운 것이로구나. 명색이 스무 해 가까이 소리공부럴 헌 내가 이까짓 진양조 한 가락에 쩔쩔매는 것얼 본깨.
그렇게 중얼거리는 송흥록의 뇌리를 어떤 생각 하나가 빠르게 스쳐갔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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