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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편제의 시조 가왕(歌王) 송흥록<2>

갔능갑구나, 참말로 갔능갑구나. 시방쯤언 어디럴 가고 있으까. 팔랑재를 넘어가고 있으까. 함양에 하마 당도혔으까. 평생얼 가마만 타고 댕기던 발로 그 높은 재럴 어뜨케 넘어갔으까이. 발바닥에 물집언 안 생겼으까. 하이고, 빌어묵을 년, 십리도 못 가서 발병이나 나 뿌리그라. 발병이 나서 쩔룩이는 발로 나 쪼깨 살려주시씨요, 험서 들어오면 얼매나 좋으까이.

 

송흥록이 한숨을 들이쉬고 내쉬다가 ‘맹렬아, 잘 가거라’ 하고 진양조 가락으로 읊조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낮은 소리이다가 진주나 대구쯤을 향해 훠이훠이 가고 있을 그녀의 모습이 머리를 채우고 덤비자 목울대에 힘이 들어가고 가슴이 꺽꺽 막히면서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하이고, 이 일얼 어째사 쓴다냐? 내가 맹렬이를 어째사 쓴다냐?

송흥록이 벌떡 일어나 앉아 손등으로 눈물을 쓱 닦고 있는데 문이 벌컥 열리면서 동생 광록이, 성님. 아부지가 오래요, 하고는 형을 살피는 눈빛으로 찬찬히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할 말이 있는 모양이었다.

“아부지가 뭣 땜시 나럴 오란다냐?”

어머니의 잔소리만으로도 귀에 신물이 날 지경인데, 아버지까지 가세를 하려는가 싶자 다시 가슴이 답답해진 송흥록이 언짢은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 그것을 어쩌케 안다요? 암튼지 내가 생각허기에도 맹렬이라는 그 여자넌 성님의 짝언 아니었소. 몇날 며칠 델꼬 놀기에는 어쩔랑가 몰라도 송문의 자석얼 낳고 송문의 제사상얼 채리기에넌 택도 없는 여자였당깨라우. 엄니 말씸마따나 툴툴 털고 일어나씨요. 그만헌 여자라면 어디간들 없겄소?”

명색이 시동생뻘이고 흥록이 소리를 할 때에 북가락을 맞추는 고수노릇을 하던 자기를 기생집 하인이나, 명창을 태우고 가는 말을 모는 마부 취급 밖에 안해주던 맹렬에게 섭섭한 감정이 많이 쌓였던 광록은 어머니보다 한술 더 뜨고 나왔다.

“아, 죙히 못허냐? 니눔이 뭣얼 안다고 주둥이럴 놀리냐? 놀리기럴.”

송흥록이 목침을 들어 던지려다가 어디, 떤질라면 던져 보시씨요, 하고 두 눈 똑바로 뜨고 쳐다보는 동생을 향해 차마 던지지는 못하고 고함만 버럭 질렀다.

“아부지가 지게작대기 들고 쫓아오기 전에 얼렁 가보씨요. 하따, 꼬소롬허다. 인자 다시 그년이 내 집에 들어서면 내가 다리몽셍이럴 팍 뿐질러 뿔릴랑구만.”

동생 광록이 한 번 더 복장을 질러놓고 어디 마실이라도 나가는지, 젊어 청춘 좋은 그때, 하고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사립을 나갔다. 아, 얼렁 안 오고 뭣허냐? 하고 재촉이라도 하는 듯이 윗방에서 흠흠하는 아버지의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아, 가요, 간당깨요.

광록의 말마따나 성질이 불같은 아버지가 정말 지게작대기라도 들고 달려올까 싶어 흥록이 얼른 몸을 추슬러 윗방으로 갔다.

“저 왔구만요, 아부님.”

흥록이 무릎을 꿇고 앉아 들으나마나 뻔한 맹렬이를 잊으라는 충고의 말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버지 송 첨지의 입에서 나온 것은 뜻밖의 소리였다.

“아까막시 니가 부른 가락이 으떤 가락이더냐?”

“예? 무신 말씸입니껴?”

영문을 모르는 송흥록이 물었다.

“아, 맹렬아 어쩌고 헌 소리말이니라? 그것이 니가 그동안 얻기위혀서 알탕갈탕허던 중중모리보다 더 느린 가락이 아니더냐?”

“그것이 그렸습니껴? 저는 가심이 북받쳐서 뭔 소리럴 어뜨케 지껄였는가도 모르겄는디요이.”

“니가 몇 년 전에 여산에 있는 느그 매부헌테 댕겨와서 안 그렸냐? 니가 학슬풍얼 앓아 꼼짝얼 못허고 있는 매부헌테 ‘매부, 요짐언 병세가 어떠허며 과히 적적허지나 안 허신가요?’ 하고 느린 중모리로 안부럴 물응깨, 느그 매부가 잔뜩 비감헌 목소리로 ‘쓸쓸허고 쓸쓸허이. 병석에 눕고보니 너무너무 고독허이’ 허고 대답얼 허는디, 그 소리가 너무 애절허고 슬퍼서 간장이 다 녹는 것 맨키드라고 안 혔냐? 내가 생각헐 때넌 니가 얻을라고 허던 그 소리가 분명혔는디, 그것이 맹렬이가 가뿌린 절통헌 맴에 무심중에 나온 소리란 말이제?”

송 첨지가 혀를 끌끌 찼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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