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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편제의 시조 가왕(歌王) 송흥록<1>

맹렬아, 잘 가거라. 맹렬아 맹렬아 맹렬아 맹렬아 맹렬아 맹렬아 잘 가거라.

네가 가면 정마저 가져가지, 몸은 가고 정은 남으니, 쓸쓸한 빈방 안에 외로이 애를 태우니 병 안 될쏘냐.

 

대구 기생 맹렬이 끝내 뒤 한 번 돌아보지 않고 떠나버리자 송흥록이 가슴을 쥐어뜯으며 느린 진양조 가락으로 피울음을 쏟아냈다. 성질이 고약하고 투기가 심하여 지방 수령들 앞에서 소리를 할 때에 꽃 같은 기생에게 눈길 한 번 주는 꼴을 못보고, 소리나들이라도 갔다가 약속한 날에서 하루만 늦어도 어디서 어떤 년하고 분탕질을 치고 왔느냐며 혹시 옷가지에 남아있을 분냄새를 맡느라 코를 킁킁거리던 그녀였지만, 따지고 보면 어설픈 소리를 얻었다고 기고만장한 자신을 일깨워 목에서 피를 한사발이나 쏟게 하여 하늘을 뚫을 소리를 얻게 만들어주었던 여자였다.

갔느냐? 맹렬아, 니가 나럴 버리고 참말로 가 뿌렀느냐?

송흥록이 탄식을 내뱉으며 끙끙 앓고 있을 때였다. 조심스레 문이 열리더니, 어머니가 기웃이 얼굴을 디밀었다.

“그 썩을 년, 허는 꼴이 백년 묵은 여시 꼴이라 눈에서 다래끼가 나도록 꼴뵈기 싫더니, 십년 묵은 체쯩이 니려간 것맨키로 씨원허다. 시상에 계집이 어디 그 한 년뿐이라더냐? 흥록이 니 정도면 문 밖만 나서면 너 좋다는 계집덜이 환장얼 허고 달겨들 것이다. 그만 툴툴 털고 일어나그라. 계집 때문에 생긴 상사가 밤얼 넴기면 하루가 이틀되고 이틀이 열흘되고 그러다가 끝내넌 가심에 옹아리로 맺히니라. 떠난 계집언 한시라도 빨리 잊는 것이 좋당깨.”

날마다 비단옷에 분바르고 대감집 안방마님처럼 퍼질러 앉아 시어머니가 해다 바치는 밥상을 받던 며느리 꼴에 신물이 나 하던 어머니는 맹렬이 떠난 것이 좋아 못 견디겠는 모양이었다.

송흥록이 입가에 웃음까지 벙긋 띠고 설득하려드는 어미를 흘끔 올려다보며 고함을 버럭 질렀다.

“엄니넌 거 모르시면 말씸얼 허덜 말랑깨요. 맹렬이가 없이먼 하루도 못 산당깨요, 나넌. 가심에서 열불이 나서 미치고 폴딱 뛰겄당깨요.”

“그려서 어뜨케 흐겄다는 소리냐? 그년얼 따라 또 단봇짐이라도 쌀 심이냐?”

“못 그럴 것도 없지라우. 지가 가봐야 부처님 손바닥인깨, 진주 아니면 대구에 있겄지라우. 오널이사 저도 화가 단단히 나 있응깨, 못 들은체 뒤도 안 돌아보고 갔지만, 사나흘만 지내면 저도 내가 그리워 발싸심얼 헐 것이요.”

“나넌 인자 그년 꼴언 못 본다. 이번에넌 또 어떤 장난얼 칠지, 지낸번에 니가 그년얼 진주에서 데꼬올 때도 목심얼 걸었었담서? 진주병사가 너헌테 그랬담서? 소리럴 그리 잘허는 명창이면 퇴깽이 배가르는 대목얼 가지고 자기럴 한 번 윗기고 한 번 울리라고. 그 대목언 애원성이 강혀서 사람얼 윗길수가 없는디, 윗기라고 혔담서? 그려서 니가 온갖 지랑방정얼 다 떨어도 안 웃다가 마지막으로 하이고, 할아부지, 왜 안 웃으시오? 참말로 불쌍헌 나럴 쥑이기로 작정얼 허셨소? 허고 달라들었더니, 제우 픽 웃어가꼬 니가 죽을 목심얼 살았담서? 그것이 요사시런 그년이 시킨 일이었담서? 이번에 니가 또 그년얼 찾아가면 무신 우세럴 시킬랑고? 사내가 계집 앞에서 그런 꼴얼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당허면 계집니 사내럴 똥친 막대기 취급얼 헌당깨. 글고 그년언 한 남정네만 셈기고 살 팔자가 아니니라. 니가 시방 명창 소리럴 듣고 니 소리가 삼천리럴 쩌렁쩌렁 울링깨, 묵고 살 것이나 없능가, 소문이 자자헌 명창얼 델고 산다는 허영심에 니 앞에서 온갖 알랑방구럴 다 뀌어도 너헌테서 묵고 살 것이 없으면 하루도 못 살고 도망얼 갈 년이랑깨. 그년의 눈밑이 거무튀튀허고, 눈알에 물기가 번드레헌 것이 사내넌 오직이나 밝히게 생겼냐? 니가 종내 그년허고 살다가넌 제 명에 못 죽어야. 긍깨, 내 말대로 그년언 죽은년이라고 치고, 어디 훨훨 한바탕 댕겨오니라. 글다가 보면 다른 인연얼 만나게 될 것이고, 새 인연에 취허다 보면 옛 인연언 저절로 잊어질 것이니라.”

“하이고, 엄니. 참말로 내가 미치는 꼴얼 보고 잡소?”

어머니의 타이름을 귓등으로 흘려듣던 송흥록이 다시 고함을 버럭 지르고 이불을 둘러써버렸다. 어머니가 혀를 끌끌 차며 돌아갔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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