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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누른대 출신, 조선조시대 충신 유 자 광 <61>7. 하늘을 우럴어 한 점 부끄럼도 없는 <3>

어느날이었다.

내금위장 김관이 겸사복 15명과 교위 15명을 거느리고 자광의 집을 에워쌌다.

자광이 상복을 입은 채로 나와 겸사복장을 맞았다.

“무슨 일인가?”

자광이 물었다.

“무령군을 역모의 혐의로 잡아 들이라는 상감의 명이 있었습니다.”

겸사복장이 대답했다.

“내가 역모를 했다고?”

“그렇소. 김질이 상감께 아뢰었소.”

“김질이?”

자광의 미간이 내천자를 그렸다.

김질은 인수대비와 한명회의 편에 붙어 알랑거리는 간신 가운데 간신이었다. 유자광이 보기에 김질은 자신의 출세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못할 것이 없는 악인이었다.

자광의 생각으로는 그랬다.

그래서 궐에서 마주치는 일이 있어도 인사도 제대로 주고 받지 않는 사이였다.

더구나 김질은 성삼문 등 사육신을 밀고하여 출세의 길로 들어선 자였다. 한 때 동문수학하던 벗들을 죽음의 길로 몰아넣고 혼자 출세가도를 달린 김질을 자광은 사람취급도 하지 않았다.

마음에 품은 것은 얼굴에도 드러난다고 했던가?

자광의 그런 속내를 김질이 눈치채고 있었음이 분명했다.

그런 자의 고변으로 시작된 일이라면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자광은 믿었다. 자신이 역모의 역자도 마음에 품은 일이 없으니, 결백은 이내 밝혀지리라고 믿었다.

 

추국장은 이미 열려 있었다.

김질이 누군가를 심문하고 있었다.

한 눈에 봐도 천민이 분명한 자였으나, 자광은 낯선 자였다.

자광이 무릎을 꿇고 앉자 김질이 낯선 천민에게 물었다.

“네가 유자광의 집에서 들은 대로 말하거라.”

“예, 쇤네는 무령군의 집에 고기를 대고 있었는데, 하루는 고기를 들여주고 나오다가 사랑에서 흘러 나오는 얘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무슨 얘기를 들었느냐?”

“무령군이 아우되는 분과 소곤거리고 있었는데, 간밤에 꿈이 험하다고 하였습니다. 해가 동쪽에서 떠오르는데, 쏘아 맞혀 곧 떨어졌거든, 하였습니다.”

자광이 천민을 돌아보았다.

그제서야 김질 앞에서 심문을 받고 있는 자가 집에 고기를 대는 백정임을 알고 자광이 실소를 머금었다. 이름이 박성간이었는데, 언문도 읽을 줄 모르는 자였다.

김질이 물었다.

“꿈 얘기 밖에 없었느냐? 네가 들은 또 다른 말은 없느냐? 네가 나한테 말하기를 유자광이 남이의 일을 애기했다고 하지 않았느냐?”

“맞습니다. 남이를 들먹였습니다.”

“무어라고 했느냐? 남이가 어리석었다고 하지 않더냐?”

“그랬습니다. 남이가 어리석어 남에게 누설하였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하였느냐?”

김질의 물음에 박성간이 머뭇거렸다. 무슨 대답을 해야할지 모르는 것이 분명했다.

“자광이 자기같으면 어떻게 할 것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느냐? 네가 어제 나한테 했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거라.”

“맞습니다. 자기같으면 절대로 일이 성사되기 전에는 남에게 얘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자기가 군사 3. 4십 명을 이끌고 가서 밤을 틈타 우두머리를 먼저 죽이면 누가 능히 항거하겠는가? 하였습니다.”

“알겠다. 너는 그만 돌아가거라.”

박성간을 보낸 김질이 자광에게 물었다.

“박성간의 말에 의하면 무령군은 분명 역모를 입에 올렸소. 마음에 불순한 뜻을 품은 것이 분명하오.”

김질의 말에 자광이 허허허 호탕하게 웃었다.

“이보시오. 남을 모함하려거든 그럴듯한 틀을 짜서 모함하시오. 방금 심문을 받고 돌아간 박성간이라는 자는 내 집에 고기를 대는 백정으로 종종 내 집에 들르기는 하지만, 청지기가 고기를 받아 안채로 전달하니 사랑채에는 들어 올 일이 없소이다.”

김질이 말했다.

“한 포졸이 열 도둑을 못 지킨다고, 담이라도 넘어 들어갔는지 어찌 알겠소?”

“내가 그런 불손한 말을 한 일이 없으니, 박성간이 그런 말을 들었다는 것은 거짓이요.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모함을 하는 것이겠지요.”

“누군가의 사주를 받았다?”

“그렇소이다. 박성간이란 자는 언문도 모르는 자로 제 머리로는 스스로 그런 엄청난 일을 꾸밀 능력이 없소.”

자광이 그렇게 말 할 때였다.

박성간이 자광의 말을 함께 들었다고 고변한 통개장. 안수장을 비롯하여 자광의 집 하인들을 잡아와 곤장을 치며 추궁하였다. 그러나 모두들 한결같이 모르는 일이라고 대답했다.

밤이 이미 4경이라 상감이 다음날을 기약하고 자광을 옥사에 가두도록 명하였다.

다음날이었다.

추국장이 열리기 전에 대전에서는 자광에게 역모의 혐의가 있으니 참수를 하여야 한다고 조정대신들이 들고 일어났다.

“무령군 유자광은 신분이 미천한 얼자출신으로 작은 재주를 부려 세조대왕의 총애를 받았고 남이의 일을 고변하여 익대공신 1등과 무령군에 봉해진 자로 교활하기 그지 없는 인물입니다.”

“그런 자가 감히 해를 쏘아 맞혔네, 어쩌네하면서 역모를 마음에 품은 것은 죽어 마땅할 죄입니다. 유자광을 참수하여 저자거리에 효수하시옵소서.”

“유자광을 참수하소서, 전하.”

한결같이 자광을 참수해야 한다고 떠들었지만, 누구 한 사람 자광의 편에 서서 옹호하는 자는 없었다.

“일단은 자광의 말을 더 들어 봅시다. 모두 추국장으로 나갑시다.”

추국장을 연 상감이 원상 최항과 김질로 하여금 국문토록 지시했다.

먼저 최항이 물었다.

“전하께서 내리신 은혜가 하늘에 닿았거늘 그대는 어찌 역심을 품었는가?”

“소신은 역심을 품은 일이 없습니다.”

자광의 당당한 대꾸에 이번에는 김질이 물었다.

“박성간의 말에 의하면 너는 분명 역심을 품고 있었다. 누구와 역모를 하려고 했느냐?”

“신은 역모의 역자도 마음에 품은 적이 없소. 박성간을 불러 대질을 시켜 주시오.”

“박성간에게는 더 이상 들을 말이 없다.”

김질이 입가에 싸늘한 웃음을 흘리며 자광의 청을 한 마디로 잘랐다.

자광이 상감을 향해 아뢰었다.

“전하, 소신이 박성간이 김질에게 전했다는 말을 참으로 했다면 백번 죽어 마땅한 죄이옵니다. 하오나 소신은 그런 말을 입 밖에 낸 적이 없사옵니다. 부디 박성간과 대질하도록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상감이 말했다.

“자광의 청을 들어주도록 하거라.”

내금위 군사들이 달려가 이내 박성간을 데리고 왔다.

자광이 다시 상감에게 아뢰었다.

“전하, 소신이 박성간에게 몇 마디만 하문할 기회를 주시옵소서.”

그러자 김질이 가로막고 나섰다.

“아니 됩니다, 전하. 국문중의 죄수가 증인을 심문할 권리는 없사옵니다.”

“아니다. 이 자리는 유자광이 역심을 품었느냐 아니냐를 가리는 중대한 자리다. 유자광에게는 목숨이 걸린 문제다. 유자광에게 심문의 기회를 주도록 하거라.”

김질이 할 수 없이 자광에게 질문의 기회를 주었다.

자광이 박성간에게 물었다.

“네가 나와 내 동생이 얘기를 주고 받은 것을 들은 곳이 어디더냐?”

“그야 물론 사랑채였습지요.”

“네가 내 집의 사랑채에 들어 왔었다는 말이렸다?”

“예, 예, 그러믄입쇼.”

“우리집 사랑채에는 방이 몇 개가 있더냐? 내가 어느 방에서 동생과 얘기를 나누고 있더냐?”

자광의 질문에 박성간이 당황하여 우물쭈물 하다가는 김질의 눈치를 살폈다.

김질이 대신 대답했다.

“이놈아, 네가 나한테 얘기하기를 방이 세 개가 있었는데, 가운데 방에서 얘기를 나누었다고 하지 않았느냐?”

“예, 예, 맞습니다요. 가운데 방에서 그랬습니다요.”

“틀렸다. 내 집의 사랑채에는 방이 두 개 밖에 없다. 가운데 방이 있을 수가 없느니라. 내가 너한테 모질게 대한 일이 없거늘 어찌하여 나를 모함하느냐? 너는 분명 누군가로부터 나를 모함하라고 사주를 받았다. 누구냐? 너한테 사주를 한 것이.”

자광이 윽박지르듯 묻자 김질이 나섰다.

“전하, 유자광의 직접심문을 멈추게 하소서. 죄인은 지금 증인을 협박하고 있사옵니다.”

자광이 상감을 올려다 보며 말했다.

“전하, 소신은 하늘을 우럴어나 땅을 굽어서나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사옵니다. 박성간은 분명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 소신을 음해하고 있사옵니다. 어제 밤에 소신의 집 하인들을 데려다가 곤장을 치며 문초를 했사옵니다만, 한결같이 아니라고 대답하였나이다. 박성간도 곤장을 치면 사주한 자를 토설할 것이옵니다.”

김질이 당황하며 앞으로 나섰다.

“전하, 증인에게 곤장을 칠 수는 없사옵니다. 만약 그런다면 누가 함부로 고변을 하겠사옵니까? 굽어 살펴 주시옵소서.”

“박성간이 증인이라 곤장을 칠 수가 없다면, 내 집 하인들은 어찌하여 곤장을 쳤소이까? 그들도 분명 증인으로 불려왔던 것이 아니었소?”

“그들은 죄인의 집 하인들이기에 곤장을 친 것이요.”

“그렇다면 좋소. 이 자리에서 내가 박성간을 무고죄로 고변하겠소.”

“무고죄로 고변한다?”

“그렇소. 그리되면 이제 박성간도 죄인이 되는 것이니, 곤장을 쳐도 무방할 것이요.”

자광의 말에 상감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자광의 말도 일리가 있다. 박성간을 곤장으로 쳐라. 그리고 국문은 원상이 하도록 하시오”

상감의 말에 원상 최항이 앞으로 나섰고, 군사들이 박성간을 형틀에 묶었다.

그때였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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