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감이 남이와 강순, 반역도당들을 의금부 옥사에 가두도록 이르고 대전에 종친과 조정대신들을 모두 불러 들인 다음 보성군 이함과 춘양군 이내를 잡아오라는 명을 내렸다.
겸사복의 군사가 달려가 이내 두 사람을 잡아왔다.
상감이 물었다.
“너희 부자가 남이와 더불어 모반을 꾸미려 했느냐?”
보성군 이함이 대답했다.
“지난번 강순이 노비문서의 일로 신의 집에 이르렀는데, 신이 술을 대접하였더니, 강순이 마시던 잔을 소매 속에 넣고 가길래 신은 그가 술잔을 좋아해서라고 생각하여 백자 한 점을 보냈을 뿐, 반역을 모의한 바는 없습니다. 또한 신은 강순의 집에 간 일이 없습니다.”
아비의 뒤를 이어 아들 춘양군 이내가 말했다.
“신은 상왕께서 승하하시기 전에 한번 찾아갔을 뿐입니다.”
“알겠다. 너희 부자가 불손한 마음을 품지 않았음을 믿겠다.”
상감이 이함 부자에게 술 한 잔씩을 권한 다음에 돌려 보냈다.
결국 남이의 오만과 욕심은 저자거리에서 목이 잘려 이레 동안 효수당하는 참화를 불러 왔다.
남이의 모반이 수습되자 상감이 교서를 내렸다.
“내가 덕이 박함으로써 국가의 어려움을 만나 경경하게 상중에 있어 오직 임무를 다하지 못할까 두려웠는데, 뜻밖에 간신이 나와 처음 임금이 된 때를 틈타서 갑자기 흉한 꾀를 꾸며 몰래 불령한 무리를 모아 사직을 위태롭게 하기를 도모하여, 화기가 거의 일어나게 되었는데, 오히려 천지와 조종의 도우심을 힘입어 역모가 저절로 실패하여 모두 천추를 받았으니, 이에 난을 평정한 시초를 마땅히 죄를 용서하는 어짐을 베풀어야할 것이다. 이달 27일로부터 모반대역과 자손으로써 조부모. 부모를 때리거나 욕한 것과 처첩으로 지아비를 죽이기를 꾀하거나 노비가 주인을 죽이기를 꾀한 것과 고의로 살인을 꾀한 것과 단지 강도. 절도 및 강상에 관계되는 일을 범한 것을 제외하고는 이미 발각된 것이나 발각되지 아니한 것이나, 이미 결정된 것이나, 결정되지 아니한 것이나 모두 용서하여 면제한다. 아아! 환란을 진압하여 종사를 튼튼히 하였으니, 이미 비상한 경사가 있고, 관대한 은전을 펴서 허물을 씻으니 막대한 은혜를 내림이 마땅하다.”
교서를 내림과 동시에 상감이 역당들의 재산을 환수하여 공신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7. 하늘을 우럴어 한 점 부끄럼도 없는 <1>
“네가 정녕 너한테 떳떳하더냐? 하늘을 우럴어 한 점 부끄럼이 없더냐?”
상감의 교지를 받기 위하여 한양으로 온 아버지 유규가 아들 자광을 앞에 앉혀 놓고 엄한 눈빛으로 물었다.
“소자 조금도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았습니다.”
자광이 대답했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그리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네가 익대공신이 되고 무령군을 제수받고, 역당 남이의 집을 하사받아 살고 있는 것을 네 분수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뒷말을 하는 자도 있을 것이다.”
“소자, 어찌 그것을 모르겠습니까? 심지어는 남이의 역모를 진압한 공으로 은전을 입은 공신들 중에도 소자를 시기하고 업신여기는 조정신료들이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행동거지에 각별히 조심하거라. 네가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네가 하는 행동 한 가지 한 가지가 모두 사람들의 입살에 올라 짓이겨질 것이니라.”
“소자, 아버지의 말씀을 명심하겠습니다.”
자광의 말에도 아버지 유규는 마음이 놓이지 않은 모양이었다. 당부하고 또 당부했다.
이날 아버지 유규와 어머니가 상감으로부터 교지를 받았다.
유규는 가정대부 행 중추부 첨지사를 제수받았고, 어머니는 정부인의 첩지를 받았다.
“살다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 자광아. 홀로 한양에 와서 이리 높이 되었구나. 이제 어미는 죽어도 여한이 없구나. 하녀에서 정부인이 되었으니, 여기서 무엇을 더 바란다면 하늘이 벌을 내릴 것이다. 장하고 고맙다, 내 아들, 자광아.”
어머니가 눈물을 글썽였다.
자광의 가슴에서도 뜨거운 기운이 울컥 솟아 올랐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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