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작당한 자가 누구인가? 빠짐없이 대거라.”
남이가 강순을 돌아보며 대답했다.
“강순입니다. 지난 해 9월 세조께서 승하하신 후에 마침 하늘의 변고가 있었고, 강순이 밀성군과 더불어 도총부에 입직하고 있었는데, 신이 찾아가니 밀성군은 안으로 들어가고, 강순이 신의 손을 잡고 말하기를 ‘바야흐로 어린 임금이 왕위를 이었는데, 하늘이 변고를 알리니 장차 간신이 반드시 때를 타서 난을 일으킬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되면 우리들은 세조의 은혜를 받아 장군이라 이름하였으므로 반드시 먼저 화를 입을 것이 아니던가? 장차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하고 물었습니다. 신이 ‘악한 자가 선수를 치는 것이 가하겠습니까?’ 대답하니, 강순이 신의 말이 옳다고 하였습니다.”
“계속하거라. 강순과 나눈 말을 한 마디도 빼놓지 말고 모두 아뢰거라.”
“그리하겠나이다. 얼마 후에 강순과 더불어 입직을 하였는데, 강순이 신이 숙직하는 곳에 찾아와 서로 더불어 고려사를 열람하다가 강조가 그 임금 송을 시해하고 순을 세운 것을 두고 말하기를 ‘그때는 잘못이라고 했지만 후세에는 오히려 잘 했다고 하니, 지금으로 보면 형세는 달라도 일은 같다’고 하였습니다. 신이 ‘계책은 이미 세워져 있다. 누구를 임금으로 삼으면 좋겠는가? 영순군은 어떤가?’하니, 강순이 ‘영순군과 귀성군은 한 몸 뿐이고, 후사가 미약하다. 내가 일찍이 보성군과 더불어 국가의 일을 의논하였는데 보성군이 탄식하지 아니함이 없었다. 그 아들 춘양군이 세 번 우리집에 왔다가 갔으므로 또한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들이 공을 세우고 물러나면 누가 우리들을 그르다고 하겠는가?’ 하였습니다.
강순이 서둘러 엎드려 아뢰었다.
“전하 남이의 말은 모두가 거짓이옵니다. 소신은 남이와 더불어 그런 말을 나눈 일이 없사옵니다.”
“정녕 그러한가?”
상감이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그러하옵니다. 어찌 거짓을 아뢰겠나이까?”
“저자를 곤장으로 매우 치거라.”
군사가 강순을 형틀에 묶고 곤장을 때렸다.
강순이 울면서 하소연을 했다.
“소신은 어려서부터 매를 맞아 본 일이 없는데 어찌 참을 수 있겠나이까? 남이의 말이 모두 사실입니다.”
“옳지. 이제야 바른 말을 하는구나. 죄인이 이미 자복하였으니, 취초토록 하거라.”
상감의 명에 심문관이 심문록을 가져다 수결할 것을 요구하자 강순이 붓을 들고 즉시 이름을 쓰지 아니하고 남이를 돌아보았다.
“내가 어찌 너와 더불어 모의하였다고 했느냐?”
“모두가 사실이지 않은가? 그대는 나와 더불어 죽는 것이 옳다. 또 그대는 이미 정승이 되었고, 나이도 늙었으니, 죽어도 후회가 없을 것이 아닌가? 나는 나이가 겨우 스물 여섯인데 참으로 애석한 일이로구나. 천하의 영웅이 재주를 잘못 썼구나. 진실로 애통하구나.”
강순이 남이의 말을 듣고 바로 수결하였다.
상감이 남이에게 물었다.
“누구와 작당을 하였느냐? 모두 대거라.”
“강순의 작당은 소신도 알지 못합니다. 다만 일찍이 강순이 말하기를 ‘홍윤성은 기개가 활달하여 더불어 일을 의논할 만한 자라 하였습니다만, 더 이상 말하지 않았습니다. 강순이 말하기를 본향 보령의 군사들 가운데 한양에 있는 자가 모두 1백여인인데, 만약 때가 이르러 말하면 모두가 따를 것이라 하였습니다.”
상감이 남이에게 다시 물었다.
“반역을 어찌 꾀할 생각이었더냐? 그 계획을 말해 보거라.”
남이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창덕궁. 수강궁은 지대가 낮은 곳에 있어 겉으로 드러나 바깥 사람이 알기 쉽기 때문에 전하가 산릉에 행차하실 때 사람을 시켜 두 궁을 불사르게 하고 성상이 경복궁에 돌아오기를 기다려서 12월 사이에 신이 강순과 더불어 일시에 입직하기를 약속하여, 신은 입직하는 겸사복을 거느리고, 강순은 입직하는 군사를 거느리고 거사하려고 하였습니다.”
“또 누가 있느냐?”
“민서. 변영수. 변자의. 문효량. 고복로. 오치균. 박자하. 조경치 등이 있사옵니다만, 미처 말하지 못한 자도 20여 명이 됩니다.”
상감이 남이의 입으로 불려진 자들을 모두 잡아오도록 명을 내렸다.
조경치가 제일 먼저 잡혀왔다.
그러나 조경치는 곤장 30대를 맞고도 역모를 부인하였다.
남이가 말했다.
“신이 만약 말을 하고 조경치가 ‘저 말이 옳다’고 하면 믿을 것이 못 되고, 조경치가 스스로 말하여 신의 말과 같다면 믿을 수가 있을 것입니다.”
상감이 명을 내렸다.
“저 놈을 매우 치거라.”
군사가 곤장을 힘껏 내리쳤다.
채 열대를 맞기도 전에 조경치가 입을 열었다.
“남이의 말이 모두 옳습니다. 소신이 남이. 강순과 더불어 역모를 꾀하려 했사옵니다. 죽여 주시오소서.”
남이가 말했다.
“주상께서 밝으신 성군이신데 신이 복이 적어 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신과 강순은 모두 일등공신이오니, 원컨대 먼 곳에 유배를 보내시든지 아니면 죽음을 내리소서.”
상감이 말했다.
“네가 죽을지를 모르고 모반을 하였느냐? 대신들과 의논하여 처결을 내리겠노라.”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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