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서가 불려 왔다.
상감이 물었다.
“네가 남이에게 들은 말을 사실대로 고하거라.”
“남이가 신의 집에 와서 지난 해 거산 싸움을 말하고 또 북방의 소식을 전하였는데, 신이 ‘황보인이 성을 쌓을 때는 잘못이라고 하였으나,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혜택을 입는다. 옛사람 가운데는 느릅나무와 버드나무를 서산에 심어서 오랑캐를 방어한 이도 있으니, 지금도 느릅나무와 버드나무를 성을 쌓지 아니한 곳에 심어 야인들과의 충돌을 막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였습니다.”
민서의 대답에 상감이 다시 물었다.
“또 무슨 말을 하였는가?”
“남이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하기를 ‘혜성이 나타나는 등 하늘에서 재앙을 내릴 징조가 보이는데, 이는 간신들이 득세를 하기 때문이다’고 하여 소신이 ‘간신이 누구냐’ 물었사옵니다.”
“남이가 뭐라고 대답하던가? 간신이 누구라고 하던가?”
“한명회라고 하였사옵니다. 그래서 소신이 ‘한명회가 간신이라면 어찌하여 주상께 아뢰지 않는 것인가?’ 하고 물었더니 ‘한명회가 하는 일을 좀 더 지켜보고 아뢰겠다’고 하였사옵니다. 또한 ‘이 말은 우리 둘만이 알 뿐 세 사람이 알아도 안 된다’고 하고는 술을 마시고 갔사옵니다.”
상감이 남이에게 물었다.
“너는 민서를 만나고 나서 곧 바로 유자광의 집으로 가서 광망을 얘기했다. 또한 짐을 경복궁으로 옮긴 다음에 한명회를 비롯한 조정대신들을 죽이려고 하였다. 아니 그러한가?”
남이가 대답했다.
“신이 민서의 집에 가서 그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일찍이 한명회가 신의 집에 와서 ‘상감은 적자를 세우는 것이 옳다’고 하기에 그가 난을 꾀하는 것을 알았사옵니다.”
남이의 말에 한명회가 자리에서 일어나 말하였다.
“신은 남이의 집에 가서 남이와 그런 말을 나눈 적이 없사옵니다.”
상감이 말했다.
“이는 모두 남이가 거짓으로 꾸민 말이니 상당군은 괘념치 말고 자리로 들어가시오.”
한명회가 자리로 돌아가자 상감이 문치빈에게 물었다.
“남이가 한 말을 사실대로 고하거라.”
문치빈이 대답했다.
“지난 번에 남이가 상소의 초안을 보여 주면서 신에게 교정하게 하였는데, 초안은 지금 신의 집에 있고, 다른 말은 들은바가 없사옵니다.”
상감이 기생첩 탁문아에게 물었다.
“네가 보고 들은 남이의 일을 사실대로 고하거라.”
탁문아가 벌벌 떨며 대답했다.
“남이가 요즘 북방이 수상하다고 하면서 사람을 시켜 갑옷을 수리하게 하고 또 박자하. 자전 형제가 와서 활과 화살을 만들며 남이가 항상 야행의 금지를 어기며 출입하는데 물으면 꾸짖고 말하지 아니하였사옵니다. 일찍이 강정승이 왔을 때에는 남이가 외청에서 마주대해 술을 마셨고, 또 선전관 이계명이 교위 5. 6명을 데리고 집에 왔다가 갔는데 남이가 그 어미에게 고하기를 ‘첨지 정승로가 이계명을 보고 도망을 갔습니다’ 하고 거짓말을 하였사옵니다.”
이번에는 상감이 남이의 서삼촌인 남유를 불러 냈다.
“네가 남이의 집에서 보고 들은 것을 사실대로 고하거라.”
남유가 대답했다.
“지난번 신이 남이의 집에 가니 김창손. 이중순이란 자가 먼저 와 있었는데, 서로 바둑도 두고 작은 과녁에 활을 쏘았사옵니다. 따로이 들은 말은 없사옵니다.”
상감이 남이에게 물었다.
“남유의 말이 네가 졸곡전에 활을 쏘았다는데 어찌하여 상중에 활을 쏘았느냐?”
남이가 대답했다.
“신은 무인이기에 활의 힘이 약해질까 염려되어 김창손 등과 함께 활을 쏘았을 뿐입니다.”
“세조의 혼이 소소하게 빈전에 계시니, 사실대로 아뢰거라. 어찌하여 짐을 경복궁으로 옮기려 하였느냐?”
“소신이 어찌 전하를 경복궁으로 옮겨 모시겠나이까? 추호도 그런 마음은 먹지 않았사옵니다.”
“저 놈이 거짓을 고하는구나. 곤장을 치도록 하거라.”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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