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사복장 남이가 역모를 획책하고 있다하오. 경들은 평소 남이한테서 수상한 점을 못 보았소?”
이부가 아뢰었다.
“특별히 수상한 점은 없었사오나, 오늘 듣고 보니 남이가 이상한 점이 있기는 있었사옵니다.”
“무엇이 말이요?”
“세조대왕의 상청에서 종친들이 입직을 하고 있을 때 몇 번 찾아온 적이 있습니다. 와서 묻기를 ‘종친이 입직하는 것은 예에 따라 하는가?’ 묻기에 신이 대답하기를 ‘주상께서 나와 귀성군, 하성군으로 하여금 졸곡 전까지 번갈아 입직하라고 명하였다’고 하였더니, 다시 ‘낮에는 어떻게 하는가?’ 하고 묻기에 ‘낮에는 상직하되 연고가 있으면 나간다’고 하였더니, 남이가 무슨 말인가 할듯하다가 머뭇머뭇 나갔습니다.”
이부의 말에 상감이 중얼거렸다.
“이는 분명 형편을 염탐하고 간 것이 아니겠는가? 여봐라. 남이를 잡으러 간 것은 어찌 되었는가?”
“예, 한계순, 이복, 신운을 비롯하여 겸사복 박지번, 유정, 조한신이 위사 1백여 명을 거느리고 이미 출발했나이다.”
“궐문 뿐만이 아니라 각 처소의 경계를 더욱 강화토록 하라.”
어린 상감이 입시한 조정대신들과 남이의 옥사에 대처할 방법을 의논하고 있는데, 환관 안중경이 아뢰었다.
“전하, 남이를 잡아왔다 하옵니다.”
“순순히 잡혔다 하더냐?”
상감의 물음에 겸사복 박지번이 엎드려 아뢰었다.
“아니옵니다, 전하. 소신이 군사 1백여 명을 이끌고 남이의 집에 가서 사방을 에워싸고 사람을 시켜 명패를 가지고 가서 불렀더니, 남이가 활과 화살을 가지고 담을 넘어서 도망을 갔습니다. 군사들이 한꺼번에 덤벼들어 머리털을 잡았더니, 남이가 칼을 뽑으려고 하여 군사들이 일제히 덤벼들어 묶었습니다. 또한 기생첩인 탁문아를 함께 잡아 왔사옵니다.”
“남이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
“수강궁 후원에 꿇려 놓았습니다.”
“짐이 직접 심문을 하겠노라. 조정대신들도 입시하시오.”
상감이 서둘러 수강궁 후원으로 나갔다.
상감이 남이에게 물었다.
“네가 요사이 누구를 만나 무슨 말을 하였느냐?”
남이가 대답했다.
“신이 신정보를 만나 북방의 일을 의논하였습니다.”
상감이 물었다.
“네가 문치빈을 몇 일날 보았느냐?”
“문치빈을 만난 것은 며칠 됩니다. 신이 상소를 초안하는데, 문치빈에게 교정을 부탁하였을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남이의 대답에 상감이 다시 물었다.
“네가 어제 오늘 사이에 누구를 만났느냐?”
상감의 물음에 남이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오늘 이지정의 집에 가서 바둑을 두면서 소신이 ‘북방에 변괴가 생기면 분명 내가 장수가 될 것인데, 누구에게 부장을 맡길만 한가?’ 하고 물으니, 이지정이 대답하기를 민서, 김견수, 장효손 등이 모두 그 직에 합당하지만, 김견수는 이미 외방에 나가 있고, 장효손 또한 다른 직을 맡아 외방에 있으니, 오직 민서가 합당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런 연후에 유자광의 집에 가서 강목을 가져다가 혜성이 나타난 한 구절만 보았을 뿐이고, 다른 의논을 한 일은 없습니다.”
“정녕 그러한가? 혜성이 나타난 부분에서 다른 것은 보지 않았는가?”
남이가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다른 것은 못 보았습니다. 유자광이 술을 마시자는 것을 사양하고 곧 바로 헤어졌습니다.”
“네가 짐한테 거짓을 고하고 있구나. 어찌 광망의 일은 말하지 않는 것인가?”
그제서야 남이가 자광이 낮에 나누었던 말을 고변한 것을 알고 얼굴이 핼쓱해 졌다.
임금이 유자광을 불러 들였다.
“유참지는 낮에 남이가 찾아와 했던 말을 사실대로 아뢰거라.”
자광이 엎드려 조금 전 아뢰었던 말을 한번 더 아뢰었다.
남이가 펄쩍 뛰며 큰 소리로 말했다.
“유자광은 얼자라고 업신여기던 신에게 평소부터 불만이 많았사옵니다. 그런 유자광의 말은 믿으시면서 어찌하여 충신인 소신의 말은 의심하시나이까?”
남이가 눈을 똑바로 치켜 뜨고 상감을 올려다 보았다.
뚫어질 듯 쏘아보는 남이의 매서운 눈빛에 상감이 흠칫 몸을 떨 때였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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