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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누른대 출신, 조선시대 충신 유자광 <53>6. 남이의 욕심은 참화를 부르고 <3>

남이가 술이 취하여 붉게 상기된 얼굴로 자광의 집으로 찾아왔다. 마침 자광이 집에 있는 날이었다.

사랑에 들자마자 남이가 물었다.

“유참지, 혜성이 아직까지 없어지지 아니하였는데 보았소?”

“아닙니다. 못 보았습니다.”

자광이 ‘이 자가 또 무슨 수작이지?’하고 생각하며 대답했다.

“유공이 천문에도 밝은 줄 알았는데, 아닌 모양이구려. 조금 전에도 나는 하늘 가운데서 혜성을 보았소. 광망이 모두 희기 때문에 보통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것이오만 내 눈에는 똑똑히 보였소.”

자광이 남이의 다음 말을 기다리며 눈길을 마주했다.

“댁에 강목(綱目)이 있지요?”

“그야 있습니다만.”

“가져와 보시오.”

남이의 말에 자광이 서고에서 강목을 꺼내다 혜성을 풀이해 놓은 곳을 펼쳤다. 거기에는 ‘광망이 희면 장군이 반역을 하고 두 해에 큰 병란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남이가 말했다.

“하늘이 먼저 징조를 보인 것이 아니겠소? 이 일도 반듯이 응함이 있을 것이요.”

자광이 보기에 남이는 역모를 꿈꾸고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두 해에 걸쳐 병난이 있을 것이라는 강목의 내용을 가지고 허겁지겁 달려오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자광은 그리 믿었다.

남이가 말했다.

“내가 거사하고자 하오.”

“거사를 한다구요?”

“노회한 대신들을 모두 죽일 것이요. 지금 상감은 대신들이 자신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소.”

“그건 또 무슨 말씀입니까? 자기를 싫어하는 대신들과 어찌 정사를 돌볼 수 있겠소?”

“상감이 재상의 집을 찾아가 사사로이 청탁하는 일을 매우 엄격하게 살피니, 재상들이 싫어할 수 밖에 없지 않소? 상감을 경복궁으로 옮기고 거사를 하겠소.”

남이의 눈이 이글거렸다.

그 눈빛에서 자광은 남이의 결심이 이미 확고함을 눈치 챘다.

“이 같은 일을 어찌 홀로 하겠습니까? 누구와 상의를 했습니까?”

“내가 병조판서까지 지낸 사람이요. 어찌 그런 대비도 없겠소이까? 허나 아직은 유공과 나만 아는 일이요. 유공이 나를 역모로 고한다고 하드래도 내가 아니라고 하면 유공이 죽을 것이고, 내가 유공을 역모로 고한다고 하드래도 유공이 아니라고 하면 내가 죽을 것이요. 또한 세조께서 천민들까지 뽑아 군사를 삼았으므로 백성들의 원망이 지극히 높았소. 백성들의 불만이 높을 때에 거사를 하여야 성공할 수 있으며 백성들을 설득할 수가 있을 것이요.어찌 하늘이 광망으로 보여준 계시를 저버릴 수가 있겠소. 나는 호걸이요. 호걸로써 기회를 놓치는 것은 비겁한 일이요. 나는 유공이 나를 도와주리라 믿소. 우리 한번 조선을 평정하고 부귀영화를 누려 봅시다.”

남이가 자광이 미처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몸을 일으켰다.

“이렇게 오셨는데, 술이나 한 잔 하십시다.”

자광의 말에 남이가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요. 나는 따로이 만나야할 사람이 있소. 내가 곧 사람을 보내겠소. 유공은 내가 보낸 사람의 말만 믿고 그대로 따르면 될 것이요.”

남이가 돌아간 다음에 자광이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남이가 역모를 계획하고 있구나. 설령 상감을 바꾸지는 않을망정 실권을 쥔 한명회와 김국광, 노사신을 죽이고 자신이 권력을 잡고 상감을 쥐고 흔들겠다는 것이 아닌가?’

자광의 뇌리에 문득 남이가 세조 앞에서 읊었던 시가 떠올랐다.

‘결국은 무엇인가? 남아이십에 미평국을 하자는 것이 아닌가? 나라를 평정하자는 것이 아닌가? 이것은 반역이다. 내 고변에 남이가 부정하여 내가 목숨을 잃는다고 하드래도 주상의 신하로 두고 볼 수만은 없지 않은가?’

자광이 복장을 갖추고 입궐하였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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