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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누른대 출신, 조선조시대 충신 유 자 광 <52>6. 남이의 욕심은 참화를 부르고 <2>

“조정 돌아가는 꼴이 답답하여 유참지와 얘기나 나눌까하고 들렀소.”

남이가 은밀히 속삭이고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그 모습에서 자광은 남이가 무슨 일인가를 꾸미고 있는 것을 눈치챘다.

“조정이야 상당군께서 잘 추스르고 있지 않습니까?”

“그것이 문제라는 말씀이요. 상당군 한명회는 부마가 되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이요. 또한 한이 많은 사람이요. 딸 둘을 바쳤지만 결국 국모인 중전의 자리에 앉히는 데는 실패했소. 대비마마를 움직여 잽싸게 어린 세자를 임금의 자리에 앉히기는 했지만, 딸이 이미 죽었으니, 안타까움이 오죽이나 크겠소?”

“그것이야 아비된 자의 마음이니, 나쁘다고 할 수만은 없겠지요.”

자광의 말에 남이가 고개를 내저었다.

“상당군의 한은 그것 뿐만이 아니요. 한명회는 교활한 술수에는 강할지 모르지만, 학문으로는 과거에도 합격하지 못할 만큼 형편 없소. 오죽하면 시중에 ‘팔삭둥이 능지기 한명회’라는 말이 떠돌겠소.”

“그런 말이 떠돌고 있습니까?”

“저자거리에 나가 보시오. 조정 일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너도 나도 그렇게 떠들고 있소. 팔삭둥이가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말이요. 문제는 그런 팔삭둥이가 조정을 쥐락펴락하고 있다는 것이요. 언제 우리한테 칼을 들이댈지 모른단 말이요.”

남이는 많이 불안해 보였다.

“칼을 들이대다니요?”

“생각해 보시오, 유참지. 계유정난에 참여했던 조정 대신들의 눈에 우리가 어떻게 보이겠소? 귀성군이 영의정을 했던 것이나 내가 병조판서를 했던 것이나, 유참지가 신분을 무시하고 정3품 당상관이 된 것이나 모두가 정난공신들의 눈으로 보면 순리를 어기는 일이었소. 언제 우리를 쳐낼지 모르는 일이 아니겠소?”

“설마 그럴 리가 있습니까? 귀성군이나 남판서나 저나 모두가 나름대로 그만한 자리에 앉을만한 공을 세웠던 것이 아닙니까?”

“유참지는 참 순진하구려. 그만큼 조정의 물을 먹고도 아직 조정을 모르는구려. 한명회나 신숙주나 김국광이 우리를 자기 편으로 여기는 줄 아시오?”

“같은 편은 아니라도 세조께서 총애하던 신하들이 아니요? 설마 목에 칼을 겨누는 일이야 하겠습니까?”

“아니요. 분명히 칼을 겨눌 것이요. 아니, 단칼에 쳐내려할 것이요. 지금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민심은 흉흉하고 의심스러우며 조정은 간신들로 가득 차 있소. 상당군이며 김국광의 집에는 날마다 금은보화를 실은 수레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고 하오.”

자광도 그런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하루에도 수십대의 수레가 4대문을 통하여 들어오는데 모두가 상당군을 비롯한 몇 몇 대신들의 집으로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자광이 침묵을 지키자 남이가 말했다.

“유참지도 기억하고 있을 것이요. 세조께서 이시애의 난을 평정한 공으로 유공을 병조정랑에 제수하였을 때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반대상소를 올리고 상감 앞에서 직언했던 일을 말이요. 공이 부족해서 그랬겠소? 다 유공의 출신성분을 문제 삼은 것이지요. 그런 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요. 유공의 벼슬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유공을 질시하고 끌어내리려는 자들 또한 늘어 날 것이요. 그들의 눈으로 보면 유공이 하는 일은 그것이 아무리 옳은 일이라도 좋게 보이지 않을 것이요.”

남이의 목소리가 불쑥 커졌다.

자광은 변죽만 울리고 있는 남이가 답답했다. 물론 남이가 정말 하고 싶어하는 말을 짐작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남이는 자신을 무시하는 몇 몇 조정대신들을 쳐내고 싶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자광은 그 말을 자신의 입으로 꺼내어 놓을 수는 없었다.

남이는 오만하여 오직 자신 밖에 모르는 사람이었다. 언제 어느 자리에서건 자신이 우선이 되어야 직성이 풀리는 자였다. 오죽했으면 세조임금 앞에서 귀성군만 총애하는 것은 그르다고 투정을 부렸겠는가?

자광이 침묵을 지키자 남이가 말했다.

“조정은 지금 간신들로 넘쳐 나고 있소. 아마도 그 간신들이 장난을 부리면 우리는 모두 개죽음을 당할 것이요. 나는 유공과 더불어 충성을 다해 세조대왕의 은혜를 갚고 싶소이다.”

“간신이 누굽니까?”

“상당군 한명회는 늙은 여우이고, 김국광은 오직 재물에만 혈안이 되어 있으며, 노사신은 매우 불초한 자인데, 유공은 모르시오?”

남이가 자광을 눈치를 살폈다.

‘이 자가 조정을 뒤집어 엎고 싶어하는구나.’

자광의 뇌리로 그런 생각이 스쳐갔다.

“저는 오직 병조참지로 그 직분에만 전념하고 있습니다. 조정이 어떻게 돌아가건 제가 신경을 쓸 여력이 없습니다.”

“유공은 참 태평하기도 하구려. 간신들의 칼끝이 한 치 뒤에서 겨누고 있는 것도 모르다니, 참으로 갑갑하구려.”

남이가 화를 내며 돌아가 버렸다.

‘저 욕심이 결국에는 화를 부르겠구나.’

자광이 그런 생각을 하며 남이와는 거리를 두어야 겠다고 혼자 마음 먹었다. 등을 질 필요까지는 없드래도 남이의 말에 혹하여 함께 행동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며칠 후였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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