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보는 시간을 끌었지만 여덟발을 명중시켰고, 최강은 짧은 시간에 열발의 화살을 명중시켰다.
상감이 최강에게 활 하나와 말 한필을 상으로 내려 준 다음 말했다.
“어떤가? 남이와 유자광의 대결도 재미있을 것 같구나. 오랜만에 짐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하라.”
상감의 말에 남이가 먼저 활을 들고 나섰다.
오만한 낯빛으로 사대에 서는 남이의 모습에 자광이 속으로 웃었다. 병사들 사이에서는 평소 남이에 대한 안 좋은 얘기들이 떠돌고 있었다. 남이 스스로가 전장에서 많은 공을 세워 승승장구했으면서도 무인을 업신여긴다는 것이었다.
‘내 그대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리라.’
새삼 투지같은 것도 끓어 올랐다.
자광은 남이가 할머니와 같은 남씨라는 것이 싫었다.
귀성군 이준과는 종종 만나 기방에도 갔지만, 남이와는 사사로이 술 한번 같이 마신 일이 없었다.
“어떻게 쏘는 것이 좋겠는가?”
상감의 물음에 남이가 유자광과 눈길을 맞추고는 대답했다.
“활은 역시 속사로 쏘아야 제맛이지요. 실력도 드러나고 말입니다.”
“저도 속사가 편합니다.”
“그렇다면 남이가 먼저 열발을 쏘아 보거라.”
상감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남이가 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발도 과녁의 정중앙에 명중시키지 못했다.
“허허허, 남이가 어제 밤에 과음을 한 모양이구나. 어디 다음에는 유자광의 활솜씨를 보자꾸나.”
유자광이 활과 화살을 들고 사대로 나가 과녁을 노려 보았다. 길게 숨 한번을 들이쉬고 화살을 시위에 꽂자 과녁이 바로 눈앞까지 다가왔다.
채 두어 숨을 쉬기 전에 화살 열발이 과녁의 정중앙을 뚫고 있었다.
“과연 유자광이로다. 짐의 가슴이 시원해 지는구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유자광이 허리를 숙여 망극함을 고할 때에 귀성군 이준이 찾아왔다.
“귀성군, 오느냐?”
“전하, 어찌하여 이 좋은 자리에 소신만 빼어놓은 것이옵니까?”
“네가 내 눈앞에 없어 미처 챙기지를 못했구나. 준아, 너도 활을 쏘아 보겠느냐?”
“이시애의 난 이후 활을 손에 잡지 않아 서툴 것입니다만, 쏘아 보겠사옵니다.”
이준이 활과 화살을 들고 사대로 올라갔다.
“속사니라.”
“알겠사옵니다. 속사로 쏘겠사옵니다.”
이준의 활솜씨도 보통은 넘었다. 열 번 쯤의 숨을 쉬었을 때 화살 열발이 모두 과녁에 꽂혀 있었다. 그 중에 일곱발은 정중앙을 관통하고 있었다.
상감이 껄껄껄 웃으며 말했다.
“귀성군의 활솜씨도 녹슬지 않았구나. 오늘은 내 기분이 무척이나 좋구나. 서현정에 술자리를 마련하라 일러 놓았으니, 다 함께 가자꾸나. 지금 쫌은 상당군과 좌찬성도 와 있을 것이니라.”
서현정으로 가는 동안에도 상감은 이준을 곁에 두고 웃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뒤를 따르는 남이의 얼굴이 벌레라도 씹은 듯 일그러져 있는 것을 자광은 보았다.
‘남이가 참으로 편협한 사람이 아닌가? 상감께서 귀성군을 아낀다고 하여 저리 티를 내고 싫어하다니. 오늘은 분명 화살 일곱발을 정중앙에 꽂은 귀성군이 아낌을 받아 마땅하지 않은가? 그걸 질투를 하다니.’
그런데 남이의 편협함이 결국 동티를 내고 말았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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