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감을 하직하고 대전을 나서면서 자광이 고개를 갸우뚱 했다.
‘남이에게 무슨 전공이 있다는 말씀이실까?’
남이가 강순의 휘하에 있다는 말은 어렴풋이 들었고, 주로 북쪽 변경에 머물면서 여진족을 평정했다는 것은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시애의 난에서 특별한 공을 세웠다는 것은 듣지 못했다.
자광이 밤을 낮삼아 달려 하루 반만에 이준을 만났다.
“머지 않아 구문신이 이끄는 1천명의 군사가 후방을 지원할 것입니다. 허니 후방의 반군은 걱정하지 말고 적을 섬멸할 계책을 세워도 될 것입니다. 헌데, 지난 번에 말씀드린 허유례는 어찌 되었습니까?” “마침 내가 데리고 있다. 허유례를 어찌 써 먹을 것인가?”
“이미 말씀드린 대로 일단은 날랜 병사 몇 명과 함께 이시애 쪽에 진입을 시키겠습니다. 반역도당을 잡을 궁리는 제가 일러 주겠습니다.”
자광이 자신있게 말했다.
한양에서 1천명의 군사가 지원을 나온다는 소식에 이준을 비롯한 관군이 대대적인 공격을 준비하였다.
닭이 울고 먼 동이 틀 무렵 강순의 부대가 선봉이 되고, 절도사 허종과 대장 어유소. 도총사 이준이 거산역동에 진을 쳤다. 이시애의 반란군 5천 여 명은 이미 마을현에 웅거하여 남쪽으로는 바닷가에 이르고, 북쪽으로는 채산에 이르는 15여리에 걸쳐서 깃발을 휘날리고 있는 중이었다.
이준을 중심으로 한 관군이 반란군의 바로 코 앞에 진을 치고 목책을 설치하였다.
그런 다음 최적을 비롯한 몇 몇 장수와 오백여 명의 군사를 산 위로 보내 금방이라도 쳐내려갈 것처럼 위세를 부린 다음 적의 1백보 앞까지 나아가 큰 소리로 외쳤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항복하여 투항한 자는 자손대대로 복을 누리고 살 것이며, 끝까지 저항하는 자는 삼대가 멸할 것이다. 화와 복은 스스로 선택하기에 달렸으니, 현명한 자는 투항하라.”
그러자 적장 김극효가 나와 맞장구를 쳤다.
“귀성군이 온다면 우리가 마땅히 이시애를 잡아서 바치겠다. 귀성군 이준은 숨어 있지만 말고 앞으로 나서거라.”
최적이 돌아와 김극효가 한 말을 그대로 전했다.
귀성군 이준이 말했다.
“김극효의 진심이 무엇인지 내가 가서 직접 알아 보겠다.”
이준이 지득련 등 부하 몇 명만 데리고 적진 앞으로 말을 달려 나아갔다.
지득련이 외쳤다.
“귀성군이 이르렀으니, 너희들은 속히 나와 배알하라.”
김극효가 큰 소리로 웃으며 외쳤다.
“참으로 어리석구나. 우리가 이미 험한 요지를 다 점령하고 있거늘, 어찌 싸움에 패할 것인가? 나는 내려가기 어려우니, 담판을 지으려거든 귀성군이 군사를 버리고 혼자서 오거라.”
김극효의 오만불손한 말투에 적들이 낄낄거리며 욕설과 함께 야유를 보내왔다.
그때 허유례를 적군에 잠입시킨 자광이 돌아와 말했다.
“적군은 지금 유리한 험지를 점령하였다 믿고 자만심에 빠져 있습니다. 이시애는 군사 2천을 데리고 중봉에 진을 치고 있습니다. 제가 적진을 둘러보고 살펴 본 바로는 우리 군사를 다섯 패로 나누어 적군을 에워싸고 한꺼번에 공격한다면 이기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 적군은 더구나 임시방편으로 모은 오합지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한 쪽이 무너진다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내릴 것입니다.”
“유자광의 말이 옳소. 내가 지금부터 편대를 나누겠소. 먼저 나와 강순은 군사 1천명을 이끌고 대로를 경유하여 중봉의 적과 마주하고, 허종은 군사 5백을 이끌고 대로의 남쪽을 경유하여 중봉으로 향하고, 우공은 군사 5백을 이끌고 대로를 통과하여 중봉으로 항하고, 어유소는 바닷가를 경유하여 중봉으로 향하고, 김교는 북쪽 산 아래를 경유하여 중봉으로 향하시오. 모든 부대가 중봉을 에워쌓을 때 내가 진군의 나팔을 불 것이니 한꺼번에 중봉을 향해 진격하시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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