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한양으로
요 근래 전라도 관찰사가 바뀌었다는 기사는 조보에서 읽지 못했다.
무슨 일인가 찾아가니 자환이 한결 병색이 짙어진 얼굴로 맞이했다.
“별 일 없었느냐?”
“저야 별 일 없었습니다만, 어찐 된 일입니까?”
“내가 상감께 상소를 올렸구나.”
“상소요?”
“건강이 나빠져 도저히 전라도 관찰사직을 수행하지 못할 처지이니, 파직을 시켜 달라고 상소를 올렸구나.”
“하오면 파직을 당하셨다는 말씀입니까?”
형님의 벼슬자리도 여기서 끝나는구나, 생각하며 자광이 물었다.
자환이 고개를 내저었다.
“파직은 아니고 소환을 하셨더구나.”
“다른 벼슬자리로 나가실 수도 있겠군요.”
“아니다. 다시 벼슬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상감께서 벼슬을 제수하시면 내가 사양할 것이다.”
자환의 눈 밑에 짙은 그늘이 졌다.
그 모습에서 자광은 형 자환의 여생이 길지 않음을 눈치챘다.
다음날 조보에서 자광은 기성군 유자환이 자헌대부에 봉해졌다는 기사를 읽었다.
자광이 축하인사를 할겸 찾아갔다.
“자광아, 난 그만 남원으로 낙향하고자 한다.”
“낙향이요?”
“어머니의 산소도 이장하고 아버지도 내가 모시고 싶구나.”
“그러십시오. 번잡한 한양보다 조용한 남원이 형님의 건강에는 한결 좋을 것입니다.”
“너를 이대로 두고 떠나는 것이 걸리는구나.”
자환이 안타깝다는 눈빛으로 오래오래 바라보았다.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난 자광이 너를 믿는다. 오래 전에 남원 용담사 주지가 한 말을 나는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장차 조선을 몇 번은 들었다 놓을 것이라고 했었지. 그런 날이 오리라고 믿는다.”
“그 땡중이 무엇을 알겠습니까?”
그날은 그러고 말았다.
며칠후였다.
하인이 허겁지겁 달려왔다.
자광이 건춘문에서 문지기 노릇을 하고 있을 때였다.
“서방님, 큰 서방님께서 위중하십니다.”
“뭐라구?”
“얼른 댁으로 가보셔야 겠습니다. 춘심이를 아씨마님께도 보냈습니다.”
“알겠다. 네가 먼저 가 있거라. 내가 금방 가마.”
이날은 이번수와 함께 번을 서던 중이었다.
“이번수, 김번수를 불러 번을 서게. 아무래도 내가 자리를 오래 비워야할 것 같네. 양돌석수장님께도 그리 전해 드리게.”
“여기 걱정은 말고 어서 가보시게. 형님이 위중하시다면 큰 일이 아닌가?”
자광이 서둘러 안국방 자환의 집으로 달려갔다.
윤씨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의원이 진맥을 하고 있었다.
자광이 들어가자 의원이 고개를 내저으며 몸을 일으켰다.
가망이 없다는 뜻이었다.
“형님, 자광이가 왔습니다. 기운을 좀 차리십시오.”
자광이 털썩 주저앉아 자환의 손을 잡았다.
자환이 겨우 눈을 뜨고 자광을 올려다 보았다.
“자광아, 내가 어머니의 묘를 이장하려고 했는데, 못하였으니, 너에게 무슨 말을 하겠느냐?내가 죽은 후에 나를 선조님들 곁에 장사 지내고, 어머니의 묘를 이장하여 준다면 내가 눈을 감을 수 있을 것이니라. 부탁한다, 자광아.”
“아무 걱정 마십시오, 형님. 이 못난 동생을 제대로 동생대접을 해주신 형님이 늘 감사했습니다. 형님의 뜻을 받들어 모시겠습니다.”
“고맙다. 내 동생 자광아.”
자환의 눈에서 빛이 사라지면서 잡고 있던 손이 툭 떨어졌다.
“형님, 형님.”
자광이 통곡을 터뜨릴 때에 형수 윤씨가 절에서 돌아왔다.
밖에서 이미 남편의 죽음을 알았을 텐데도 윤씨의 표정은 무덤덤했다. 안타까움도 슬픔도 드러나지 않는 얼굴이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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