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돌석이 먼저 안다리를 걸고 나왔다. 그걸 피하고 두 다리를 모래판에 박고 단단히 선 자광이 슬쩍 드는 시늉을 했다. 양돌석이 목을 자광의 어깨에 밀착시키고 버티다가 바깓다리를 걸고 나왔다.
그걸 슬쩍 밀면 엉덩방아를 찧게 만들 수도 있었다.
“지금 이겨줄까? 이따가 이겨줄까?”
자광이 양돌석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이 새끼가 지금...너 죽어 봐라.”
양돌석이 힘을 쓰는 체 하면서 머리통으로 자광의 얼굴을 들이 받았다. 그러나 자광은 이미 양돌석의 속내를 빤히 짐작하고 있었다. 얼굴을 슬쩍 옆으로 피하면서 상대방의 오른 쪽 발목을 걷어차며 오른 쪽으로 잡아 당겼다.
양돌석이 샅바를 잡은 채 매달렸지만 이미 무릎을 꿇은 다음이었다.
“남원 사람 유자광의 승리요. 또 도전할 사람은 없소?”
심판이 소리를 질렀지만 아무도 앞으로 나서는 자가 없었다.
“도전자가 없다면 유자광을 최종승자로 하겠소.”
심판의 선언에 운종가 상인 대표인 듯한 자가 돈보따리가 분명한 보따리를 가지고 나와 자광에게 안겨 주었다.
상금 보따리를 든 손을 번쩍 들고 자광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양돌석은 이미 자리를 뜨고 없었다.
‘흐참, 술이나 한 잔 할랬더니...이기고 지는 것이 무슨 대수라고...’
자광이 흩어지는 구경꾼을 잠시 바라보다가 운종가를 나와 주막을 찾아갈 때였다.
한 눈에 보기에도 불량배가 분명한 사내 세 놈이 앞을 막아섰다.
“이봐, 그 많은 상금을 혼자 먹을 것인가?”
사내 한 놈이 손가락마디를 우두둑 꺾으며 노려 보았다.
“안 그래도 술친구를 찾던 중인데, 같이 가려나?”
“술친구 좋아하네. 절반씩 나누자. 안 그러면 뼈도 못 추리는 수가 있다.”
“누구 뼈에 어혈이 질지는 두고 보면 알 일이고...술친구가 싫으면 비키시지?”
자광이 한쪽으로 몸을 움직일 때였다.
다른 사내가 콧등을 향해 느닷없이 주먹을 뻗어왔다.
3년 동안 8도를 유람하면서 자광이 수도 없이 당했던 일이었다. 불량스런 사내들이란 흔히 그랬다. 시비를 붙고, 몇 마디 말이 오고 간 다음에는 느닷없이 주먹이나 발을 사용하여 상대방을 제압하려고 덤볐다.
자광이 사내의 주먹을 잡아 꺾으며 점잖게 말했다.
“허허, 왜 이러시나. 난 자네들하고 싸울 마음이 없네.”
그러나 사내들은 아직 자광을 모르고 있었다.
이번에는 나머지 두 놈이 한꺼번에 덤볐다.
자광이 손목을 꺾어놓은 사내를 앞으로 휙 잡아당기며 오른 발과 왼 발을 번갈아 사용하여 두 사내의 허벅정갱이를 걷어차 앞으로 고꾸라지게 만들었다.
세 사내가 한 무더기가 되어 낑낑거리는 모습을 잠시 내려다 보던 자광이 걸음을 옮겼다.
“마침 저기 주막이 있구먼. 한 잔 생각이 나거들랑 따라들 오시게나.”
자광이 주막으로 들어가자 양돌석이 패거리들과 와상에 앉아 탁배기를 마시고 있었다.
“안 그래도 술 한잔 하고 싶어 찾고 있던 중이었소. 마침 잘 되었구려. 나하고 한 잔 합시다. 주모, 여기 장국밥 몇 그릇하고 탁배기도 몇 되박 내오구려.”
자광이 양돌석의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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