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송림사에 들어온지 다섯 해가 지나 있었고, 자광의 나이 스물 둘이었다.
무형대사가 말했다.
“다섯 해 동안 불목하니로 부려 먹었으니, 이제는 그만 너를 놓아주어야 겠구나. 나무는 그만하거라.”
“저를 내치시는 것입니까?”
“아니다. 아직은 내가 너를 내칠 때가 아니니라. 여기에 머물러도 좋고 무애한테 머물러도 좋으니라.”
다섯 해 동안 자광은 하루에 한 짐씩의 나무는 꼭 했다.
어떤 날은 이틀치를 채우느라 하루에 두 짐을 하기도 했고, 또 어떤 날은 하루에 사흘치를 채우느라 세 짐을 하기도 했다.
“이걸 가지고 무애를 찾아가거라.”
무형대사가 자광에게 활과 화살을 내려 주었다.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새활이었고, 새화살이었다. 그걸 들고 통천문으로 돌아오자 무애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네 부친께서 다녀가신 모양이구나.”
“예? 그것이 무슨 말씀이십니까?”
“네 부친은 그러셨니라. 너에게 단검을 가져다 줄 때에도, 진검을 가져다 줄 때에도 손수 말을 타고 오셨었니라.”
“하오면 그런 것들을 다 제 아버지께서 가져다 주신 것이란 말입니까?”
“이놈아, 절간의 스님이나 지리산 산지기한테 그만한 것들을 만들 돈이 있었겠느냐?”
자광이 아버지의 정이 새삼 고마워서 눈 밑이 뜨뜻해지는데 무애가 말했다.
“내일부터는 세석평전에서 살아야 겠구나. 하루 세끼 밥은 내가 날라다 줄 것이니, 너는 활만 가지고 놀거라. 신명나게 놀다보면 과녁이 화살을 향해 날아올 때가 있을 것이니라.”
“예? 화살이 과녁을 향해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과녁이 화살을 향해 날아온다구요?”
자광이 웃으면서 큰 소리로 되물었다.
무애가 잠깐 혼동하여 반대로 말한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자광을 먼저 세석평전에 보내놓고 송림사에 내려가 세끼밥을 가져온 무애가 백보 밖에 세워놓은 과녁을 향해 화살 한 방을 명중시키고 나서 말했다.
“겨누어 보거라. 과녁이 네 눈앞에까지 날아왔을 때 시위를 놓거라.”
무애가 빈 활을 넘겨 주었다.
자광이 시위에 화살을 재려고 하자 무애가 주장자로 머리통을 내리쳤다.
“왜 때리십니까?”
“이놈아, 기지도 못하는 놈이 달리겠다고 나서니, 맞아야 싼 것이 아니더냐?” “화살도 없는 빈 시위만 당겨서 어찌 활쏘기 연습을 할 수 있습니까?”
“이놈이 이제 아예 기어오르려고 하는구나. 더 맞아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무애가 주장자를 치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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