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한파에 몸이 움츠러들고 방안에서 할머니와 먹던 따뜻한 찐 고구마가 생각나는 계절이다.
고구마, 군밤 이외에도 늙은 호박으로 만들어 먹던 호박범벅, 호박전, 호박죽은 긴 겨울을 함께 했던 오랜 간식이었다.
호박은 호박잎, 호박씨까지 버릴게 없는 채소다.
호박씨에는 불포화지방산과 레시틴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서 혈액 내에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필수 아미노산도 풍부하여 기억력 감퇴와 집중력이 떨어진 경우에 도움이 되며 치매 예방에도 일정부분 도움이 된다.
호박은 붓기를 빼는데 도움이 될까?
산후에 부종을 빼기 위해서 호박즙을 먹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쉽게 붓고 그게 살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다이어트를 위해서 호박즙을 먹기도 하고, 서울의 일부 성형외과에서는 성형수술 후 부종을 뺀다며 서비스로 호박즙을 주는 곳도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동의보감에 “호박은 성질이 평하고 순하며 맛이 달고 독이 없다. 오장을 편하게 하고 정신을 안정시키며(안신) 산후의 하복부 통증을 치료한다. 또 소변을 나가게 하고 눈이 맑아지게 하고, 눈병을 치료한다.”라고 되어있어서 산후병과 붓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온 듯하다.
하지만 황당하게도 위에서 말한 호박은 우리가 먹는 채소 호박이 아니라, 송진이 굳어서 만들어진 보석 호박에 관한 설명이다.
동의보감에는 호박에 관해서는 전혀 기술된 바 없으며, 본초강목에서 호박은 남과(南瓜)라는 이름으로 기술 되어있는데 내용을 살펴보면 “남과는 맛이 달고 따뜻하며 독이 없고 중초(소화기계통)를 보한다. 오랫동안 먹으면 다리가 붓고 야위어지는 각기병과 황달이 생기고 기의 흐름을 방해 한다”라고 되어있다.
오히려 우리가 먹는 호박은 소화기를 돕고, 식욕을 돋워서 마른사람의 경우 살이 찌게 하는 효능이 있다. 평소 식욕이 좋고 잘 붓는 사람이 호박을 장복할 경우 도리어 더 붓고, 속쓰림까지 유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호박은 식욕이 적고 몸이 차고 마른 사람에게는 훌륭한 음식이지만, 식욕이 좋고 살이 찐 사람이 호박을 오랫동안 먹는 것은 좋지 않다.
늙은 호박은 속을 든든히 해주는 오랜 먹거리였다. 감자 고구마와 함께 먹을 것이 없던 시절 허기를 달래주는 구황작물이었다는 것만 봐도 부종을 줄이거나 살을 빼는 게 아니라는 것은 금방 알아 챌 수 있을 것이다.
산후에 기력이 떨어진 산모에게 기력을 보충하고, 젖을 잘 돌게 할 목적으로 호박을 먹인다면 훌륭한 음식이 될 수 있지만, 산후 부종을 해결하기 위해서 먹인다면 정 반대의 결과를 보게 될 것이다.
산후 부종에 좋은 음식으로는 우엉(한약재명: 우방근), 팥(적소두), 공심채(모닝글로리)가 가장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보석의 종류인 호박과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잘못 알려진 늙은 호박에 대한 상식을 이 기회에 바로 잡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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