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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누른대 출신, 조선조시대 충신 유자광 <8>1. 꿈에 백호를 만나다

백호꿈을 사흘거리로 꾸었지만, 한번도 그 얘기를 입 밖에 낸 적이 없었다. 심지어는 어머니한테도 꿈얘기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누더기 옷을 입은 스님이 백호꿈을 알고 있지 않은가?

“꿈은 무겁지 않은데 제 몸이 점점 무거워집니다.”

“몸이 아니라 대갈통이겠지? 쓰잘데기 없는 것을 잔뜩 넣어놓고 있으니, 네 놈의 몸뚱이가 천근만근은 될 것이다, 아마. 천천히 오너라.”

누더기 스님의 걸음이 갑자기 빨라졌다.

자광이 ‘스님은 어느 절에 계시는지요?’ 하고 물으려는데 그 말을 채 입 밖에 내놓기도 전에 사라지고 없는 것이었다.

자광은 꼭 꿈이라도 꾸고 있는 기분이었다.

조금전까지 주장자로 머리통을 내려치고, 대학을 묻고, 꿈을 얘기하던 누더기 스님과의 일이 꿈 속의 일처럼 아련하게 느껴졌다.

‘용담사에 가면 만나뵐 수 있겠지.’

자광은 그렇게 짐작했다.

그러나 용담사에 누더기 스님은 없었다.

산문을 들어서서 요사채의 주지스님방과 작은 법당을 살펴 보았지만, 누더기 스님의 짚세기는 보이지 않았다.

‘법당 뒤 계곡에라도 가신 것이겠지.’

그리 짐작한 자광이 자황이 머물고 있는 방앞으로 가서 나즉히 고했다.

“서방님, 소인 자광입니다.”

이내 안에서 자황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들어오너라.”

“예, 서방님.”

자광이 소리나지 않게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가 윗목에 무릎을 꿇고 앉아 책보따리를 앞으로 밀어 주었다.

그걸 한쪽으로 밀쳐놓은 자황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할머니나 네 형수 앞에서야 어쩔 수 없다고쳐도 단 둘이 있을 때에는 형님이라 부르라고 일렀지 않느냐?”

그런 일이 있었다.

자광이 세 살인가, 네 살 때였다.

무심결에 자황을 형님이라고 불렀다가 할머니 남씨한테 등짝에 피멍이 들도록 맞았다. 낳아준 어머니는 다르지만, 한 아버지 밑에서 태어났으니까, 형제간이라 믿고 형님이라고 불렀는데, 얼자 주제에 감히 호형을 한다고 치도곤을 당한 것이었다.

등짝의 피멍이 다 나아갈 무렵 자황이 은밀히 말했다.

-할머니가 안 계실 때에는 그냥 형님이라고 부르거라. 아버지께서도 호부를 허용하시지 않았느냐?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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