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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누른대 출신, 조선조시대 충신 유자광 <3>1. 백호를 만나다

머리는 좋았지만 몸이 약하여 할머니 남씨의 걱정이 태산같았다.

일곱살짜리 자광은 오히려 몸집이 여나믄살 먹은 사내들만큼 우람했는데, 자황은 몸집도 왜소했을 뿐만 아니라 철마다 고뿔을 달고 살았다.

그것마저도 할머니 남씨에게는 지청구의 대상이었다.

-개똥쇠 놈이 내 금쪽겉은 자황이의 진기를 다 빨아 묵으닝깨, 골골헐 수 백이 없제. 저 웬수겉은 놈, 항차 집안 말아묵을 놈겉으니라고.

눈을 한자나 흘기다가 그래도 분이 안 풀리면 빗자루가 되었건 몽둥이가 되었건 휘둘러댔다.

다행이 아버지가 집에 있을 때면 흠하는 기침소리에 매질을 멈추기도 했지만, 아버지가 출타를 하고 없으면 매타작이 한나절을 갔다. 보다못한 동갑내기 고모가 할머니 남씨의 빗자루 든 손을 잡고 발을 동동 거리며 말려주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럴 때면 어미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고맙소. 고맙구먼요, 애기씨.

매에도 이골이 난다고 했던가?

자주 맞다보니까 맞는 요령도 생겨났다. 겉으로 보면 티가 나지 않게, 살이 찢어지지 않게 , 뼈가 부러지지 않게 맞아주었다.

그것은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부지깽이로 맞은 어깨뼈가 아렸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체 무릎을 꿇고 있는 자광을 잠시 바라보던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자광아, 사람이 왜 글을 읽어야 하느냐?

-사람답게 살기 위해섭니다. 글을 모르면 개나 돼지같은 짐승이나 다를바가 없다고 했습니다.

자광의 대답에 아버지가 눈을 크게 떴다.

-과거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고?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길에 나가는 것도 사람답게 사는 방법이겠지요.

-허지만 조선은 반상의 구별이 엄격한 나라이니라. 양반가 정실의 자식이 아니면 과거를 볼 수도 없다.

-알고 있습니다.

-헌데도 글을 읽지 못해 안달을 해? 사내가 나라를 위하는 일이 꼭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길로 나가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니라. 북쪽 오랑캐며 남쪽의 왜구들의 침범이 잦으니, 무예로 나라에 공을 세울 수가 있을 것이니라. 앞으로는 칼을 쓰고 활을 쏘는 무술을 익히거라. 너를 위해 좋은 말도 한 필 준비해 줄 것이니, 말타기도 부지런히 익히거라.

아버지는 형 자황을 위해 집 앞 공터에 과녁을 세워 활쏘기 연습장을 만들어 주었고, 말을 타고 내리는데 편하라고 머슴들을 동원하여 큼직한 돌덩이까지 가져다 놓았다.

아버지의 말대로 칼을 쓰고 활을 쏘는 연습을 하고 말타기를 익히면서도 자광은 글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드러내 놓고는 못하였지만, 형 자황이 말을 타고 나가면 할머니 남씨의 눈을 피해 작은 사랑에 들러 자황이 읽는 책을 훑어 보았다.

한번만 훑어보면 책 한권의 내용이 머릿속에 가지런히 들어와 박혔다.

<다음호에 계속>

남원뉴스  news@namw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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