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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누른대 출신, 조선조시대 충신 유자광 <2>1.꿈에 백호를 만나다

-흐흐, 저 어린 것이 우리가 제 말하고 있는 것얼 아는 모냥이네. 쏘아보는 저 눈빛 좀 보게. 눈빛이 형형한 것이 꼭 캄캄한 밤에 보는 호랭이 눈빛일세, 그려.

-두고 보면 알겄제. 저 눔아가 꿈값을 해낼지, 어떨지.

-그렇구먼. 부윤어르신께서 정말 백호꿈을 꾸셨는지, 아니면 낮잠 끝에 음심이 돋았는데, 때 마침 들어온 여종이 탐이 났었는지.

-호랑이 꿈을 꾸고 맹글았건, 용꿈을 꾸고 맹글았건 여종의 자식이 별 수 있겄는가? 엎어놓으나 뒤집어 놓으나 얼자인 것은 분명헌디, 반상의 구별이 뚜렷헌 조선 땅에서, 사람노릇이나 제대로 허겄능가? 잘 해봐야 제 어미를 따라 종노릇백이 더 허겄냐고?

-부윤어르신이 저 아이가 나자마자 제 어미를 첩을 삼았다고 허닝깨, 엄밀히 말허면 얼자가 아니라 서자인 셈이제.

-얼자나 서자나 거그서 거그제.

 

어린 시절부터 자광이 제일 많이들은 소리가 얼자였다.

얼자는 사람의 자식이 아니었다. 여종의 자식이었다.

얼자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고, 형님을 형님이라 부르지 못했다. 글도 읽을 수가 없었다.

자광이 일곱 살 때였다.

마당에서 놀다가 사랑에서 들려오는 형님 자황의 글 읽는 소리에 무심코 ‘학이시습지면 불역열호’라를 중얼거리며 지게 작대기로 쓱쓱 휘갈겨 쓰고 있을 때였다.

할머니 남씨가 그걸 보고는 ‘요런 싹동머리 없는 놈 좀 보소’하면서 싸리비로 자광의 어깨죽지며 등짝을 사정없이 후려 패는 것이었다.

-얼자 주제에 네깟 놈이 감히 글을 읽어? 네 놈이 자발없이 굴면 자황이 도련님의 앞날에 부정을 타는 걸 몰러?

밖의 소란에 아버지 유규가 문을 열고 기웃이 내다보았다.

아버지는 할머니의 성화에 자광을 곁에 앉혀놓고 글을 가르치지는 않았지만, 마루에 앉아 도둑글을 배우는 것은 모른 체 눈을 감아 주었으며, 아주 가끔이지만 다정한 눈빛을 보내주기도 했다.

그런 아버지가 자광에게는 언제나 어렵고 무서웠다. 더구나 아버지가 집안에서도 자황이나 자광을 대할 때에는 언제나 관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감히 가까이 다가갈 엄두가 안 났다.

-그만하십시오, 어머니.

낮으막한 목소리로 어머니 남씨를 말린 유규가 ‘자광이는 좀 들어오너라’하고 불러들였다.

할머니 남씨가 눈을 치켜뜨고 소리를 버럭 질렀다.

-개똥쇠는 개똥쇠제, 제깟놈이 무슨 자광이냐 자광이가? 얼자놈헌테 항렬자를 붙여주는 것이 가당키나 헌 일이더냐? 지난번에 문중 어르신들이 오셨을 때도 저 놈의 이름 때문에 곤욕을 치루지 않았느냐? 당장에 개똥쇠로 이름을 바꾸거라.

-제가 알아서 할 일입니다, 어머니. 제발 사랑의 일에는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마십시오. 자광이는 얼른 들어오지 않고 뭐하느냐?

자광이 말없이 사랑으로 들어가 무릎을 꿇고 앉으며 형 자황이 읽고 있는 책을 흘끔 훑어 보았다. 펼쳐 놓은 부분이 ‘논어 학이’편이었다.

자광보다 나이가 열두살이 많은 자황은 작은 사랑에 글방을 만들어 놓고 독선생을 들여 과거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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