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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누른대 출신, 조선조시대 충신 유 자 광 <1>1. 꿈에 백호를 만나다

요천강을 건너면 이내 주천방이었다.

고개를 들자 지리산 천왕봉에서 뻗어 내려와 용트림하듯 또아리를 틀고 있는 산줄기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깊은 계곡을 품고 있는 그 중의 한 능선을 바라보며 유자광이 중얼거렸다.

‘저 골짝의 어느 곳이었을까? 흰호랑이가 나타난 곳이.’

어젯 밤에도 자광은 호랑이 꿈을 꾸었다.

그것도 백호랑이 꿈이었다.

나이 일곱 살이 넘으면서 일년에 한 두차례 꾸던 호랑이 꿈을 열 살이 넘으면서는 이레에 한번 열흘에 한번 꾸었다.

어쩌면 이웃 사람들의 수군거림 때문인지도 모르겠다고 자광은 생각했다.

유자광은 겨우 돌이 지났을 때부터 사람들의 말을 알아들었다.

어린 자광을 안고 잠자리에 들면 어머니가 한숨을 섞어 중얼거렸다.

-내가 참 꿈인 듯 생시인 듯 너를 가졌었구나. 언감생심, 내가 바라보기도 어려운 분이 아니셨드냐? 입을 꾹 다물고 다짜고짜 나를 안으시는데, 하찮은 여종을, 그것도 대낮에 찾아오셔서는 무엇이 그리도 다급하셨던지 번개불에 콩구워 먹듯 씨만 뿌려주시고 황망히 나가시는데, 이것은 꿈이다, 고 여겼었니라. 그 일이 꿈이 아닌 것은 네가 내 안에 들어선 것을 알고 난 다음이었니라마는.

꿈 때문이라고 했다.

자광이 아장아장 걸음마를 시작하고 어미의 눈길이 한눈을 파는 사이에 소리나지 않게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면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저 눔아가 부윤어르신께서 낮거리로 맹근 놈이구먼.

-남녀간의 일이란 참으로 모를 것이랑깨. 아, 뇌물 바치러 온 사람을 때려 죽일 만큼 청렴허신 부윤어르신께서 하찮은 여종의 몸에 씨를 뿌릴지 누가 짐작이나 했겄능가?

-꿈을 꾸셨다잖혀? 백호 한 마리가 품안으로 달려드는 꿈이었다고 허등가? 부윤어르신께서 낮잠에서 깨어나 곰곰이 생각해 본깨, 장차 큰 아들을 얻을 길몽중에 길몽이라서 당장에 자식을 보려고 안방에 갔더니, 정부인께서 점잖지 못하다고 쫓아냈다던가?

-헌데 부인한테 쫓겨난 어르신께서 사랑으로 돌아오려다 보니까 집에서 기르던 암말과 숫말이 막 거시기를 하려고 숫말이 살몽둥이를 꺼내어 겨누고 있다고 했다등만. 부윤 어르신이 생각허시기를 말이 먼저 자식농사를 지어버리면 백년에 한번 꿀까말까헌 백호꿈이 허사가 되겄드란 말이제. 날이 시퍼런 낫으로 숫말의 살몽둥이부터 잘라버린 어르신이 사랑으로 돌아오자 때마침 여종이 물걸레를 들고 들어왔다고 하던가?

-하찮은 짐승이 길몽을 가져가기 전에 저 아이한테라도 씨를 뿌려야겠구나, 그리 작정하고 여종 아이를 안았다고 하던가? 그 당장에 여종아이가 아이를 잉태했고, 그 이후 열 달 동안 우리 마을은 대가 말라버렸지.

-맞아. 말라있던 누런 대가 푸른 제빛을 찾은 것은 저 아이가 태어나고 난 다음이었지?

-그래서 호사가들이 우리 마을을 누른대라고 부른다고 허등만. 유식헌 놈들은 황죽이라고 부르고.

<다음호에 계속>

 

남원뉴스  news@namw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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