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의 강행군이 피로했던지 임상문을 비롯한 단원들은 모두 선실바닥에 널브러져 잠이 들어있었다.
“꼬박 밤얼 새워서 가야헌다고 안허드냐? 중선이 너도 한숨 자그라.”
“언니도 한소금 눈을 붙이씨요. 잠이 보약이라는 말도 안 있소?”
이중선이 하품을 하며 벽에 바짝 붙어 몸을 뉘었다.
‘니가 많이 피곤했던 모냥이구나.’
혼자 속으로 중얼거리는데, 느닷없이 목에서 피비린내가 솟구쳐 올라왔다. 그대로 있다가는 선실바닥에 피를 쏟을 것 같은 위기감에 이화중선이 얼른 손바닥으로 입을 틀어막고 선실을 나왔다. 선실에는 대동가극단 단원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본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처음부터 대동가극단 단원들을 동물원 원숭이라도 보는 듯이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었다. 일본인들 앞에서 각혈을 할 수는 없었다.
변기 앞에 쭈글트리고 앉자 기침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통통거리는 기관소리에 기침소리가 선실까지 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화중선이 마음놓고 기침을 해댔다. 기침을 할때마다 핏방울이 튀었지만, 이제는 비린내조차도 혀 끝에 익숙해졌는지 역겹지 않았다. 얼마를 그러고 있었을까? 기침은 멈추었지만,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눈앞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내가 죽을랑갑구나. 이대로 죽을랑갑구나.’
그러나 변기 앞에서 죽을 수는 없었다. 기왕에 살지 못하고 죽을바에야 깨끗하게 죽고 싶었다. 살아남은 사람들한테 짐이 되기는 싫었다. 동생 중선이한테 송장을 떠메고 현해탄을 건너라고 할 수는 더더구나 없었다.
선실로 돌아오니, 다들 잠이 들어 있었다.
이화중선이 잔뜩 웅크린채 가늘게 코를 골며 자고 있는 이중선을 한참동안 내려다 보다가 레코드사에서 받은 취입료가 들어있는 보따리를 품에 안겨주고는 선실을 나왔다.
바다는 온통 달빛 천지였다. 바람이 불어 파도가 일 때마다 달빛이 금빛으로 일렁이고 있었다.
‘달빛 한번 곱구나. 저 달빛을 타고 훨훨 날아가다 보면 아부지도 만내고 엄니도 만낼 수가 있겄제. 원없이 살았구만. 소리도 헐만큼 했고.’
이화중선이 하얀 고무신을 벗어 반듯하게 정열해놓고 난간에 바짝 붙어서서 바다를 내려다 보았다. 바람 한 점없는 바다는 잔잔했다.
그 잔잔한 바다에서 노란 빛덩이 하나가 갑자기 이화중선을 향해 힘차게 솟구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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