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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류명창 이화중선 <9>

“언니, 누워있는 것이 뱃멀미가 덜하다던데 왜 일어나 앉아있어요?”

토악질을 참느라 입을 꽉 다물고 있는 이화중선의 모습이 심상찮아 보였는지 이중선이 서둘러 다가왔다.

또 가슴이 울렁거리면서 주먹만한 뭉치 하나가 목울대를 치밀고 올라왔다. 이러다가 선실바닥에 토하겠구나, 싶은 이화중선이 고개짓으로 아무일도 아니라는 시늉을 하며 서둘러 선실을 나와 변소로 뛰어갔다.

“중선아, 니가 따라가서 화중선이 누님 등쫌 뚜들겨 드리거라.”

임방울의 말에 이중선이 쫓아왔다.

변소로 뛰어든 이화중선이 변기통에 머리를 박고 끄억끄억 토하는데, 이중선이 등을 토닥토닥 두들겼다. 토사물에서 새콤한 신냄새가 아니라 비릿한 비린내가 풍겼다. 분명 신김치로 끓인 김치찌개에다 조선에서 같으면 시어서 먹지도 못할 시디신 김치를 욕심껏 먹었으니, 토사물에서도 신냄새가 풍겨야하는데, 피비린내가 풍기는 것이었다. 폐병을 앓을 때 수없이 되풀이한 각혈 때문에 누구보다 피비린내에는 익숙한 이화중선이었다. 자신의 목구멍을 치솟아 올라온 것이 예사 토사물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동생을 걱정하게 만들 일은 아니었다. 이중선이 눈치채지 못하게 들고 있던 손수건으로 입술을 문질러 닦고 변기에서 얼굴을 드러냈다.

“아까운 것을 다 토해뿌렀구나. 인자사 속이 후련허구나.”

이화중선이 눈물 그렁한 눈으로 이중선을 바라보며 조금 웃었다.

“묵은 것얼 다 토해뿌렀으니, 허기져서 어쩌끄라우.”

“걱정허지 말그라. 배에서 내리면 또 묵으면 되겄제. 임단장님이 식당 주인헌테 김치럴 사왔다고 안 허드냐? 김치만 묵으면 살 수 있다, 내가.”

“그랬으면 좋겄소만...”

이중선이 여전히 걱정스런 낯빛으로 이화중선의 팔 한 쪽을 부축했다.

“중선아, 내가 젤 행복했을 때가 언젠 줄 아느냐?”

달빛이나 구경하자면서 선창에 멈추어선 이화중선이 물었다.

“경북궁에서 장원했을때겄지라우. 아니면 청중덜 앞에서 소리 한 대목 허고 재창 삼창얼 받았을 때던지.”

“아니다, 아니여. 내가 아주 어렸을 때였니라. 엄니는 골골거리며 누워있고, 몸 아픈 엄니헌테 나럴 못 매낀 아부지가 나럴 지게에다 지고 통얼 매로 안 댕기셨냐? 이 마을에서 저 마을을 찾아갈 때 아부지가 지게 작대기로 지게 목발을 두드림서 소리 한 대목을 안 허셨냐?”

“아부지가 소리럴 했어라우?”

“하먼, 소리럴 허셨제. 시방 곰곰이 생각혀보면 아부지의 소리가 보통 소리는 아니었니라.떠돌이의 한도 있었고, 어쩌다 탁배기라도 한 사발 걸치시면 흥겨운 가락에 감칠맛이 넘쳤제. 그러다가 심심허시면 나한테도 소리럴 시키셨는디, 내가 난생 처음 구경헌 송만갑 협률사에 반해서 밤도망얼 친 것도 아매 어렸을 때 귀에 닳도록 들은 아부지의 소리 때문이었는가도 모르겄구나.”

“아부지의 목이 좋았었다는 말은 나도 엄니헌테 들어본 것 같소. 바람기운이 차요. 기침이 도지기 전에 안으로 들어갑시다.”

이중선이 이화중선을 선실로 끌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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