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라이프 연재소설4 '남원 누른대 출신, 조선조시대 충신 유 자 광
여류명창 이화중선 <8>

“시아주버니한테 맞기도 많이 맞았담서요?”

“스승님헌테 매 안 맞고 소리배운 소리꾼이 있다더냐? 소리공부럴 헐 때는 제수씨가 아니라 제잔깨...제자는 스승님헌테 맞아도 싼깨. 시아주버님헌테 맞음서도 서러운 생각은 안 들더라. 노여운 생각도 안 들고...내 소리에 오기를 심어준 분이 송만갑 명창님이라면, 내 소리의 밑바탕을 깔아준 분이 남원의 장씨 그 양반이었제. 내 역마살만 아니었으면 아직도 장씨 집안 며느리 노릇얼 허고 있을 판인디.”

“역마살이요?”

“소리꾼이 소리 한 대목 목구멍에 매달고 조선팔도를 떠도는 것이 다 역마살이 아니고 무엇이겄냐? 소리가 늘어갈수록 역마살도 커가드라. 장씨 집 바로 이웃에 용헌 무당이 하나 살았는디, 그 무당이 ‘저 년의 역마살을 어이할꼬? 저 년의 역마살을 어이할꼬?’ 혀를 끌끌 참서 시부모며 서방헌테 화중선이 저 년은 언젠가는 밤도망을 칠 년이니, 정 주지 말라고, 세상을 훨훨 날아댕김서 살아야헐 년이니, 정 들이지 말라고...그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니라, 그 용헌 무당이.”

“흐기사, 그 역마살이 언니를 조선팔도는 물론 일본이며 만주꺼정 떠돌게 맹근 것이겄제요. 낭중에는 나꺼정 끌어들였응깨, 더 말혀 무엇허겄소?”

“니 탓얼 왜 나헌테 떠넴기냐? 소리꾼언 나 하나면 족허다고 내가 얼매나 말렸었냐? 니 역마살은 니 역마살이고...내 역마살은 내 역마살이고...”

“맞소. 다 팔자대로 사는 것이제라. 식당에 다 왔는갑소.”

“안 그래도 김치찌개냄새가 목구멍에서 당그래질얼 허는구나. 안 묵어도 배가 부르구나.”

이화중선이 숨을 깊이 들이 마시며 이중선을 돌아보며 웃었다.

“김치맛에 환장을 해서 내가 과식을 헌겨.”

선창으로 스며든 달빛을 베고 누워있던 이화중선이 중얼거렸다. 배는 세도나이까이 바다를 통통거리며 가고 있는 중이었다. 현해탄을 오고가는 관부연락선같은 큰 배가 아니라 어선을 개조한 것같은 작은 배라서 흔들림이 심했다.

“왜라우? 속이 안 좋소? 뱃멀미가 날라고 허요?”

맞은편에 앉아있던 임방울이 물었다.

“속이 울렁거리는 것이 영 지랄같구먼.”

“누님 몸이 축이 나기는 났는갑소. 바람도 안 불고, 파도도 없는 것 같은디. 배도 얌전허게 가고 있는디...정 못참겄으면 변소에 가서 토해뿌리씨요. 선실얼 나가 왼쪽으로 돌아간깨 있습디다.”

“그 아깐 걸 어떻게 토해? 우리 단장님이 특별히 부탁하여 구헌 김치로 끓인 김치찌개였는디. 참을 때 꺼정은 참아볼랑구먼. 방울이 동생은 걱정허지 말고 한숨 붙이게.”

이화중선이 웃음띤 얼굴로 말하고 눈을 감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새콤한 김치찌개가 너무 맛 있어서 안남미에 고구마를 섞은 밥을 한 그릇 반이나 먹고 났을 때는 몸에서 기운이 펄펄 넘치는 것 같더니, 식당을 나와 항구를 찾아오는 동안에도, 배 위에 오르고 나서도 계속 속이 미슥거리며 가슴이 벌떡벌떡 뛰는 것이었다.

앉아있으면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화중선이 몸을 일으켜 벽에 등을 기댔다. 달빛이 너무 좋다면서 선실 밖으로 나갔던 이중선이 ‘바다에 내리는 달빛이 꼭 금가루를 뿌려놓은 것 같다’면서 호들갑을 떨며 들어왔다. <다음호에 계속>

 

남원뉴스  news@namwonnews.com

<저작권자 © np남원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남원뉴스의 다른기사 보기
[출처] np남원뉴스 - http://www.namwon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219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ㆍ기사제보ㆍ광고문의ㆍ불편신고ㆍ개인정보취급방침ㆍ청소년보호정책ㆍ이메일무단수집거부
상호(법인)명 : 유한회사 엔미디어  |  우)55739 전라북도 남원시 충정로 128, 2층(향교동)  |  Contact : ygparknw2@hanmail.net
대표전화 : 063)625-1695  |  제보전화 : 063)625-1695  |  팩스 : 063)625-1695  |  사업자등록번호 : 446-81-00995
부정청탁방지담당관 : 발행인 박영규 010-8317-9990
등록번호 : 전북, 다01294  |  등록일 : 2016.02.25  |  발행인 : 박영규  |  편집인 : 신화자  |  청소년 보호 책임자 : 박영규
Copyright © 2026 np남원뉴스.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