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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류명창 이화중선 <7>

“아니다, 아니여. 방울이 동생 말짝시로 니 소리가 날마동 물이 오르고 있니라. 명창소리는 못 들을망정 무대에서 청중들을 홀리는 소리로는 딱 맞춤이니라. 앞으로는 창극언 니가 맡그라. 춘향이며 춘향어미도 니가 맡고, 심청이도 니가 맡고, 나무꾼헌테 옷 도둑맞고 어쩔 수 없이 나무꾼허고 사는 하늘선녀님도 니가 맞그라.”

이화중선이 시원스레 말하자 임방울이 걱정스런 눈길을 주며 눈치를 살폈다.

“아니, 누님. 내 말이 섭섭했던 갑소이. 나넌 그냥 중선이 칭찬 쪼깨 해주느라 헌 소린디, 춘향이도 니가혀라, 심청이도 니가혀라, 선녀님도 니가혀라, 해뿔면... 꼭 죽을 임시에 아부지가 자석들헌테 유산을 물려주는 것 같아 맴이 껄쩍지근허구만요.”

“허허, 그것이 어디 내 재산이던가? 조선 소리꾼의 공동 재산이제. 중선이 야도 충분히 가질 자격이 안 있능가?”

이화중선이 정색을 하자 임방울이 무안했는지 너스레를 떨었다.

“중선아, 방금 헌말 취소다, 취소. 춘향이가 되었건, 춘향어미가 되었건, 심청이가 되었건, 선녀님이 되었건, 다 화중선이 누님허고만 헐란다. 헌깨 너는 춘향이 헐 생각언 꿈에도 갖지 말그라이.”

“방울이 동생이 나럴 도체기럴 맹그는구만.”

이화중선도 그냥 웃고 말았다.

“중선아, 너 내가 얼매나 서럽게 소리공부럴 헌 줄언 알고 있제?”

조선 사람이 운영한다는 식당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이화중선이 느닷없이 물었다.

“그걸 내가 어찌 모르겄소? 언니가 시집을 갈 때는 내가 어려서 잘 몰랐지만, 낭중에 언니가 시댁을 나와 송만갑 명창을 찾아갔다가 퇴짜를 맞고, 남원의 장씨 성을 가진 그 어른헌테 고생고생 죽을 고생으로 소리공부했다는 말은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소.”

이중선의 말에 이화중선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그랬었지. 송만갑 명창님께 목구멍에서 피럴 석동우 쏟기 전에는 소리판에 얼쩡거리지 말라는 꾸중을 듣고 남원에서 누가 젤로 소리를 잘허능가 알아봤더니, 그 양반이 소리깨나 했던지라 남원시내에 소문이 짠허게 나있드라. 다짜고짜 찾아가 소리럴 갈쳐달라고 떼를 썼니라. 그 양반이 미친년 보드끼 한참을 보드니, 지게 작대기를 휘둘러 내쫓드라. 지게 작대기에 안 맞을라고 삼십육계 줄행랑을 놓다가 요천강가에 퍼질러 앉아 곰곰이 생각해보니, 소리꾼이 되겄다고 밤도망을 친 내 소행이 내가 생각해도 미친년이드라. 그렇다고 시댁으로 기어들어가기도 싫고, 어떻게든 소리공부는 해야겄다는 일념으로 장씨 집 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본깨, 그 양반헌테 혼기가 꽉찬 사내동생이 있드란 말이다. 이웃에 알아봤드니, 그 집 부모들이 아들 장개를 못 보내 걱정이 많다고허드라. 옳다꾸나, 되었구나. 어떻게든 장씨 집으로 들어가야 소리공부를 헐 것인깨, 일단은 혼기 꽉찬 동생과 혼인얼허자. 그런 꾀가 생기드라.”

“시아주버니가 제수씨를 미친년취급을 했담서요?”

“그랬제. 평상시에는 제수씨, 제수씨험서 존대럴 허다가도 내가 북을 들고 소리 한 대목 갈쳐돌라면 암내맡은 황소처럼 눈알을 부릎뜨고 노려보는디, 금방이라도 지게작대기로 후려칠 기세드라. 그런다고 물러날 내가 아니었제. 낮으로는 농사일도 거듬서 늙은 시부모님얼 지성으로 뫼시면서 밤으로는 북을 들고 소리가락에 매달렸니라. 내 정성을 알았든지 낭중에는 시부모님이 먼저 큰 아들헌테 소리럴 갈치라고 사정을 하드라. 서방님도 소리를 가르치라고 자기 형님 바지가랭이를 붙들고 늘어졌고...새벽마다 요천강 건너 덕음봉엘 올라다녔니라. 소리 한 대목 허고와서 아침밥 지어 묵고...”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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