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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류명창 이화중선 <4>

공회당 앞에는 어림잡아도 백명은 넘을 것같은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 있었다. 헐벗고 굶주린 모습이었으나, 오랜만에 조선에서 온 소리꾼의 소리를 듣겠다는 기대로 눈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두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자 누군가 소리쳤다.

“이화중선이다. 임방울도 함께 있다.”

그러자 사람들이 두 사람 곁으로 몰려 들었다.

“오셨소? 어서들 들어갑시다.”

이화중선이 웃으며 말했을 때였다. 출입구에서 입장료를 받던 단원 하나가 허겁지겁 달려왔다.

“아니, 이명창님. 왜 이제야 오십니까? 청중들의 입장이 끝나고 공연을 시작해야 하는데요.”

“입장이 끝나다니?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문 밖에 있는데...”

“자리도 다 찼고요, 공짜로 입장시켜주기를 바래는 사람들만 남아있구만요.”

“공짜로?”

“사람들이 염치가 있어야지, 뱃멀미로 죽을 고생을 하고 현해탄을 건너 왔는데, 공짜구경이나 바라다니, 말이 됩니까?”

낌새를 보아하니, 들여보내달라, 안 된다, 하고 실갱이깨나 한 모양이었다.

이화중선이 흘끔 뒤를 돌아보았다. 문 밖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임단장님한테 내 출연료를 안 받겄다고 말씀드릴 것이니, 저 분들을 다 입장시키시오.”

이화중선의 말에 임방울도 나섰다.

“그렇게 허게. 나도 출연료를 안 받겠네.”

두 사람의 말에 단원이 할 수 없다는 듯 남은 사람들을 입장시켰다. 좌석을 다 채웠다는 단원의 말은 사실이었다. 공짜손님까지 입장을 시키자 통로까지 청중으로 빽빽이 메꾸어졌다.

이화중선이 무대 뒤의 대기석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임상문이 찾아왔다.

“화중선이, 내가 입장료가 아까워서 그랬던 것이 아니구만. 공짜라면 양잿물도 묵는다고 한번 공짜로 입장을 시키면 다음에도 공짜로 볼라고 헌단말이시.”

“여그넌 일본땅이 아니요. 오늘 공연을 못 보면 잘 해야 내년 요맘때나 기회가 올텐디, 만리타향에 와서 우리 소리 좀 듣겄다는 동포들의 가심얼 아프게 맹글아서야 쓰겄소? 다음 야하다(八幡)공연 때도 돈 없이 온 사람언 그냥 입장얼 시키씨요. 밥값 잠값이 모잘라면 내가 보탤라요. 여그 방울이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고라. 내가 유성기판얼 취입허고 받은 돈얼 다 써도 좋은깨, 동포덜얼 서럽게 맹글지는 마시씨요.”

이화중선이 그렇지 않느냐는 뜻으로 돌아보자 임방울이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글고 오늘은 어사 춘향모 상봉대목보다 추월만정얼 먼저 불러야쓰겄소.”

“그렇게 허소. 어채피 순서가 딱부러지게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니.”

임상문이 별 일 아니라는 듯이 사회자 석으로 돌아갔다. 임방울의 쑥대머리가 공회당 안을 쾅쾅 울릴 때였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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