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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류명창 이화중선 <3>

이화중선이 안남미밥 한 그릇을 억지춘향으로 비우고 났을 때 공연이 있을 공회당에 갔던 임상문이 돌아왔다.

“큐수는 시모노세끼보다 조선동포들이 적어 좌석을 다 못 채울까 걱정을 했는데, 인산인해구만. 정말로 이화중선과 임방울이 왔느냐고 난리드라니까.”

“어떻게 밥벌이는 되겄든가요?”

단원 가운데 하나가 불쑥 물었다.

“밥값뿐이던가? 잘허면 출연료도 몇 푼씩 돌아가것구만.”

임상문의 대꾸에 단원들의 얼굴에 웃음빛이 돌았다. 이중선만이 아까부터 자꾸만 목을 큭큭거리는 언니가 걱정스러운지 괜찮아? 언니, 괜찮아? 하는 눈빛으로 묻고 있었다.

“화중선이 누님, 누님의 소리를 듣고 있자면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는 시암물같다는 생각이 든당깨요. 어찌나 맑은지 듣는 사람의 귀를 씨언히 뚫어주기도 허고라우.”

공연이 있을 공회당으로 가는 길에 임방울이 옆으로 다가서며 말했다.

“소리야 방울이 동생 소리가 진국이제. 막힘이 없이 하늘로 솟구치는...”

이화중선이 막힌 목을 뚫느라 주먹으로 가슴을 토닥이며 대꾸했다.

임방울이 걱정스런 눈빛으로 돌아보았다.

“괜찮헐 것이여. 내 소리럴 듣겄다고 모여든 조선 동포들이 기다리고 있는디, 목이 맥힐 리가 없제. 암, 없구말구.”

“하먼, 그래야제요. 청중들의 추임새로 묵고 사는 것이 소리꾼이 아니요. 얼씨구, 좋다허는 추임새 한 마디면 없던 기운도 살아난당깨요.”

“방울이 동생 말이 맞어. 그나저나 지게작대기만헌 능구렁이라도 한 마리 푹 고아 묵으면 가슴이 뻥하니 뚫리겄구만.”

이화중선이 가슴 밑바닥에서 뜨거운 뭉치 하나가 목울대를 치밀고 오르는 느낌에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그때 누님이 참 배암얼 많이 잡수셨지라우. 언제든가요? 누님이 무신 신문사 주최로 경복궁에선가 열린 명창대회에서 조선의 내노라허는 소리꾼얼 다 물리치고 장원허신 얼매후였지요? 남원에서 여류명창이 났다는 소문에 얼매나 소리럴 잘허길래 조선팔도가 떠들썩 헌가 소리나 한 대목 듣자고 찾아갔더니, 폐병이 들어 콜록거리고 있등구만요. 듣고 싶은 소리는 못 듣고 누님 아부님허고 배암만 실컷 잡다가 안 왔소?”

“맞아. 통꾼이셨던 아부님얼 배암얼 잡는 땅군얼 맹글았응깨. 그래도 내가 다시 소리판에 설 수 있었던 것은 그때 묵은 수백마리의 배암 덕분이었구만. 한 일년 밥 대신 뱀탕얼 묵고 났더니, 가슴앓이가 그치고 소리가 제대로 나오드랑깨. 뱀이라면 징그럽다고 십리나 도망가던 방울이 동생이 나 하나 살리겄다고 아부님 따라 뱀 망태기 메고 따라댕겨준 것도 두고두고 고맙고...”

말 끝에 이화중선이 또 목을 큭큭거렸다.

“괜찮겄소?”

“괜찮헐 것이여. 저기 저 동포들이 내 목을 뚫어줄 것이구만.”

이화중선이 공회당 앞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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