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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류명창 이화중선 <2>

대동가극단 단장인 임상문이 부실해진 몸도 추스릴겸 남원인근의 절에 머무르고 있는 이화중선을 찾아온 것이 보름전이었다.

“화중선아, 방울이허고 도쿄간다는 것이 사실이냐?”

“그렇구만요. 전쟁을 허느라 난리라서 레코드판도 잘 안 팔릴텐디, 오케이레코드사에서 판얼내자고 허능구만요.”

“다른 판은 몰라도 니 추월만정허고 임방울이 쑥대머리는 없어서 못 팔아 묵을 것이다. 마침 잘 되었구나. 우리 대동가극단도 일본으로 가야겄구나.”

“대동가극단이 일본엘요?”

대동가극단은 칠팔년 전에 조선팔도에서 줄타기를 가장 잘하는 임상문의 부친이 이화중선을 중심으로 조직한 가극단이었다. 임상문은 줄타기를 하고, 이화중선은 판소리와 ‘어사와 춘향모 상봉이랄지 ‘나뭇꾼과 선녀’같은 토막창극을 공연하였는데, 관중의 대부분은 이화중선을 보기위하여 모여들었다. 거기에다 일년 쯤 지나서 임방울까지 가세하니 대동가극단으로서는 비단에 꽃그림을 그린 격이었다. 여자 소리꾼과 공연하던 어사와 춘향모 상봉 대목의 어사를 임방울이 맡아 공연하자 대동가극단이 가는 곳마다 포장 안은 발디딜 틈도 없이 관중이 몰려들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일제는 더욱 극악스러워지고 있었다. 조선의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탄광으로, 비행장 공사장으로 끌어내는 것은 물론 ‘창씨를 개명하라. 놋그릇을 공출하라. 송진을 따서 바쳐라’ 등 온갖 만행을 저지르더니, 나중에는 창극단 공연까지 사사건건 시비를 하고 나왔다. 조선어말살정책을 펴고 있던 차에 조선말로 공연을 하고 그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이 치솟자 눈에 가시가 된 것이었다. 무대와 소도구를 말달구지에 바리바리 싣고 지방으로 내려가 막상 공연을 하려면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거나, 공연허가를 내주는 조건으로 창씨개명이나 학병이나 노무자동원을 선동하라고 강요하는 것이었다. 단장 입장에서는 무슨 수를 쓰던 가극단을 살리려고 일제의 지시에 따르는 척이라도 해야 했지만, 이화중선이 먼저 고개를 내저었다.

“그리는 못허겄소. 내가 목구멍에서 피럴 몇 바가지나 쏟아냄서 소리공부럴 헌 것이 불쌍헌 우리 동포들얼 사지로 내모는 선전도구로 쓸라고 했던 것이 아니요. 왜놈덜헌테 나라럴 빼앗기고 울며겨자묵기로 사는 백성덜헌테 작으나마 즐거움얼 주기 위해서인디, 조상대대로 써오던 성씨를 왜놈식으로 바꾸라고 권장허고 일본천황얼 위해서 목심얼 버리라고 선동허는 도구로 쓸 수 있겄소? 내 목에 칼이 들어와도 그 짓언 못허겄소.”

이화중선이 못하겠다고 나자빠지자 임방울도 떨어져 나갔고, 두 사람이 없는 대동가극단은 관중을 불러모을 수가 없었다. 결국 대동가극단은 이름만 내걸었을 뿐 공연은 정지상태에 있었는데, 임상문이 찾아온 것이었다.

“너도 알 것이다만 일본에는 조선에서 끌려가 군수공장이나 탄광같은데서 죽을 고생을 하는 조선동포들이 많니라.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고들 안 허드냐? 일본 간김에 동포들을 위한 공연을 허자는 말이니라. 동포들은 공연을 봐서 좋고, 대동가극단은 공연을 해서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아니드냐?”

“방울이는 머라고 헙디까?”

“니가 허면 헌다고 허드라.”

“허면 나도 헐라요. 만리타향에서 고생허는 조선동포들얼 위허겄다는디, 싫을 리가 있소. 헙시다.”

그래서 이화중선과 임방울은 일주일 먼저 도쿄로 와서 음반 취입을 하고, 뒤늦게 들어 온 단원들과 만나 시모노세끼 공연을 마치고 큐수로 오게 되었는데, 그동안 먹는 것이 부실했는지 몸이 천근만근 무거울뿐더러 목울대가 간진간질한 것이 십여년 전에 가슴을 앓던 때와 비슷한 것이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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