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라이프 연재소설4 '남원 누른대 출신, 조선조시대 충신 유 자 광
국창(國唱) 송만갑 <8>

“더도 덜도 말고 어전소리꾼만 되그라. 니가 국창이 되어 가마럴 타고 궁궐에 들어가는 모습얼 보는 것이 내 소원이니라.”

송만갑이 서울 조선극장의 명창대회에서 일등을 하고 내려오자 아버지 송우룡이 눈물을 글썽였다.

나이 열일곱살 때에 전주 영문의 대령광대가 되어 전라도 인근에 이름을 날리게 되었을 때부터 아버지 송우룡이 입에 달고 살던 소리지만 눈에 눈물까지 글썽인 일은 없었다. 황제가 산다는 서울에서, 그것도 내노라하는 명창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벌어진 명창대회에서 송만갑이 일등을 하자 이제 되었구나, 싶은 것이 분명했다. 이 무렵 송우룡은 목이 꺾이는 바람에 나이 어린 후배들한테 조선의 명창이라는 이름을 넘겨주고 끙끙 앓고 있던 중이었다.

꺾인 목을 세우겠다고 지리산 천왕봉 아래 바위굴에 들어앉아 석달 열흘 냅다 고함을 질러대기도 했고, 부자집 분항통에 대통을 박아놓고 대통에 고인 똥물을 사흘걸러 한 사발씩 마시기도 했었지만 목은 돌아올 생각을 않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던 차에 아들 만갑이 일등을 하자 그답지 않게 눈물까지 보인 것이 틀림없었다.

“그래, 무슨 대목을 불렀느냐?”

송우룡이 대견하다는 눈빛으로 물었다.

“첨에넌 적벽가럴 불렀구만요. 헌디, 용얼 써서 소리럴 혔는디도 청중들이 잠잠허드란 말입니다. 낭중에넌 집어쳐라, 허는 야유가 나왔고라. 오기가 생기드구만요. 혀서 새타령을 멋들어지게 불러뿌렀구만요.”

“새타령얼?”

“예, 아부님. 그것도 쪼깨 기교럴 부림서 불렀구만요.”

“기교럴 부려? 어뜨케?”

“잔목도 쪼깨 쓰고라. 사설에 기름도 시늉으로 발랐구만이라.”

“잔목에 기름꺼정 쳐?”

그 순간 송우룡의 눈살이 꼿꼿이 일어섰다.

“서울 사람덜언 그런 소리럴 좋아허등구만요. 간드러진 소리럴 좋아허드랑깨요. 이동백 명창이 불렀을 때보다 기생덜이 나와 부른깨 박수럴 더 많이 치등구만요. 저도 앞으로 소리에 윤기럴 넣어야겄구만요.”

송만갑이 그렇게 말했을 때였다. 송우룡이 곁에 놓인 목침을 들어 아들의 어깨죽지를 내려쳤다.

“왜 그러신다요? 아부님.”

“너 송문의 법제를 버리겄다는 말이더냐? 청중들이 듣기 좋은 소리럴 허겄다고 가왕이신 흥자 록자 할아부님께 죄럴 짓겄다는 말이더냐? 그것언 안 된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넌 절대로 안 된다. 아니, 내 몸이 썩어 문드러져 흙 속에 묻혀서라도 그것언 못허게 말릴 것이니라. 다시는 소리에 기름칠 허지 말그라. 그것언 송문의 법통얼 내팽개치는 것이여. 니 증조부님이 지하에서 가만 계실 것 같으냐?”

“알겄구만요.”

아버지 앞에서는 그러고 말았다. 그러나 막상 공연을 다니다 보면 청중들은 무겁고 잔기교가 없는 동편제 소리를 좋아하지 않았다. 기교적이고 화려한 소리를 좋아했다. 우선은 그런 소리들은 사설 전달이 잘 되었다. 청중들 앞에서 부르는 송만갑의 소리에 양념이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 이때부터였다. <다음호에 계속>

 

남원뉴스  news@namwonnews.com

<저작권자 © np남원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남원뉴스의 다른기사 보기
[출처] np남원뉴스 - http://www.namwon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0686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ㆍ기사제보ㆍ광고문의ㆍ불편신고ㆍ개인정보취급방침ㆍ청소년보호정책ㆍ이메일무단수집거부
상호(법인)명 : 유한회사 엔미디어  |  우)55739 전라북도 남원시 충정로 128, 2층(향교동)  |  Contact : ygparknw2@hanmail.net
대표전화 : 063)625-1695  |  제보전화 : 063)625-1695  |  팩스 : 063)625-1695  |  사업자등록번호 : 446-81-00995
부정청탁방지담당관 : 발행인 박영규 010-8317-9990
등록번호 : 전북, 다01294  |  등록일 : 2016.02.25  |  발행인 : 박영규  |  편집인 : 신화자  |  청소년 보호 책임자 : 박영규
Copyright © 2026 np남원뉴스.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