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허, 화중선이 니가 내 말얼 제대로 이해허는구나. 동편제럴 제대로 배우고 나면 참기름 쫌 치면 소리가 더욱 맛이 나느니라. 동편제의 웅장함에 서편제의 기교를 섞으니, 왜 안그렇겄냐? 송문얼 망치는 패려자손이라는 오명얼 쓰고 집에서 쬐껴난 다음에 팔도럴 돌아댕김서 소리럴 혔니라.

어떤 사람언 내 소리럴 가리켜 장타령만도 못허다고 허고, 또 어떤 사람언 송문의 고매한 법통을 버리고 너무 통속적으로 흘렀다고 비웃기도 허드라마는, 난 그럴 때마다 그랬니라. 동냥치의 장타령도 청중이 듣고 기분이 좋으면 좋은 소리인 것이고, 기생의 꾀꼬리 목소리도 청중이 들으며 박수를 치면 좋은 소리가 아니냐고 혔니라.

권세높은 대감님들이나 몇 백 몇 천석지기 부자들 앞에서만 소리럴 헌다면 그 양반들한테 맞는 소리럴 허겄제만, 요즘엔 큰 극장이라는 것이 생겨가지고 아무나 소리럴 듣고 즐기는 시대가 아니드냐? 청중이 좋아허는 소리럴 제대로 불러주는 것이 소리꾼이 혀야헐 일이 아니드냐? 포목전에 손님이 오면 다 똑같은 옷감을 사가는 것이 아니잖느냐? 명주비단을 원허는 손님들헌테는 명주비단얼 주고 무명옷감을 원허는 손님헌테는 무명얼 주는 것이 포목장사의 도리가 아니겄느냐?”

송만갑의 목청이 불쑥 높아졌다.

“암요. 그렇고 말고요. 스승님의 말씸이 백번 옳습니다요.”

이화중선이 어깨를 흠칫 떨며 대꾸했다.

“그렇다고 화중선아, 첨부터 소리에 참기름얼 칠라고 들면 안 된다이. 음석이라는 것도 제대로 만들 줄 알고 난 다음에 양념허는 법얼 배와야제, 첨부터 양념맛으로 음식얼 맹글라고 들면 어중간잽이가 된당깨. 우리가 묵는 수많은 음식 가운데는 참기름얼 쳐서 묵어야허는 것도 있고, 안 그런 것도 있고 글잖냐? 참기름도 너무 많이 치면 비리고...”

“구례 오부자 어르신이 말씀허시등구만요. 스승님언 잔목을 쓰거나 구기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소리에 양념도 안 치고 잔 꾀도 안 부리면서 소리를 쫙 펴서 잠잠허게 불러 나가시다가 꼭 필요헐 때 참 기름 한 방울얼 뚝 떨어뜨린다고 허등만요. 그래서 그 양념맛이 더욱 꼬소롬허다고요. 제가 스승님이 치신 참기름 맛에 홀딱 빠져 시엄니도 내팽개치고 서방님도 버리고 미친년맨키로 안 따라나섰습니까?”

“내가 사람 하나 버렸구나.”

“이년의 팔자인 것이제요. 스승님얼 따라댕김서 원도 한도 없이 소리 한번 배와보는 것이 이년의 소망이구만요.”

“혀볼 만큼 혀보그라. 낭중에, 아조 낭중에 니가 걸어온 길얼 되돌아보았을 때 후회넌 안 헐만큼만 허그라.”

“스승님언 후회되지 않습니까?”

“나?”

송만갑이 되물었다. 그런 그의 뇌리 속으로 할아버지 광록의 얼굴이, 아버지 우룡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비상 든 막걸리 사발을 마당에 대동댕이 치며 다시는 집이라고 찾아오지 말라고 통곡을 하던 어머니의 얼굴이, 자식한테는 죽으면 죽었지 소리공부는 안 시키겠다고 눈에 불을 켜던 아내의 얼굴이 스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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