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부님도 조부이신 광자 록자럴 쓰시는 분께 배우신 것이제. 내 조부님이 그러셨니라. 내가 서너살 때부터 소리공부럴 시작혔는디, 구신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실제로 몸에 소름이 돋아야헌담서 캄캄헌 밤에 무덤 가에 혼자 앉혀놓고 소리공부럴 시켰는가허면 새소리를 제대로 낼라먼 새허고 가까워져야헌담서 새소리가 잘 들리는 산으로 들로 끌고 가서 몇 날 며칠을 앉혀놓고 새소리만 듣고 부르게 허셨느니라.
그런 조부님헌테 소리공부를 허신 아부님이 오죽허셨겄느냐?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느니라.
조부님과 부친의 지도로 나이 열 살이 넘어서는 전라도 인근에서는 제법 소년 명창이 났다는 소리도 들었었니라. 헌디, 내가 다른 소리덜언 그럭저럭 잘 내는디, 이상허게도 울음소리만언 서툴렀니라.
우리 소리에 보면 울음 우는 대목이 오죽이나 안 많냐? 춘향이가 이몽룡이허고 이별험서 우는 대목, 심청이가 즈가부지 떼어놓고 남경상인헌테 팔려가며 우는 대목, 그런 심청이를 보내면서 심봉사가 통곡얼 허는 대목들 말이니라.
헌디, 내가 그 대목얼 잘못혔니라. 헌깨, 아부님이 그 대목얼 시킬 때넌 굵디 굵은 싸리나무 회초리럴 여나믄개 준비혀 놓았다가 내가 제대로 울음을 안 울면 아랫종아리럴 무지막지 안 후려팼냐? 회초리의 매운맛이 어찌나 독허든지 낭중에는 울음대목이 저절로 되드라. 내 아부님이 그리도 독헌 분이셨느니라.
가왕이신 흥자 록자 할아부님의 뜻얼 받들고 송문의 법제럴 제대로 이어가야헌다고 철석겉이 믿고 계신 분이셨니라. 그런 아부님이 참기름친 내 소리럴 받아들일 수가 있었겄느냐? 몽둥이질얼 해도 안 되고 광에 가두어도 안 되닝깨, 낭중에넌 막걸리에다 비상얼 타서 믹일라고 안 혔냐? 다행이 어머님이 낌새를 채고 비상든 막걸리를 마당에다 쏟았기에 망정이지, 내가 꼼짝없이 비상 묵고 죽을 뻔 혔었구나.”
“헌디, 스승님언 어찌 부친의 뜻을 거역하셨습니까? 그냥 말로라도 예, 아부님 말씸얼 따르겄습니다, 허면 그런 곤욕은 안 당혔을 것이 아닙니까?”
‘똥고집이었제. 내가 서울 큰 무대에서 청중덜이 어떤 소리럴 좋아허능가 알아뿌린 것이 탈이제. 소리에 깨소금 좀 친다고 동편제가 서편제 되는 것언 아니지 않느냐? 그런다고 내가 소리럴 간드러지게 부르는 것도 아니고, 기왕이면 맛 있게, 내 소리럴 청중덜이 맛 있다, 참 맛 있다, 험서 듣게 허자는 것이 먼 잘못이다냐? 그런 고집이 없었으면 아매 소리의 길로 들어서지도 안 혔을 것이니라. 소리에 깨소금 쫌 친다고 본바탕이야 어디 가겄느냐?“
“글제라우. 본바탕은 어디로 안 가고 꼭 그 자리에 있지라우. 스승님이 우리덜얼 갈칠 때 동편제럴 갈치제 서편제를 갈칩니까?”
이화중선의 말에 송만갑이 허허허 웃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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