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중선은 두 눈이 똘방거렸으며 무엇보다 한 나절을 써도 쉬지 않는 튼튼한 목을 가지고 있었다. 달궁골에서 세 해를 고함지르며 살았다는 말이 빈 말은 아닐 터였다. 무슨 말끝엔가 운봉 비전리에 간다고 했더니, 가왕의 무덤에 절이라도 한 자리 드리겠다며 기어코 따라나선 길이었다.
“화중선아, 너 이 고개가 무슨 고갠줄 아느냐?”
“연재라고 안 허셨습니까?”
“맞니라. 여그가 바로 구비구비 아흔 아홉 구비인 연재니라. 흥부가 중 제비노정기에 나오는 연재가 바로 여그니라. 너, 소리 한 대목 혀볼레? 저 놈의 늑대가 계속 바람만 바람만 따라오고 있구나.”
“숨이 가빠서 못허겄습니다.”
화중선의 말에 송만갑이 혀를 끌끌 찼다.
“쯧쯧쯧, 명색이 소리 허겄다는 년이 이깟 산길에 숨이 가쁘다니?”
“공력이 부족해서 그럽니다. 달궁골에서 공부헐 때 이틀거리 사흘거리로 노고단꺼정 올라댕김서 공부를 혔는데도 그럽니다.”
“아직 멀었구나. 허면 내가 헐테니 들어보그라.”
송만갑이 말 끝에 아이구, 도련님, 하고 냅다 고함을 질러댔다. 춘향가 중의 한양으로 떠나겠다는 이몽룡 앞에서 투정 겸 하소연으로 춘향이가 부른 이별가 대목이었다. 소리가 한 대목 풀릴 때 마다 달이 뭉텅뭉텅 떠올랐다. 좀 더 나중에는 온 산이 쩌렁쩌렁 소리를 하고 있었다.
“아이고 여보, 도련님. 인제 가면 언제 와요? 올 날이나 일러주오. 금강산 상상봉이 평지가 되거든 오시랴오? 동서남북 너른 바다가 육지가 되거든 오시랴오? 마두각허거든 오실랴오? 오두백허거든 오실랴오?“
언제 해소기침을 했느냐는 듯 송만갑의 소리는 우렁찼다. 나무 가지에서 잠 들어있던 산새가 잠이 깨어 푸드득 날개짓을 했다.
‘참말로 눈물이 나네요.“
이화중선이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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