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비구비 아흔 아홉 구비의 오르막 산길이었다. 구비가 끝났는가 싶으면 길이었고, 길이 끝나는가 싶으면 또 구비였다. 그렇게 여원치는 길과 구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한 구비를 다시 돌아서자 구비너머 고갯마루에서 달이 얼굴을 내비쳤다. 그 구비 길을 한 노인과 한 여자가 걸어가고 있었다. 노인은 훠이훠이 비탈길을 거침없이 올라가고 있었고, 여자는 숨을 헐떡이며 겨우겨우 따라가고 있었다.
소쩍새가 소쩍다 소쩍다 쉰 목소리로 울어댔다.
“화중선아, 숨이 가쁘냐? 쉬었다 갈끄나?”
노인이 돌아보며 물었다.
“아이구만요. 서나서나 가십시다. 쬐깨 쉰다고혀서 가쁜 숨이 안 가쁠리도 없고라.”
여자가 이마의 땀을 소매깃으로 훔치며 배시시 웃었다.
달빛 한 자락이 여자의 박속같은 잇사이에서 하얗게 흔들렸다.
“흐긴, 그렇구나. 소쩍새가 징허게 우는 것얼 본깨, 밤도 엄청 깊은 모냥이구나.”
“스승님도 참, 소쩍새는 초저녁에도 우능구만이요. 제가 살던 수지 홈실에서 산에 나무럴 허로 가보면 대낮에도 컴컴헌 숲속에서 소쩍새가 울등만요.”
“그랬더냐? 허나, 인석아 소쩍새의 목이 초저녁부텀 쉰다더냐? 울만큼 울고 난 자정녁부텀쉬는 것이제.”
“스승님 말씀이 옳으시구만요. 남원 주막에서 이른 저녁얼 묵고 얼매럴 걸어왔는디요. 남원에서 요천꺼정 이십리람서요? 요천강 나무 다리를 건너 또 십리 남짓언 걸은 것 같은디요.”
여자가 주먹으로 무릎을 툭툭 두드리며 대꾸했다.
소쩍다 소쩍다 소쩍새가 울고, 소쩍새 소리에 화답이라도 하듯 골짜기 건너에서 우우우 늑대가 울었다.
“아무래도 요천 주막에서 자고 올 걸 그랬구나.”
노인이 늑대 울음소리가 들리는 건너편을 흘끔거리며 말했다.
“무서우세요? 스승님.”
“무섭기는, 인석아. 밤길을 가다보면 늑대를 만나는 것이야 흔한 일인 걸. 어디 늑대 뿐이더냐? 어쩌다가는 호랑이를 만나 그놈얼 길라잽이 삼아 고개를 넘은 일도 있었느니라?”
“정말이요? 호랑이가 길라잡이를 해요? 안 잡아 묵고?”
“소리꾼의 소리를 알아듣는 호랑이는 길라잡이도 허느니라. 내가 강원도 설악산의 작은 암자에 머물며 쉰 목을 틔우느라 용얼 쓰고 있을 때니라. 하루는 탁발 나간 스님이 밤이 늦어도 안 오시길래 심심풀이 삼아 마중얼 나갔는디, 밤도 그리 안 깊었는디, 황소만헌 호랑이가 앞얼 딱 막아서는 것이 아니겄느냐? 화등잔만허게 뜬 두 눈 앞에서 다리에 맥이 풀려 털썩 주저 앉았는디, 앉아서 곰곰이 생각혀 본깨, 호랭이가 나럴 겁쟁이로 알면 오히려 시펴보고 잡아묵겄드란 말이드라. 혀서 기왕 호랭이헌테 잽혀 묵을 바에야 소리나 실컷 허고 죽자 허는 생각에 춘향가 중에서 어사 출도 대목얼 냅다 불러제꼈구나.”
“그렁깨요? 호랭이가 어쩌등가요?”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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