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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편제의 시조 가왕 송흥록 <25. 마지막회>

김병기가 마련해준 집으로 돌아와 벌렁 드러누워 가만히 돌이켜보니까, 꼼짝없이 죽을죄를 저지른 것만 같아 그제서 은근히 겁이 났다.

하이고, 내가 씨잘데기없는 소리럴 지껄였구나. 하늘얼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김병기 대감의 노여움을 샀응깨, 송흥록이넌 인자 소리꾼 노릇도 못허겄구나. 차라리 운봉으로 도망얼 가 뿌리까. 지리산 속에라도 숨어 뿔면 그 멀고 먼 지리산꺼정 김 대감이 사람얼 보내 잡으러 들 리도 없고.

송흥록이 이 궁리 저 궁리로 밤을 하얗게 밝힌 다음날이었다. 송흥록을 함경도로 귀양을 보낸다는 어명을 가지고 금부나졸이 나왔다.

“가라면 가야지라우. 소리 하나로 동가식서가숙허는 나헌테 집이 무신 소용이 있으며 광에 쌓인 만금 재산이 먼 소용이 있다요. 따지고 보면 모도가 다 김 대감 덕분에 모은 것들인깨, 대감더러 알아서 허라고 허시씨요. 나럴 안 쥑이고 살려준 것만도 겁나게 고맙다고 전혀 주시씨요이.”

호송하는 금부나졸에게 말하자 무뚝뚝해 보이던 나졸 사내가 픽 웃었다.

“그렇잖아도 김병기 대감이 댁을 꼭 죽이려고 했답니다. 상감의 윤허까지 받았는데, 어젯밤에 대감의 꿈에 한 선인이 나타나서 송흥록을 죽이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가더랍니다. 그래서 아침에 부랴부랴 입궐을 하여 참수형을 귀양으로 바꾸어 윤허를 다시 받아냈다고 하더이다.”

“허허, 그래요? 그 선인이 어뜨케 생겼능가는 몰라도 아매, 저작년에 돌아가신 내 스승 월광선사님이었던개비요. 안직도 내 소리가 필요헌 백성덜이 많은깨, 나럴 살려가꼬 소리공덕이나 쌓으라고 그랬는개비요.”

송흥록이 껄껄껄 하늘을 향해 웃었다.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으나, 꼼짝없이 죽을 목숨이 살아난 것도 즐거웠고, 지긋지긋한 한양 땅을 떠나게 된 것도 즐거웠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사람들 앞에서 다시 소리를 하게 된 것도 즐거웠다.

껄껄껄.

송흥록이 느닷없이 단전에서 끌어올린 웃음을 목구멍으로 밀어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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