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흥록이 한양행 가마를 탄 것은 비전으로 돌아온 지 한 달 만이었다. 뱀사골로 박만순을 찾아가 얼굴은 보이지 않고 오십 보 백 보 떨어진 곳에서 제자가 완창하는 춘향가를 듣고 흐따, 그놈, 게으름 안 피우고 자나 깨나 소리만 혔능갑구나, 하고 흐뭇한 웃음을 머금고 돌아온 어느 날이었다.
운봉영장이 직접 찾아와 한양행을 서둘렀다. 그동안에도 종종 김병기 대감이 송흥록이 안 돌아왔느냐고 사람을 보냈는데, 이번에 송흥록이 비전으로 돌아와 있다는 장계를 올렸더니, 운봉영장이 책임지고 가마를 대령하여 송흥록을 서울로 보내라는 전갈이 왔다는 것이었다.
“하이고, 그 양반도 참. 나 겉은 것얼 불러서 뭣얼 허실라고 그러까요이.”
송흥록이 빙긋 웃자 운봉영장이 올라가서 김 대감님을 만나면 제발 자기 얘기를 잘 해달라고 신신부탁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십시다, 그까짓 말에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닌깨. 그렇게 대답은 했지만, 실상 송흥록이 김병기를 만났을 때는 운봉영장 얘기는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조선제일의 권세가답게 김병기의 집은 으리으리했다. 대문간이 운봉 방 부자네 안채보다 더 컸다. 가마에서 내려 대문을 몇 개나 지났을 때 김병기가 거처하는 사랑채가 나타났다. 미리 전갈을 받은 청지기가 전라도 운봉 비전리에 사는 송흥록이라는 명창이 당도하였다고 아뢰자 문이 벌컥 열리고 얼굴이 어렴풋이 눈에 익는 김병기가 버선발로 마루까지 쫓아 나왔다.
“어서 오게, 송 가왕. 내가 송 가왕을 만나는 것이 유비가 제갈공명을 만나는 것보다 더욱 어렵구만, 그려. 몇 번이나 운봉까지 사람을 보냈었네.”
“송구스럽구만요, 대감마님.”
송흥록이 얼른 토방 아래 맨바닥에 납작 엎드리자 김병기가 뭣을 하느냐? 송 가왕을 어서 방으로 모시지 않고, 하며 청지기를 나무랐다.
“오늘은 여독이 심할테니, 내 집 별채에서 편히 쉬고 내일 당장 상감을 배알하러 가세.”
방으로 들어와 정식으로 큰절을 올리자 김병기가 말했다.
“사, 상감님얼 말씸입니까?”
“왜, 천하의 송 가왕도 상감을 배알한다하니 겁이 나는가? 허나, 걱정하지 말게. 귀곡성 하나로 수천 군중을 무서움에 벌벌 떨게 만들던 송 가왕의 배짱이면 상감 앞에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텐데, 뭘. 상감이 무서워하시면 안 되니까, 귀곡성은 말고 적당한 대목으로 한 대목 생각해 두게.”
김병기가 빙그레 웃었다.
<다음호에 계속>
남원뉴스 news@namwonnews.com
<저작권자 © np남원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