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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편제의 시조 가왕 송흥록<20>

“설마요. 어찌어찌허다 본깨 길이 헛갈렸겄지라우. 북채럴 내떤지고 제주도꺼정 간 동생이라면 어디선가 죽기살기로 소리공부럴 허고 있을 것이구만요. 언젠가 내가 이런 소리꾼이 되었소, 내 소리가 어떻소? 허고 자랑스런 얼굴로 나타날 것이구만요.”

“그렇게만 되었심사 얼매나 오감지겄냐?”

어머니가 치마귀로 눈물을 닦고 있는데, 아버지 송 첨지가 불쑥 말했다.

“아참, 내가 깜박 잊고 있었구나. 니가 제주도에 간다고 떠나고 일 년이나 지냈으까, 한양에서 손님이 왔드라. 김 대감이라고 허등가? 충청도 속리산에서 만낸 사람이라고 허면 알 것이라고 혐서, 일각이 여삼치로 기다리고 있응깨, 집에 오는 대로 오라고, 하인인개빈디도 참 점잖헌 사람이드라. 그 사람이 그렇게 말허드라.”

“김병기 대감인갑만요. 오 년 전인가, 그때 불러도 안 갔는디, 그 양반이 뭣 땜시 저럴 자꼬만 찾으꾸라우. 양반이네 벼실아치네 허는 사람덜언 가차이 해봐야 덕볼 것이 별로 없는디요. 불가근 불가원이랑깨요, 그런 양반덜언.”

“니 소리가 좋아서 글제, 딴 뜻이야 있겄느냐? 어뜨케 알았는지, 운봉영장이 그 소리럴 듣고넌 나럴 대허는 태도가 아조 싹싹혀졌니라. 니가 한양의 높으디높은 대감님과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것얼 듣고넌 나럴 아조 어런 대접이랑깨.”

송 첨지가 모처럼 아들을 대견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거참, 다행이구만요. 소리넌 좋다고 들음서도 언제나 천것 취급이더니. 헌디, 만순이 놈언 어뜨케 소리가 쫌 늘었습니까?

“하먼, 시방 소리만 가꼬도 니가 백운암에서 나올 때만큼은 될 것이니라.”

송 첨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흐긴, 그놈언 주덕기라는 명창 밑에서 바탕언 딱았응깨요. 인자넌 내삐러둬도 지 소리넌 지가 맹글아 낼 것이구만요.”

“한 번 안 찾아가 볼래?”

“저만큼 뒤에서 허는 소리가락이나 듣고 오지요, 뭐. 얼굴꺼정 뵈일 것이 있겄십니까?”

송흥록이 급할 것이 없다는 투로 대꾸하는데, 아버지 송 첨지가 은근히 말했다.

“어뜨케 헐레? 한양에넌 안 올라가 볼레? 언젠가 운봉영장이 그런 말씸얼 허시드라. 니가 한양에 간다면 자기가 가마를 한 채 내주겄다고, 오고가넌 노잣돈도 충분히 대주겄다고.”

“그 양반이 딴 욕심이 있는갑소. 설마 가마가 없어 한양에 못 가고, 노자가 없어 출행얼 못허겄십니까? 쪼깨만 더 생각혀 보고 올라가던지 말던지 헐랑구만요.”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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