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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편제의 시조 가왕 송흥록 <19>

송흥록이 제주도에서 일 년 남짓을 머물렀으나 동생 광록을 만나지 못했다. 배멀미에 여독을 푸느라 이레 남짓을 쉬고 동생을 찾아 나섰으나 어디에도 동생의 흔적은 없었다. 허위허위 한라산을 오르다가 만나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쩌그, 혹시 이 산중에서 소리공부허는 사람얼 못 보았소? 하고 물어보면, 글쎄요, 저번에 언젠가 서귀포 정방폭포 우에서 소리럴 버럭버럭 질르는 남정네럴 본 것도 같소만, 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소리 하나만 믿고 사나흘을 걸어 정방폭포를 찾아가면 어떤 남자 하나가 밤낮없이 서너 달 소리만 버럭버럭 지르더니, 두어 달 전에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송흥록이 그 남정네의 생김새를 물으면 키가 덜썩 크고 콧날은 오똑하며 귓밥이 두툼한 것이 영락없는 동생 광록이었으나, 형이 찾아올 것을 예상하고 미리 자리를 비킨 듯이 동생은 없었다. 그렇게 반년 남짓을 뒷소문만 듣고 찾아다니던 송흥록이 한라산 관음사라는 절에서 지난겨울에 송씨 성을 쓰는 소리꾼 하나가 여기서 한 겨울을 나고 갔지요, 봄이 되니 폭포를 찾아간다고 갔지요, 하는 주지스님의 말을 듣고는 내가 이럴 것이 아니구나, 뒷북만 치고 댕길 것이 아니구나, 제주도의 한라산이며 폭포덜이 얼매나 좋은가, 광록이 놈이 찾아댕길 곳에 내가 미리 진얼 치고 있으면 저절로 만내지게 되겄구나, 생각하고 천지연폭포 곁에 자리를 잡고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어떤 날은 춘향가를 완창하고 어떤 날은 흥부가를 완창하고 또 어떤 날은 적벽가를 완창하며 반년 남짓 살았다. 그러나 벌써 육지로 떠났는지, 아니면 서로가 소리공부하는 장소가 달랐던지 끝내 동생 광록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안 죽고 살아있으면 언젠가넌 만내겄제. 지가 더구나 소리꾼이 되면 소리판에서라도 만내겄제.

그렇게 작정한 송흥록은 제주도를 떠나왔다. 이번에는 한양으로 보내는 봉물짐을 실은 배를 타고서였다. 원래 그런 배에는 일반 백성은 태우지 않는다고 했으나, 송흥록의 소리에 반한 제주목사가 송 가왕을 싣고 가는 것이 상감에게 올리는 봉물보다 훨씬 소중하다면서 특별히 태워준 덕분이었다.

“거그꺼정 가서도 못 만냈다는 말이제? 일 년얼 삼서도 얼굴도 못 봤단 말이제? 죽었능갑구나, 니 동생 광록이가 죽었능갑구나. 안 그러면 왜 못 만내겄느냐? 제주더넌 섬이람서? 그 쬐끄만 섬에 일 년얼 같이 삼서도 못 만냈다는 것언 니가 찾던 광록이 그 섬에 없다는 얘기제 뭐겄냐?”

목포에서 내려 전라도와 경상도를 한 바퀴 도느라 다시 일 년을 더 허비하고 집 떠난 지 두해 만에 돌아온 아들 앞에서 어머니가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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