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는 쌨고 쌨는 것이 폭포며 쏘였다. 뱀사골에는 더구나 단심폭포라는 사시사철 물줄기가 우레처럼 떨어지는 폭포가 있었다. 아버지 송 첨지가 채 열 살도 안 된 아들을 데리고 가서 소리를 시키다가 ‘틀렸구나, 틀렸구나, 폭포 소리 땜시 니 소리가 하나도 안 들리는구나. 니 소리가 폭포헌테 다 잡아멕히는구나. 옛날의 명창들은 소리로 폭포를 잠재웠다는디.’ 하고 탄식을 하던 자리이기도 했다.
“니가 십 년얼 살아야 할 집이니라. 내가 양석이며 겅개넌 대줄 것인깨, 십 년 한정으로 소리공부럴 혀보그라. 바위굴에서 소리럴 헐 때넌 니 소리에 바우가 크릉크릉 떨어야 하며, 폭포 위에서 소리럴 헐 때에넌 폭포가 흐름얼 멈추어야 할 것이니라. 어디 그뿐이더냐? 니가 새 소리럴 내면 새가 날아와야 헐 것이고, 니가 애원성얼 부르면 돌멩이도 눈물얼 흘려야 헐 것이니라. 혹시 무신 일인가 싶어 찾아오는 산중왕 호랑이가 있으면 니 한소리에 벌렁 뒤로 자빠져야 헐 것이니라. 그런 날이 오면 내가 나오라는 소리럴 안 혀도 나오니라. 글고 이것은 내가 백운암에 있을 때 월광선사님의 도움을 받아 정리헌 판소리 사설인깨, 이대로 외와 배우그라.”
춘향전이며 흥부전의 사설을 저은 책을 넘겨주며 송흥록이 말했다. 그 사설을 준다는 것은 박만순을 정식 제자로 받아들인다는 뜻이었다. 박만순이 그것을 알고 눈물을 흘렸다.
“모르겄다, 니가 참말로 소리꾼이 될란지, 어떨란지. 나넌 니가 사흘얼 물 한 모금 안 묵고 버터던 그 강단만 믿고 제자로 받아디리기로 작정얼 혔는디, 또 무신 바람이 불어 니가 가짠헌 소리럴 팔아묵고 댕길지 모르겄다만, 그것도 다 사람살이의 운명이고 팔자가 아니드냐? 전생에 너허고 나허고 무신 업보가 있능가넌 모르겄다만, 일단언 한 번 시작얼 혀보자.”
송흥록은 딱 한 달간 단심폭포에서 박만순과 지냈다. 삼년 동안 세상을 떠돌면서 세속에 물들고 안주하려는 자신의 소리를 다시 가다듬기 위해서였다. 박만순에게는 따로 소리를 가르치지는 않았다. 따지고 보면 자신의 소리를 단련한다는 핑계도 있었지만, 자신이 소리를 함으로써 제자가 암암리에 따라 부를 것이라는 속내는 있었던 것이다.
“비전에 계실 것입니까? 스승님.”
스승을 떠나보내면서 제자가 물었다.
“모르겄다. 설령 내가 거그에 있다고 허드래도 니가 비깜얼 혀서는 안되니라. 찾아와도 내가 찾아올 것인깨, 널랑언 세상에 눈돌리지 말고 소리공부나 허그라.”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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