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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보내는 편지

 

 

 

 

 

고홍석(산동)/ 남원시 홍보전산과 공보계장

 

못난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

 

시골에 어머니가 계신다.

그래서, 특별한 일이 없으면 1주일에 한두 번씩, 어머니가 계시고 농사지을 땅이 있는 시골에 들른다.

직장이 시내에 있고 사는 집도 시내라 이런 저런 핑계로 소홀한 면도 있지만, 그래도 시간이 좀 됐다 싶으면 어머니를 찾아뵈어야 마음이 편하다.

이른 새벽, 엄하신 아버지가 달콤한 잠을 자고 있던 우리들을 깨워 망태를 메어주며 소꼴 한 망태를 베어 와라는 명을 내리시면, 그 명을 받들어야 편안히 아침밥을 먹을 수 있었던 그런 시기가 있었다.

학교 갈 때면 신이 났다. 공부가 좋아서가 아니라 농사일, 집안일에서 해방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일이 힘들었고, 일을 하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모내기철이면 아예 학교에 가지 않고 집안일을 도와야 했다.

거름이 부족한 시기면 산에서 가시가 섞여 있는 풀을 베어왔고,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비료 대신 옥토를 만들어 모를 심어야 풍년이 든다는 책임감이 더 강했다.

온 식구가 농사일에 매달려 해질녘 어두워 질 때까지 일해야만 수확을 할 수 있었던 그 시절, 그 땅은 지금도 그대로인데, 어느덧 지금은 나 혼자서도 그보다 몇 배 적은 노동력으로 쉽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밭 매고, 소 풀 베고, 풀대를 밟아 농사짓는 농촌 풍경을 평화로운 전원생활이라고 글을 쓰는 글쟁이 들이 너무 미웠던 적도 있었다.

시골에서 자라 못 배우고, 특별한 기술을 익힐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농사를 짓거나 몸을 쓰는 막일을 하는 자녀도 있고, 공부 좀 한답시고 학교에 진학했다가 어렵게 직장을 잡아 인근에 살림을 마련하여 사는 자녀들도 있다.

“굽은 소나무가 선산 지킨다”는 말에 위안이라도 삼아보자면, 돈 많이 번 사장님이나 공부 많이 한 친구들도 살기는 매양 마찬가지다.

오히려, 우리가 느끼기에 우리보다 그다지 많이 행복해 보이질 않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런 바쁜 사람들이 과연 고향을 얼마나 생각할까?

그리고 시간이 나도 부모님을 찾아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나 싶어 왠지 씁쓸하다.

이제는 고향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마음속에 그려볼 수 있는 마지막 세대가 우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과연 우리 자녀들은 내 나이가 됐을 때, 고향이라는 단어 앞에서 우리가 느끼는 지금의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시골의 정겨운 옛 풍경에 가슴이 뛸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우리만의 고향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는 소망도 떠오른다.

아직도 고향 앞산에는 볼품없는 어릴 적 그 소나무가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름은 없지만 소소하게 살아가는 삶의 정취를 느끼며 살아가는 우리세대가 앞산의 소나무처럼 고향을 느끼는 마지막 세대가 아닐까 하는 뜻 모를 비애가 떠오른다.

가슴이 한 켠 뭔가 억눌리는 기분이 든다. 그래도 아직은 어머니가 살아계셔서 행복하고, 고향을 그려볼 수 있어 더욱 행복하다.

앞산에 곧게 자란 소나무들은 어느 샌가 도심 관상수로 팔려 자리를 떠나고 없지만 보잘 것 없는 고향 소나무는 아직도 그 옛날 동무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주말에는 꼭 어머니를 뵈러 시골에 가야겠다.

 

 

남원뉴스  news@namw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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