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선거표방 후보들, 막판 고소·폭로전 눈살…'
세월호 참사라는 희대미문의 사건 속에 치러진 6·4 지방선거가 남긴 숙제는 무엇일까.
세월호 침몰 사고로 숨은 표와 부동층의 향배를 가늠짓기 어려운 '깜깜이 선거판'으로 전개되면서 조용한 선거와 정책대결을 표방하던 후보들이 막판 고소·고발에 폭로전까지 벌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선거 자체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내기도 했다. 여성우선공천 등 후보자 공천작업을 둘러싸고 극심한 진통을 겪는가 하면 외견상 순조롭게 공천을 끝낸 것처럼 보이는 일부 당에서도 내부적으로 반발과 이의제기로 홍역을 치뤘다.
또한 1인 7표제(제주 5표, 세종 4표)로 시행되는 선거의 실효성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함께 전국 단위 선거로는 처음 실시된 사전투표보다 못한 본 선거의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터져나왔다. 일부 지역에서는 사전투표의 허점이 노출됐다.
◇공천 '몸살'…인신공격 난무
애도 분위기 속에서 차분하게 시작됐던 선거가 막바지 들어 정책 대결보다는 상호비방으로 얼룩진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됐다. 후보들 간에 헐뜯기는 직계가족으로 번졌고, 고소·고발도 끊이지 않았다.
4일 오후 6시 기준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접수된 고소·고발 건수만 총 4건이다. 이는 온라인 신고 건수는 제외한 것으로, 지방선관위까지 포함하면 수 십건에 이른다.
앞서 공천 과정에서는 짜맞추기, 꼼수, 당협위원장 개입설 등 온갖 추측과 의혹이 들끓었다. 여성우선공천 등 공천에 불만을 품은 일부 후보들은 노골적인 감정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비례대표 공천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은 한 당원은 "공정한 룰에 따라 자질과 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내가)탈락했다면 왜 반발하겠는가. 보이지 않는 손에 여러 날 농락당했다고 생각하니 너무 분하다"고 말했다.
◇1인7표제 실효성 있나
이번 지방선거는 제주와 세종을 제외하곤 유권자 1명당 ▲교육감 ▲지역구 시·도의원 ▲지역구 구·시·군의원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 ▲비례대표 시·도의원 ▲비례대표 구·시·군의원 등 7표를 던졌다.
유권자들의 입장에서는 광역단체장부터 교육의원에 이르는 선거가 동시에 치뤄진 탓에, 집권 여당과 거대야당을 비롯해 군소정당·무소속까지 수 십명의 후보의 정보를 파악해야 했다. 선거에 관심많은 유권자 조차도 '시험공부'를 방불케하는 후보별 정책·공약을 챙겨봐야 제대로 투표에 임할 수 있다는 푸념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는 이유다.
보통 투표율이 현저히 낮은 기초단체장 선거는 광역단체장 선거와 함께 치러져 투표율 동반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유권자들이 10일 남짓한 기간동안 수십 명에 달하는 후보들의 자질과 공약을 일일이 검증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직장인 최모(31)씨는 "일하기에도 바쁜데 그 많은 후보들을 어떻게 다 확인하느냐"며 "(나와 같이) 정당을 택하거나 청렴할 것 같은 이미지를 지닌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여기에다 올해는 세월호 참사로 숨죽여 진행된 탓에 홍보가 덜된 느낌도 갖는다. 운 좋으면 당선되고 운 나쁘면 떨어지는 소위 '로또' 선거로 인식되는 면도 없지 않다
대학생 이현경(25·여)씨는 "솔직히 언론에 반복적으로 거론돼 온 몇몇 후보나 현직 프리미엄을 가진 자를 제외하곤 누가 누군지 모른다. 인기 투표도 아니고…"라고 말끝을 흐리면서 "솔직히 선거보단 취업 준비에 관심이 더 많다"고 전했다.
◇"사전투표 보다 아쉬운 본 선거" 평가 속 허점 드러나
헌정사상 첫 전국 규모의 선거 사전투표가 쉽고 간편했다는 유권자들의 호평 속에서 개선할 과제도 여럿 남겼다.
선거일이 지난달 30~31일까지 포함해 사실상 3일로 늘어난 것이어서 투표율 제고 측면에서 효과를 톡톡히 봤다. 사전투표 투표율은 11.49%였다.
하지만 건물 2층 이상에 설치된 사전투표소가 많아 장애인과 노년층의 접근 용이성이 떨어졌다. 부랴부랴 1층에 임시투표소를 마련하는 '땜질식' 처방을 내렸지만, 사전에 거동 불편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평가다.
대학 내 투표소가 설치되지 않고 투표용지 발급 오류와 같은 관리상 문제점도 발견됐다.
선거관리위원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 우이동 주민센터에서 관내투표용으로 사전 출력해놓은 용지가 투표자 수보다 3매 더 발급됐다.
정의당 6·4지방선거 중앙선대위 측은 각 지역별로 투표 참관인이 1명도 없이 사전투표가 진행된 곳이 있고, 투표함의 이동 과정에서도 여당측 참관인들만 참관했다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신분증 확인과 지문인식까지 거치는 사전투표 본인 인증 시스템에도 허점이 드러났다. 경기 광주시에서 시의원 후보 명의를 도용해 사전투표한 사실이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것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지문인식기가 인식은 되지만 바로 본인을 인증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서명장치로 볼 수 있다"며 "인증시스템의 문제가 개선되도록 중앙선관위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사전투표보다 절차가 복잡한 본 선거 방식을 놓고 불만도 거셌다. 한 유권자는 "투표용지를 한 번에 받아서 기표해 한 곳에 넣으면 되지 않느냐. 사전투표는 쉬웠다고 들었는데 본 투표는 왜 이렇게 복잡한 지 모르겠다"면서 성토했다.
남원뉴스 bmw1972@hanmail.net
<저작권자 © np남원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