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남원의 거리는 여전히 공허하다. 서남대학교의 폐교 이후 그 자리에 남겨진 것은 단지 비어 있는 교정만이 아니다. 그것은 남원시가 품었던 미래의 가능성이 꺼진 자리이자, 지역의료를 되살릴 마지막 불씨가 사라졌다는 상실의 공간이다.
그리고, 그 상처 위에 덧씌워졌던 희망, 바로 ‘공공의대 설립’이라는 국가의 약속은 아직도 이행되지 않은 채, 수년째 정체되어 있다. 말은 있었지만, 행동은 없었다. 그 침묵은 이제 무책임에 가깝다.
대한민국은 지금 전국적으로 의료 공백이라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병원은 있지만 의사는 없다. 진료 과목은 해마다 줄어들고, 특히 소아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같은 필수의료 분야는 거의 붕괴 수준에 이르렀다.
지역 주민들은 의료를 받기 위해 도시로, 때로는 수도권으로 떠나는 ‘의료 유랑민’이 되고 있다. 아플 권리조차 주소지에 따라 갈라지는 이 현실, 과연 국가가 지켜야 할 기본권의 모습이라 할 수 있는가?
의료는 생명이다. 생명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국가의 책임도 마찬가지다. 생명의 가치에는 수도권과 지방의 구분이 있어서는 안 되며, 의료의 접근성에 있어서도 누구나 공평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되묻고 있다. “왜 서울과 대도시에서만 의료가 가능한가?”, “왜 지방의 아이들은 열이 나면 응급실보다 포기부터 배워야 하는가?”
이 질문에 진심으로 답하려면,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공공의대 설립. 지금, 여기서, 결단해야 한다.
공공의대는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수치상의 대책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가 생명의 사각지대를 메우겠다는 정책적 선언이며, 의료의 공공성과 윤리를 다시 세우겠다는 다짐이다.
의료는 결코 시장의 논리만으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 생명이 수익의 논리에 따라 결정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의료가 아닌 ‘거래’가 된다. 의료는 이윤보다 윤리, 효율보다 형평이 먼저여야 한다.
공공의대는 이러한 국가적 책임을 실천하는 제도다. ‘누가, 어디서, 누구를 돌볼 것인가’에 대해 국가가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출발점이 바로 지역에서 지역의 의료인을 양성하는 공공의대 설립이다. 이는 어떤 특정 지역이나 이해관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전체의 건강권과 직결된 중대한 사안이다.
이제 기다릴 수 없다. 공공의대는 더 이상 미루거나 정치적 논쟁의 소재로 방치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는 국가가 국민에게 한 약속이며, 남원의 상처를 덧대기 위한 하나의 보상이 아니라,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의 미래를 바꾸는 중대한 전환점이다. 공공의대를 통해 우리는 의료의 윤리적 책임, 지역 간 균형발전, 그리고 국가가 생명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결정짓게 될 것이다.
정부는 더 이상 말로만 약속하지 말라. 정치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국민은 수치를 원하지 않는다. 국민은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원한다. 병원 문을 열었을 때, 그 안에 생명을 지키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 생명을 지키는 사람이, 바로 공공의대에서 나온 이들이어야 한다.
공공의대 설립은 선택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내밀어야 할 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방 곳곳에서는 의료의 공백 속에 고통 받는 국민의 아픔이 있다. 공공의대는 단지 건물이나 제도가 아니다. 그것은 간절한 구조요청이면서, 생명을 향한 가장 절실한 호소다.
이제는 응답할 시간이다. 남원시민은 기다렸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의료 취약 지역의 국민들도, 충분히 기다렸다. 이제 그 기다림의 끝에서 정부가 보여줘야 할 것은 행동이다. 더는 미룰 수 없다. 공공의대 설립, 지금 바로 시작하라. 그것이 국민을 위한 정치이고, 생명을 지키는 정의다.
남원뉴스 news@namwonnews.com
<저작권자 © np남원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