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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시인의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지리산 둘레길, 시인과의 동행-아침을 여는 창/ 수필가 서호련

 

 

 

 

 

 

지금 하동 쌍계사 가는 길은 온통 매화꽃으로 수를 놓고 있을 것이다.

저 지난해 어느 봄날, 서울의 지인으로부터 김용택 시인의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라는 시를 메일로 받았다. 그 시가 어찌나 좋았던지 그분이 보낸 메일의 시를 이곳저곳 지인들에게 전달하면서, 우리 집 정원에 활짝 핀 자산홍 사진도 함께 보낸 기억이 있다. 내가 따라서 쓴 제목은 ‘남원의 자산홍을 보셨나요’ 였다.

나는 시를 잘 모른다. 무엇이 명시인 줄은 모르지만 누가 나에게 제일 좋아하는 시를 하나 꼽으라 한다면 나는 이 시를 꼽을 정도다. 천하에 많은 미인이 있지만 내 마음에 꽂힌 순박한 어느 여인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내가 섬진강 부근 남원에 살고 있어 그런지도 모르겠다.

매화꽃이라면 단연 하동 쌍계사 가는 섬진강변의 매화꽃이 유명하다. 김용택 시인도 그곳의 매화꽃을 보고 이 시를 지었는지 모르겠다.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나요’라는 시는 이렇게 이어진다.

 

매화꽃 이파리들이

하얀 눈송이처럼

푸른 강물에 날리는

섬진강을 보셨는지요.

푸른 강물 하얀 모래밭

날선 푸른 댓잎이 사운대는

섬진강가에 서럽게 서 보셨는지요.

해 저문 섬진강가에 서서

지는 꽃 피는 꽃을 다 보셨는지요.

산에 피어 산이 환하고

강물에 져서 강물이 서러운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사랑도 그렇게 와서

그렇게 지는지.

출렁이는 섬진강가에 서서

당신도 매화꽃 꽃잎처럼

물 깊이 울어는 보았는지요.

 

사실 내가 그 시인을 만나보고 싶었던 것은 어디에서 그런 시가 나오는가 궁금해서였다. 문화원에서 만난 시인은 청바지에 긴 티셔츠, 그리고 뿔테 안경에 머리는 짧고 흰머리가 희끗 희끗 나 있었다. 투박한 모습이 마치 초등학교 애들과 딱 어울릴 것 같은, 그리고 동심의 시가 나올 것 같은 인상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덕치초등학교에 근무하다가 한 1년 동안 부근의 초등학교로 옮겼고 다시 덕치로 와서 한 5년 동안 근무하다가 또 그 부근의 학교에서 한 1년 근무하다가 다시 돌아오는 식으로 근 38년간을 섬진강 상류 고향마을에서만 애들을 가르치면서 글을 썼다고 한다. 그것도 2학년만 말이다. 애들이야 전교생이 3-40명, 2학년 한 반이 3-4명이었단다. 2학년은 오후에 수업이 없기 때문에 책 읽을 시간이 많다고 하셨다.

시인은 우리에게 소쩍새 울음소리를 들어 보았느냐고도 물었다. 그 어머니 말씀이, 매년 새의 울음소리가 다른데, 소텅 소텅하고 우는 해는 흉년이 들고, 소꽉 소꽉하고 우는 해는 풍년이 든다고 하셨단다. 소텅 하면 속이 텅 비었다는 뜻이고, 소꽉 하면 속이 꽉 찼다는 이야기란다.

그리고 하신 말씀이, 이 시대에 글을 써서 표현한다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데도 사람들은 글쓰기를 어렵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글을 잘 쓰려면 남의 이야기를 잘 듣고 내 생각을 가꾸어야 한다고 하셨다. 자기는 부인의 말이라면 안 들은 것이 없단다. 그리고 생명력 있는, 수명이 긴 시인이 되려면 문(文). 사(史). 철(哲). 시(詩). 서(書). 화(畵)를 두루 섭렵해야 한다고도 하셨다. 그분이 오지의 고향 덕치에 근무했던 초창기에 전주 헌 책방에 가서 마대로 한 포대의 책을 샀는데, 버스를 타고 덕치에 도착해서는 지게를 이용하여 40분이나 되는 학교까지 지고 갔다는 이야기도 하셨다.

글을 잘 쓰려면 어느 사물을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보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 본 것에 이해가 가고, 이해가 가면 그것에 대하여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 생각을 쓰는 것이 글이라고 하셨다. 생각만 하다가 글을 한 번 써 보면 자기가 쓴 글이 얼마나 유치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도 하셨다.

매화꽃이란 시는 섬진강 어느 곳에서 보고 영감을 얻으셨느냐고 물었더니 박완서 선생님과 함께 쌍계사를 찾았을 때 건너편 매화마을 앞 강변에서 매화꽃이 강물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 그 시를 썼다고 하셨다. 나는 그 시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자신이 쓴 이 시를 어떻게 생각하시느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별로라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그 시가 좋다고 한단다. 사람들이 좋아해야 명시지, 시인들이 좋아한다고 명시인가라고 되물었더니, 사실은 그 말이 맞다 하셨다.

시인은, 38년 동안 교사로 있었는데, 퇴직하고 나니 교사 때보다 더 할 일이 많고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하셨다. 한 달에 20일을 대기업체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초청을 받아 자기의 인생역정을 들려주고, 이 시대를 함께 고민하며, 글을 쓰는 방법도 이야기 해준다고 하셨다. 대기업에서 강의를 할 때는 아침에 회장님과 차도 마시고 나도 놀랄 정도로 많은 강의료를 준다면서 껄껄 웃었다. 그것이 한 눈 팔지 않고 인생을 한길로, 자연과 함께 진실하게 살아온 김용택 시인의 삶의 결과려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시인과 함께 오랜만에 지리산 둘레길을 걸었다. 추수가 끝난 들판은 을씨년스러웠다. 백두대간이 통과하는 마을인 운봉의 노치마을, 우람한 정자나무와 장엄한 당산제 소나무를 뒤로하고 우리는 계속 오솔길을 걸어 한국의 명품 숲이라고 하는 ‘서어나무’ 숲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정자 안에 올라가 김용택 시인의 강론이 이어졌다.

‘오동 꽃이 필 때 꾀꼬리가 운다.’ ‘내 삶이 내 글이 되었다.’ 고 하신다

 

 

남원뉴스  news@namw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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