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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위 텃밭 있는 집, 귀농 귀촌 1번지 남원아침을 여는 창/ 소설가 서호련

 

 

 

 

 

 

 

타향사리 서러워도 꿈속에 그려보는 고향, 푸르고 푸른 고향의 잔디야!

어느 작가는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로 아이 입양 후 마당 있는 집을 짓는 것이라고 했다. “꼭 넓어야 하는 건 아니다. 감나무, 석류나무 각 한 그루, 그리고 일년초 꽃모종을 심을 수 있으면 족하다. 손에 흙을 묻히며 아이들과 작은 꽃을 심고 싶다.”고 했다. 대도시에서 텃밭 하나 없는 상자 집에 살고 있는 삭막한 현대인들의 꿈을 말 하는 것 같다.

인간의 고향은 흙이다. 흙과 나무와 꽃을 싫어하는 인간이 있으랴. 남원의 집은 복음산 초입 언덕위에 텃밭을 끼고 있는 집이다. 마을은 허름하고 집이라야, ‘저 푸른 초원 위의 그림 같은’ 하얀 집도 아니고 그냥 재래식 기와집이지만 지리산 연봉이 펼쳐 보이는 비교적 조망은 좋은 곳이다. 집안에 터가 넓어 여기저기 심은 꽃나무들이 세월이 가다보니 이제 작은 숲을 이루고 봄이면 꽃의 향연을 베푼다. 봄의 전령은 역시 설중매라고도 불리는 홍매화다. 눈 덮인 페라칸시스 빨간 열매를 따먹으려고 몰려드는 까치 떼의 울음소리도 좋다. 1월의 눈보라 속에서도 앞마당의 홍매화 가지에서는 빨간 꽃망울들이 봄을 재촉한다. 다산연구소 이사장께서 “산문(山門)에 비바람 몰아치는 밤에라도(崩風墜雨山門夕), 한그루 매화만은 그 향기 그대로라네(一樹梅花自在香)” 라는 다산 시 한 구절을 보내면서, ‘선배님, 우리도 매화처럼 고매한 인품으로 살아 보자’고 하지만 어디 인생살이가 말대로 되는 것인가?

집 바로 뒤 결에 팽개쳐진 땅을 군데군데 파서, 낙엽과 거름을 섞어 흙 갈이를 한 후 여러 가지 과일묘목을 심었었다. 이제 살구 자두 등 제법 많은 과일들이 열려 풍요로운 마음이다. 지금 나는 퇴근길에 건강원 앞, 약 찌꺼기를 차에 싣고 오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아내는 얼굴이 타니 일 좀 그만 하라고 하면서도 자신은 아침마다 밭 한쪽에서 애호박이며 오이, 고추, 토마토를 한 바구니씩 따들고 애들처럼 좋아한다. 아무리 골프가 재미있는 운동이라고 하나 손수 씨를 뿌려 싹이 나고 묘목이 자라 열매를 맺는 것을 경험하는 텃밭 놀이와 비할 수 있겠는가? 텃밭 몇 평 가꾸는 일이 농사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것이 여유와 성찰의 시간뿐만 아니라 노역의 가치와 생산의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운동임에 틀림없다.

요사이 공동 텃밭놀이가 화제다. 곳곳의 사회복지관 및 단체들이 부근 자투리땅에 텃밭을 조성하여 채소를 가꾸게 한다. 어느 할머니의 말이다. “혼자 집에만 있으면 너무 울적하고 쓸쓸하지. 여기 심은 들깨와 고추가 무럭무럭 크는 걸 보는 게 요즘 낙이야.”

집에 있는 어르신들의 야외활동을 돕고 우울감, 스트레스 등 질환의 치료방법으로 원예치료를 하는 것이니 면역력도 쑥쑥 올라간다. 노인들이 텃밭에서 웃음꽃을 피우는 모습이 보는 이도 즐겁다. 흥이 오른 할머니 한분이 밭에서 호박잎을 따다 말고 노래를 부르자 다른 노인네들도 함께 일어나 박수치고 노래를 부른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코로나 창궐 이후 귀농 귀촌한 가구는 35만7,694가구였고 지난해 귀농한 20∼30대 청년가구가 역대최대인 1,362가구로 증가했다. 농식품부의 실태조사에 의하면 귀농이유로 ‘농업의 비전, 발전가능성’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제 한국의 농촌문화도 바뀌고 있는 것 같다. 특히 남원은 천혜의 자연경관을 갖추고 있고 인심이 좋은 곳이다. 백두대간 지리산 자락과 섬진강 줄기를 품고, 판소리 국악 등 예술이 어우러진 고품격도시로 귀농 귀촌의 1번지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다. 흠이라면 인구가 다소 적다는 것이다.

사람의 본향은 어머니 품속 같은 흙이다. 사람은 언젠가는 얽매인 멍에에서 풀려나 본향인 흙으로 다시 돌아간다. 조영남의 노래, ‘고향의 푸른 잔디’다.

<타향사리 서러워도 꿈속에 그려보는 고향/ 아 꿈속에 들려오는 어머님의 자장 노랫소리/ 푸르고 푸른 고향의 잔디야!>

흙을 밟고 땀 흘리면서 고향을 그리는 서민의 생활이 그 얼마나 행복한 삶인가?

 

남원뉴스  news@namw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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