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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말로이, 가면 간다고 말이라도 하고 가야지아침을 여는 창/ 수필가 서호련

 

 

 

 

 

 

 

< 6월은 추모의 달이다. 고인에 대한 추모의 정을 갖는다는 것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결한 덕성 이다.>

 

6월이 되면 끓어오르는 연민의 정을 금할 수 없는 친구가 있다.

어느 해 5월 2일 이었다. 한밤중 할로(HALLO) 하는 소리가 독일에서 온 전화다. 그러나 낯선 목소리다. 그는 말로이(Maleu) 아들 프랭크 라고 했다. 나는 바로 어제 밤에 그의 아버지 말로이와 통화를 했기 때문에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그는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어제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어제 밤에 통화를 한 말로이가 오늘 저세상에 가다니!

말로이(Maleu). 나의 생일 5월 1일이면 그는 어디에 있던지 간에 어김없이 전화를 한다. 그날 밤에도 그는 독일에서 나에게 전화를 했다. 며칠 전에 중국에서 돌아와 잠시 집에서 쉬고 있다면서 이번 여름엔 부인과 아들내외, 그리고 손녀를 데리고 한국에 가서 한달 동안 휴가를 보낼 계획 이라고 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눈 다음날 그의 부음을 들은 것이다. 5.18 되던 해 가을, 우리는 광주에서 남원으로 이사를 왔다. 그 후 얼마 되지 아니하여 그분들이 나를 찾아 남원에 왔다. 말로이는 독일의 유명한 제철관계 엔지니어링(설계시공) 회사의 수석 엔지니어로서 포항제철을 설계했고, 그 뒤 다시 광양 제철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하루는 그들이 광양에서 말로만 듣던 남원까지 차를 몰고 내려왔다. 광한루 쪽에 차를 주차해 놓고 사람들에게 손짓 발짓으로 물었는데 영어를 모르는 사람들이 그 말뜻을 알 리가 없었다. 그는 ‘우리의 가족(Our Family)’이란, 독일에서 발간한 교회 잡지책 한 권을 끄집어내어 그 표지에 있는 교회의 로고를 가리키면서 혹시 이런 표시의 교회를 보았는가 물었다는 것이다. 그 로고는 물결위에 태양이 떠오르고 그 안에 십자가가 세워져 있는 좀 독특한 형태의 십자가이다. 그때 마침 한 학생이 그런 십자가를 본 적이 있다고 하여 그를 차에 태우고 내가 사는 곳까지 왔었다. 그러나 그때 우리는 선교 차 지리산 산간지역에 나가 있었고 집에는 9살 된 큰딸과 5살인 막내 엘리사 밖에 없어 그냥 돌아갔다고 한다. 그리고 그 한 달 뒤 그분들은 다시 남원을 찾았고, 우리는 함께 만났다.

그분들은 일요일마다 남원에 오셨다. 우리는 광한루에서 춘향이 이도령 옷을 걸쳐 입고 사진도 찍었다. 그들은 성탄절이 가까워지면 항상 본국에 돌아갔다. 그리고 교회 어린아이들 주라고 초코렛 등 과자를 넣은 커다란 박스를 보내신다. 막내 엘리사가 5살 때 말로이 부부를 집에서 처음 만났는데 세월은 빨라 그간에 그 애는 대학을 졸업하고 독일에서 유학을 하고 있었고 도르스텐의 말로이 집에도 다녀왔단다. 말로이의 부음은 엘리사에게도 전해졌고 내가 그에게 전화를 했을 때 그 애는 울먹이고 있었다.

요 며칠 전 말로이는 중국의 제철공장 일을 마치고 독일에 돌아와 모처럼 집에서 쉬면서 잔디를 깎던 중 갑자기 가슴이 아프다고 해서 부인이 주치의에게 전화를 했고, 의사가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심장마비였던 것이다. 그렇게 말로이는 나의 생일날 전화를 해주곤 그 다음날 허망하게 가버린 것이다.

다음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아우토반 고속도로를 엘리사와 남편은 교대로 운전을 하면서, 시속 180km로 스투투가르트로부터 6시간을 달려 해 저문 시간에 간신히 도르스텐(Dorsten)에 도착하였단다. 엘리사 부부는 돌아오면서 부인이 하신 말씀을 되새겼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자비를 베푸셨어요. 만일 그가 중국에서 죽으셨다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하겠어요. 그는 가족과 친지들의 품속에서 편히 가셨어요.”

평생에 한명의 진정한 친구를 가진 자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했는데, 나는 그를 친구로 가진 것만으로도 행복한 생애였다.

“말로이! 지금 저 피안(彼岸) 어느 매서 잠자고 있어? 가면 간다고 말이라도 하고 가야지!”

 

남원뉴스  news@namw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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