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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산동의 ‘청라언덕’ 위엔 박태준의 ‘동무생각’이란 아름다운 노래 말이 새겨진 돌비가 서 있다. 1922년 그가 작곡한 우리나라 첫 가곡인 이 ‘동무생각(思友)’엔 그의 애틋한 첫사랑의 사연이 들어 있다. 박태준이 누구인가.
마산 창신학교 설립자의 아들이자, 창신학교 국어교사로 있던 노산 이은상은 1년전 이 학교의 교사로 왔던 태준이 지은 동요를 좋아했다. 그날도 둘이는 월포 바다를 내려다보며 이야기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박 선생님의 이야기는 언제나 고운 시처럼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박 선생님, 선생님의 첫사랑은 어떤 분이셨나요?” 은상의 뜬금없는 질문에 태준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첫사랑은 뭐, 한번 제대로 이야기도 못했는걸요.” “첫사랑이 다 그렇지요. 그러니까 영영 가슴속에 박제되는 사랑이고요.” “제가 다니던 청라언덕 위 계성학교 가까이에 있는 신명학교의 여학생이었어요. 백합처럼 청초했지요. 함께 교회에 다녔는데 한번은 그 여학생이 자두를 한 바구니 가져와 교회 아이들에게 나눠주었어요. 화장실에 다녀오는 사이에 제 오르간 위에도 자두 두 알이 놓여 있었어요. 깨끗한 손수건이 자두 위에 덮여 있었지요. 저는 그 자두를 책상 위에 두고 날마다 바라보았어요. 더는 둘 수 없을 만큼 썩고 말라버렸을 땐 꼭지를 따서 그 꼭지를 습자지에 싸서 보관했지요. 손수건을 전해주어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었어요. 어느 날 굳은 결심을 하고 그녀를 기다렸어요. '자두 고마웠어요.' 라는 말을 수백 번도 더 연습했지요. 라일락 이파리가 잔뜩 두꺼워진 칠월 하순이었는데, 그즈음 그런 말이 유행하고 있었어요. 사랑의 맛을 알려면 라일락 이파리를 씹어보라고. 하지만 라일락 이파리가 어떤 맛인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문득 저는 그 맛이 궁금해졌어요. 사랑의 맛이 궁금해졌던 거지요. 손을 뻗어 연한 잎 하나를 떼서 입안에 넣었는데. 아, 그 맛이란! 그건 먹어보지 않고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맛이었어요. 정말이지 죽을 것 같은 맛이었어요. 그날도 교회 가는 길목을 지키고 있던 중 올라오는 그녀를 만났어요. 그때 제가 어떻게 한 줄 아세요? 바보 같게도 '라일락 고마웠어요.' 라고 말하고 말았어요. 어휴, 그렇게 골백번 연습한 말을 두고 라일락이 고맙다니요.”
순진한 아이처럼 귓불이 붉어진 태준을 바라보며 은상은 배를 잡고 웃었다.
“그런데 그 여학생이 어떻게 한 줄 아세요? 절 보며 웃었어요. 제게 눈을 맞추고 소리 없이 빙그레 웃었다니까요. 그 후 그녀는 나도 모르는 사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버렸어요. 허망했지요. 난 그녀를 정말 그리워했어요.”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은상이 갑자기 생각난 듯 수첩을 꺼내 무언가 끼적이기 시작했다.
“박 선생님, 제가 가사를 드릴 테니 곡을 붙여보세요. 그러면 그 소녀와의 사랑을 노래 속에서나마 이룰 수 있지 않겠어요?” 은상은 태준의 고향 추억과 눈앞에 펼쳐진 월포 바닷가의 풍경을 담은 시를 건네주었다. 수첩을 받아든 태준의 눈동자가 따스해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촉촉이 젖어들었다. 청포물을 들인 듯 윤기 나던 소녀의 검은 눈썹과 백합같이 싱그럽던 소녀의 미소가 태준의 뺨을 조용히 만지고 지나갔다.
“정말 아름다운 노랫말이군요.”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적에/ 나는 흰 나리꽃 향내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청라언덕과 같은 내 맘에 백합 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피어날 적에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어느 시인이 쓴 이 사연을 읽고 나는 그날 내내 가슴이 아프고 슬펐다. 박태준은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동요 뻐국 뻐꾹 뻐국새 라는 ‘오빠생각’을 작곡한 우리나라 현대음악의 선구자이다. ‘그는 연세대 음대 초대 학장을 지냈다.
그가 첫 사랑을 앓을 때 한 말이다. “사랑의 맛을 알려면 라일락 이파리를 씹어 보세요. 아 그 맛이란 정말 죽을 것 같은 맛이었어요!”
<약력>
-고대경영전문대학원 경영학석사 (MBA)
-새사도교회 한국교구 초대주교
-‘한국작가’ 문학상으로 등단
-저서 ‘지리산의 새벽’
-남원 국일세무회계사무소 대표.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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