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라이프 동편제의 시조 가왕(歌王) 송흥록
동편제의 시조 가왕 송흥록 <10>

“왜 그러시오? 돈이 모잘라시오?”

송흥록이 걸음을 멈추자 숨가쁘게 달려온 주모가 물었다.

“생원님의 함자가 어뜨케 되시유? 선비님이 알아오라고 혀서유.”

“내가 이름언 송흥록이고, 사는 곳은 운봉 비전이며, 소리럴 험서 조선팔도럴 떠도는 사람이니, 그리 알라고만 전혀주시씨요. 허면 선비님얼 잘 부탁허요이.”

말을 마친 송흥록이 걸음을 빨리했다. 그러고 그만이었다. 소리나들이를 다니다보면 굶어 부황 들어 죽어가는 사람도 만나고, 병든 사람도 만나지만 그때마다 전대를 털어 쌀도 사주고, 약값으로 몇 푼을 내놓고 가기는 했지만, 그때뿐, 자신이 한 일을 일일이 기억하지 못하고 있던 송흥록이었다. 그런데 가마까지 보내어 자신을 불러올린 전라감사가 김병기라는 뜻밖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은가. 송흥록의 머릿속으로 남루하나 눈빛이 또렷하고 통증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도 비굴하지 않던 선비의 얼굴이 가득히 들어차는데, 감사가 이제야 기억이 나느냐? 하고 기웃이 들여다보았다.

“감사나리의 말씸얼 듣고 본깨, 그런 일이 있었던 것도 같고, 없었던 것도 같고 아심아심허구만요.”

“그때 너한테 구원을 받은 그 어른이 바로 김병기 대감이니라. 그때는 충청어사가 되어 민정을 살피다가 눈밭에 미끄러져 꼼짝없이 죽을 목숨을 네가 구해주었다고 하더구나. 그 인연만으로도 네놈은 평생을 호의호식하고 살 수 있을 것이니라.”

“하이고, 괘꽝시런 말씸이제요. 제가 어디 느리나 바래고 헌 짓이간디요. 암튼지 다행이구만요. 지가 쬐깨 도움을 준 그분이 그런 분이었당깨요.”

“그분이 떠나시면서 그러셨니라. 이번에는 너를 만나지 못하고 가지마는 언젠가는 너를 부를 날이 있을 것이라고. 아니, 오다가다 네가 한양에 들를 일이 있으면 잊지 말고 자기 집으로 오라고 하셨니라. 내가 좋은 옷을 한 벌 해줄 터이니, 이번에 한 번 올라가 보겠느냐?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혹시 아느냐? 김병기 대감께서 주청을 드려 상감께서 너한테 통정대부 벼슬이라고 내려주실지.”

“하이고, 괘꽝시런 말씸이제라우. 소리꾼에게 벼실이 당키나 허간디요.”

송흥록이 얼굴을 붉히자 감사가 그윽한 눈빛으로 내려다보다가 아, 니놈한테 가왕 칭호를 안겨주었던 모흥갑은 이미 통정대부 벼슬을 받지 않았느냐? 하고 빙그레 웃었다.

“가왕이라는 말씸도 당치가 않치라우. 모흥갑 명창이 저럴 놀리느라고 혀본 소리였제라우.”

“그것이사 내가 네 소리를 들어보면 알 일이 아니더냐? 기와에 어려운 걸음을 하였으니, 오늘일랑은 나를 위해서 소리를 한 대목 하거라. 조금 있으면 모흥갑이도 올 것이니라. 오늘밤에는 누구 소리가 더 나은가 알 수 있겠구나. 모처럼 내 귀가 호강을 하겠구나. 행하는 섭섭지 않게 내리마.”

“흥감허구만요.”

송흥록이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다음호에 계속>

남원뉴스  news@namwonnews.com

<저작권자 © np남원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남원뉴스의 다른기사 보기
[출처] np남원뉴스 - http://www.namwon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9807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상호(법인)명 : 유한회사 엔미디어  |  우)55739 전라북도 남원시 충정로 128, 2층(향교동)  |  Contact : ygparknw2@hanmail.net
대표전화 : 063)625-1695  |  제보전화 : 063)625-1695  |  팩스 : 063)625-1695  |  사업자등록번호 : 446-81-00995
부정청탁방지담당관 : 발행인 박영규 010-8317-9990
등록번호 : 전북, 다01294  |  등록일 : 2016.02.25  |  발행인 : 박영규  |  편집인 : 신화자  |  청소년 보호 책임자 : 박영규
Copyright © 2019 np남원뉴스.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